지난해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가족과 찍은 동영상을 일반적인 디스플레이가 아닌 공중에 홀로그램을 펼쳐놓고 3D 입체영상을 만들어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3D 입체영상은 물리적인 실체는 아니지만 말과 행동, 외형 등 모든 것이 실제 사람을 직접 대하는 것과 똑같다.
현재의 전자기술 발전상황을 보면 SF 영화에서 보여준 미래의 모습은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영상기술이나 제품들이 실제로 개발 완료돼 대중화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영상 및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텍(CEATEC) 2002’에서는 영화 속 장면과 같은 3D 입체화면 재생장치가 샤프사에서 개발돼 선보이는 등 이런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렇듯 80% 이상의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성을 극대화하려는 듯 실감형 입체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기술 개발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디스플레이의 흐름을 살펴보면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CRT에서 PDP, LCD, 유기EL 등의 평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기술추세가 최종적으로는 3D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D 기술이 3D 기술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증거를 크게 세가지로 나눠 설명하면 첫째, 초소형화 기술이다. 유기EL 기술이 적용된 정보기기의 휴대화와 더불어 팜탑용 또는 1인치 이하의 초소형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안경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이것은 핸드헬드 또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로서 정보통신기기, 개인용 게임기와 입체 안경에 응용이 가능하다. 둘째, 대화면 기술이다. PDP와 프로젝션 디스플레이가 개발되면서 벽걸이 TV시대가 가능하게 됐고, 홈시어터 시장도 급속히 확 대되는 추세다. 향후 입체영화만을 상영하는 소형 입체영화관이나 건축 또는 연예 분야의 이벤트를 위한 3차원 영상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LC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입체화다. 여기에는 소형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HMD 방식과 평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3차원 정보단말기가 있다. 3차원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LCD가 주로 채용되는데, 이미 개인용 모니터와 각종 표시소자 이용이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2차원 디스플레이에 2D와 3D의 호환이 가능한 기술을 접목하면 3D 디스플레이의 응용 분야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3D 디스플레이 방식의 종류는 무엇이고, 어떤 원리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
양안시차 통해 입체 사물 인식
사람은 두눈을 이용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본다. 3차원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입체로 볼 수 있으려면 두눈은 같은 평면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물의 원근과 윤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한가지 실험을 해보자. 한눈을 가리고 어떤 물건을 보다가 다른 눈을 가리고 보면 그 물건이 약간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양안시차’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사물을 입체로 느끼게 된다. 만약 인간의 두눈이 금붕어의 눈처럼 머리 양쪽에 있다면 왼쪽과 오른쪽을 따로 보기 때문에 입체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닭, 개, 돼지, 소 등과 같은 동물도 두눈이 코를 기준으로 귀 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두눈이 같은 평면에 있는 동물은 사람을 비롯해서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등과 같은 영장류밖에 없다.
입체 화면은 카메라 두대로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즉 좌우 카메라로 찍은 2개의 영상을 하나로 합치면 그림이 중복돼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입체 영화를 볼 때 특수안경을 쓴다. 이 특수안경은 좌우 영상을 구분해 인공적으로 양안시차를 만들어줌으로써 입체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지난 50여년 간 3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3D 디스플레이 방식이 제안돼 왔는데, 이들 대부분은 양안시차의 원리를 이용해 입체영상을 표시하고 있다. 즉 카메라 두대로 찍은 좌우영상이 동시에 프로젝션 됐을 때 어떻게 이들 영상을 구분해 좌우안에 정확히 제시해주느냐 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양안시차 방식과 이를 좀더 개선한 복합시차지각 방식, 크게 두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양안시차 방식은 좌우안의 시차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안경식과 무안경식이 있다.
안경 방식의 애너글리프(anaglyph) 디스플레이 방식부터 살펴보자.
이 방식은 상호 보색관계에 있는 두개의 색 필터를 이용해 좌우 영상을 분리, 선택함으로써 각각의 눈에 제시해주는 방식이다. 이 때 적색 안경은 적색이, 청색 안경은 청색이 보인다. 적색과 청색은 서로 보색관계에 있기 때문에 적색 안경으로는 청색을, 청색 안경으로는 적색을 볼 수 없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좌우 영상을 각각 적·청색으로 표시한 다음 하나의 영상으로 합성해 애너글리프 사진을 만들자. 그 다음 적·청 필터 안경을 사용해 애너글리프 사진을 보면 좌우 영상이 구분돼 양안시차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입체영상을 느낄 수 있다.
편광 또는 액정 셔터 부착된 특수 안경
또다른 안경 방식으로는 현재 입체 영화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편광안경 방식이다. 편광안경을 사용하면 고해상도를 갖춘 컬러 동영상 디스플레이가 가능하고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입체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편광안경용 영상화면은 좌측 영상과 우측 영상이 각기 다른 편광상태를 갖고 있다. 이 영상화면을 서로 다른 편광판이 부착된 안경을 쓰고 보면 좌측화상과 우측화상이 분리돼 양안시차가 만들어짐으로써 쉽게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좌우안에 해당하는 영상을 동시에 표시한 두개의 모니터를 직각으로 두고 그 모니터 앞에 편광축이 서로 직각인 편광판을 각각 위치시킨다. 그리고 모니터 사이 45°위치에 반투과 거울을 사용해 하나로 합성된 영상을 서로 직교하는 편광안경을 통해 관찰하면 양화면의 분리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양안시차가 생겨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편광안경 방식은 편광판의 성능에 따라 입체감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편광 성능이 떨어지는 안경을 사용할 경우 좌우측 영상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좌안 또는 우안에서 어느 정도 보이게 돼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좌우 영상을 속도가 빠른 한대의 모니터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하고, 액정 셔터를 부착한 특수안경을 사용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액정 셔터를 시간에 맞춰 열었다가 닫는 작업을 함으로써 좌우 영상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어 양안시차에 의한 입체감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즉 색안경 방식과 편광안경 방식은 좌우 영상을 동시에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인 반면, 셔터안경 방식은 좌우 영상을 서로 시분할적으로 교대로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좌영상이 디스플레이될 때에는 좌안에만 영상이 입력되고, 우영상이 디스플레이될 때에는 우안에만 영상이 입력된다.
즉 모니터 화면에는 단순히 좌우 영상을 번갈아 디스플레이하고, 셔터안경은 디스플레이되는 영상과 시간을 맞춰 전자적으로 안경을 개폐시킴으로써 좌우 영상을 분리해 수신하게 된다.
안경 없이도 입체 영상 즐긴다
하지만 특수안경을 사용해 입체 영상을 보는 것은 맨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아무래도 불편하다. 늘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해 특수안경까지 이중으로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이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다. 안경 방식이 특수안경을 통해 좌우 영상을 분리함으로써 양안시차를 만들어줬다면, 무안경 방식은 사람이 쓰던 특수안경을 모니터에 씌운다는 개념이다. 즉 좌우 영상을 구분하는 기능을 가진 특수한 광학판을 모니터 앞뒤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표적인 무안경 방식으로 렌티큘라 시트(lenticular sheet) 광학판 방식, 패럴랙스 배리어(parallax barrier) 광학판 방식 등이 있다. 이 중 패럴랙스 배리어 방식은 빛을 투과 또는 차단시키기 위한 가느다란 줄무늬 모양의 수직 슬릿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시킨 다음 그 뒤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좌우 영상을 교대로 배치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특정한 시점에서 이 슬릿을 통해 보면 기하광학적으로 좌우영상이 정확하게 분리돼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즉 모니터 화면 앞에 특수안경 기능을 하는 줄무늬 모양의 패럴랙스 배리어 광학판을 설치해 무안경으로 입체영상을 표시한다.
이 방식은 제작 방법이 매우 간단하지만, 배리어가 눈에 거슬리거나 상당량의 빛이 배리어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밝은 화면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렌티큘라 시트 방식의 실용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렌티큘라 시트 방식은 반원통형의 모양을 한 렌티큘러 스크린이라고 불리는 렌즈의 초점면에 좌우 영상을 줄무늬 형태로 배치하고 이 렌즈를 통해 보면 렌즈판의 방향성에 따라 좌우영상이 분리돼 안경없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다. 렌즈 한개의 폭은 표시기의 화소 폭에 의해 결정되는데, 좌우영상에 해당하는 두개의 화소가 들어가도록 만든다. 이렇게 하면 렌즈효과에 의해 렌즈의 좌측에 있는 화소는 오른쪽 눈에만 보이고, 우측에 있는 화소는 왼쪽 눈에만 보이게 됨으로써 좌우 영상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즉 두대의 스테레오 카메라를 사용해 좌우 영상을 촬영하고 이렇게 촬영된 두개의 영상은 한 화면 위에 좌우 영상을 줄무늬 형태로 번갈아 배열시켜 합성한다. 그리고 렌티큘라 렌즈를 합성된 영상화면 앞에 설치하면 각각의 영상은 렌티큘라 렌즈를 통과한 후 서로 분리돼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3D 디스플레이 방식의 대부분은 양안시차를 이용해 입체 영상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안시차는 인간이 3차원 공간을 지각하는 요인의 한가지일 뿐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정보 즉, 생리학적 요인인 폭주(눈의 회전각), 조절(눈의 초점 맞춤), 운동시차(관찰자와 물체의 상대적인 운동에 의한 변화)와 심리적인 요인(원근법, 음영) 등을 기본으로 3차원 공간을 지각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3D 시청의 불편함이나 위화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3D 디스플레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의 3차원 공간을 보고 있을 때와 똑같은 ‘자연스러운 입체시’의 구현이 가능해야 한다. 최근 완전 입체시의 구현 방법으로 복합시차지각 방식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양안시차뿐만 아니라 인간이 갖는 앞뒤 거리 지각능력을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양안시차 방식에 물체의 앞뒤 초점 거리에 대한 보상값을 추가해 적용시키거나, 두대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해 여러 방향에서의 양안시차 영상을 표시해줌으로써 여러 사람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하는 등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자연스러운 입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3D 기술 홀로그래피
한편 가장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 기술인 동화상 홀로그래피 방식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을 눈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사물에서 반사된 빛의 파장, 진폭, 그리고 위상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는 것이다. 파장은 색깔을 나타내고 진폭은 명암을 나타내며, 위상은 올록볼록한 입체를 나타낸다. 우리가 보통 찍는 일반 사진술은 빛의 파장과 진폭만 기록하고, 위상을 기록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진이 납작하게 평면으로 보이는 것이다. 만약 위상까지 기록하는 사진술이 있다면 입체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바로 홀로그래피다. 홀로그래피는 영국 물리학자인 데니스 가버가 고안한 일종의 3차원 사진술이다. 사진처럼 물체를 보는 한 방향에서 물체의 단면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고, 두눈으로 보는 것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물체의 3차원 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실감 3차원 다중매체
홀로그래피에 의한 3D 디스플레이 구현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홀로그램이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의 양인데, 홀로그래피의 데이터량을 줄이기 위해 두가지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하나는 합성 홀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장의 큰 홀로그램 대신에 물체의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다수의 작은 홀로그램을 이용해 상을 재생하는 이 방법은 재생시 해상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데이터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홀로그램 자체의 데이터량을 줄이지 않고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에 포함된 데이터의 용량을 줄이는 개념으로, 홀로그래픽 비디오라고 한다. 즉 홀로그래픽 비디오는 컴퓨터로 홀로그램을 합성하고, 음향광변조기로 불리는 결정 또는 액정을 통해 간섭무늬를 만들어 레이저를 이용해 공간에 상을 재생시키는 방식이다.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기술 선점을 위해 각각 독립적인 형태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국방부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연구과제의 하나인 ‘3D 입체영상 및 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비롯해 미항공우주국(NASA), AT&T, MIT대 등을 중심으로 항공 우주, 방송통신, 국방, 의료 등의 응용을 목적으로 ‘실감 3차원 다중매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도 입체 동화상 통신’이란 국책과제를 중심으로 NHK, NTT, ATR 등에서 차세대 3D TV에 관한 연구그룹을 형성해 3D TV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ATM망을 이용한 화상회의용 3D 입체영상 전송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선진 각국에 비하면 초보적인 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최근 관심이 증대되면서 벤처기업, 국책연구소, 대학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관찰자의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해 3D 영상을 표시하는 무안경식 디스플레이 방식이 개발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머리 추적, 눈동자 추적, 그리고 얼굴 추적과 같은 화상인식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입체 영상 기술에서도 인간의 오감을 전부 자극할 수 있는, 보고 듣고 만지며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실시간 정보 제공하는 두루마리 전자신문 디스플레이 혁명
① 인간과 정보의 경계 허무는 인터페이스
②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3인방
③ 홀로그램 동영상으로 영화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