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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3인방

대화면 PDP·얇은 두께 LCD·고해상도 유기EL

2003년 브라운관(CRT) 발명 1백5년, TFT-LCD(Thin-Film Transistor Liquid-Crystal Display) 발명 30년이 되는 해다. 몇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브라운관은 이제 LCD와 PDP에 그 주도권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실제로 2002년의 브라운관 시장은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50%이하이며, 그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LCD와 PDP가 활발하게 양산되면서 모니터와 TV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현재 양산 초기 단계에 있는 유기 EL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크게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형과 외부 광원에 의해 빛을 낼 수 있는 비발광형으로 분류된다. 발광형 디스플레이로는 PDP(Plasma Panel Display), 유기EL(OLED, Organic Light Emission Diode), FED(Field Emission Display) 등이 있고, 비발광형으로는 LCD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평판 디스플에이 3인방인 PDP, LCD, 유기 EL의 원리와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970년대에 나온 스타워즈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행성 또는 은하계 간 대화를 하거나 우주선 항로를 관찰할 때, 실물 크기를 나타낼 수 있는 커다란 평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해보였던 이런 평판 디스플레이가 최근 지하철 역사나 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 및 안내용으로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는 생동감 있는 영화나 생생한 음악을 감상하려면 극장 또는 공연장을 가야 했고, 많은 사람들과 격동적인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싶다면 경기장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대형 화면의 평판 디스플레이가 보급됨에 따라 가정에서도 공연장 또는 경기장에서처럼 실감나는 영상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대화면 평판 디스플레이의 위력은 지난해 월드컵 경기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판 디스플레이가 현대 생활의 많은 부분에 급속하게 침투하는 이유는 브라운관 TV에 비해 손으로 잡을 정도로 두께가 얇고, 액자처럼 벽에 걸거나 천장에 매다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무게가 가벼워 공간을 효율적이고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40인치로 만들면 두께는 약 1m, 무게는 약 1백kg 정도가 된다. 이렇게 두껍고 무거운 TV를 천장에 매달거나 길거리의 광고용 모니터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4의 상 플라스마 이용


PDP의 핵심인 플라스마는 핵융합 개발에도 응용된다. 핵융합로 내부(1)에 실제 플라스마가 갇혀 있는 모습(2)


대화면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인 PDP(Plasma Display Panel)는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워 40인치 이상의 대형화면 제작에 매우 유리하다. 실제로 PDP를 브라운관 TV와 비교할 때 두께는 1/10 정도에 지나지 않고 무게는 40인치를 기준으로 약 1/6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6m×3m 크기의 대형 PDP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한 이유는 PDP의 핵심인 플라스마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스마라는 단어는 1928년 미국의 물리학자 랭뮤어가 처음 사용한 말로, 하전된 입자(전하를 갖고 있는 입자, 즉 전자와 이온)와 중성 입자(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가 혼합돼 있는 기체다. 지구에서는 플라스마 물질 상태가 자연적으로 존재하기 어렵지만, 온도가 매우 높은 은하계 행성, 즉 태양과 같은 행성은 플라스마 상태로 돼 있다.

CRT의 경우 전자를 가속시킬 공간이 필요하므로 대화면으로 갈수록 부피가 커지지만, 플라스마는 수백마이크론 단위의 픽셀(화소) 내부에서 형광체를 자극할 수 있는 특정 파장을 발생시키면서 화상을 만들어내므로 얇은 두께로도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그림).

PDP에서 화상을 나타내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라스마의 상태를 이해해야 한다. 물질의 상태를 떠올려보자.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상태는 기체, 액체, 고체라고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플라스마는 이러한 전통적인 기체, 액체, 고체와 구별되는 제4의 상으로 구분되고, 우주 공간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우주의 일부분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고 있던 물질은 전 우주에서 볼 때 0.01%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또한 얼마나 좁고 작은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다.

플라스마는 하전된 입자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대기와는 매우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만약 대기 중에서 두개의 피복된 전선을 서로 5cm 가량 떨어뜨린 후 1백V 정도의 전원에 연결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손에 물이 젖어 있지 않다면 이들 두 전선 사이에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전선을 플라스마 기체 내에 넣고 전압을 가하면, 대기 중과는 다르게 이들 전선 사이의 플라스마를 통해 전선에서 전선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도체인 금속 내부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 전자가 있어 전류를 통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스마 기체에는 전자와 이온이 있어, 가해진 전압에 의해 하전된 입자가 움직여 전류를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플라스마 기체의 특징 중 하나는 가시광선을 포함해 X선, 감마선 등과 같이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 광선을 방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양의 플라스마에서 방출되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뿐만 아니라, 이 가시광선이 식물에서 엽록소 동화작용을 일으켜 지구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먹이 사슬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스마 기체에서는 어떻게 다양한 파장의 광선이 방출되는 것일까.

손으로 만져도 뜨겁지 않다


PDP를 비롯한 각종 디스플레이 장치를 도처에서 볼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 접하고 있는 기체는 대부분 안정한 중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플라스마 기체는 음성의 전자와 양성의 이온으로 구성돼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예를 들면, 헬륨(He)의 원자핵 주위에는 두개의 전자가 일정한 괘도를 그리면서 돌고 있는데, 이 전자 중 하나를 원자핵으로부터 떼어내 헬륨 양이온과 전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약 3백50kcal/mole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그만큼 에너지가 올라가서 불안정한 상태다). 거꾸로 플라스마 상태에 있는 헬륨 양이온과 전자가 결합해 중성의 헬륨 원자를 만들면 위의 값에 해당하는 만큼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 이 에너지는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되는데, 전자기파의 파장은 에너지 차이에 반비례한다. 즉 에너지 차이가 클 경우 단파장의 광선이 나오고, 작을 경우 장파장의 광선이 방출된다. 플라스마에는 여러 종류의 이온과 에너지 상태가 존재히기 때문에 방출되는 에너지가 여러 값을 가질 수 있다. 즉 방출되는 광선의 파장이 다양하다.

플라스마는 가스를 수십만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유지시키거나, 가스에 전기장을 가하면 생성된다. 가스를 초고온 상태로 유지하면 원자 내의 전자와 원자핵 간의 결합 에너지보다 이들의 운동 에너지가 커져, 전자가 원자로부터 해리돼 전자, 양이온 및 기체 분자가 혼합돼 있는 플라스마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가스에 전기장을 가하는 경우에는 가해진 전기장에 의해 가스 내의 전자가 가속되고, 가속된 전자는 중성 원자와 충돌해 이 원자를 이온화시킨다. 이온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전자와 양이온이 생성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국부적으로 발생하지만, 마치 눈사태와 같이 삽시간에 전체 가스 내로 이온화가 진행돼 전체의 기체 방전, 즉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그런데 PDP에 사용하기 위한 플라스마는 최소한 두가지 전제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먼저 플라스마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파장을 가진 광선을 가능한 한 많이 발생시켜야 한다. 이 광선은 형광체를 자극해 화상을 표시하는 가시광선을 발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PDP용 플라스마는 저온에서 전기장을 약하게 가해도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태양에서 형성된 플라스마를 사용해 PDP를 구성한다면, 모든 부품이 녹아버려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가스를 페닝(Penning) 가스라고 하는데, PDP에서 플라스마를 얻는데 주로 사용된다. 이 플라스마는 우리가 손으로 만진다 하더라고 뜨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낮은 온도다.

PDP를 가능하게 하는 플라스마 기체를 이해하는 것은 상당한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지만, 이를 이용한 PDP 표시 장치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두께가 각각 3mm 정도 되는 유리판을 앞뒤로 일정한 간격으로 떼어놓고, 이들 사이에 페닝가스를 채워 넣는 구조다. 전극과 형광체 등을 앞뒤 유리판에 형성시키고 페닝 가스를 유리판 사이에 채워 넣으면, PDP를 이용해 영상을 표시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즉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페닝 가스가 플라스마 가스로 변화해 형광체를 자극할 수 있는 자외선이 발생하고, 형광체는 이 자외선에 의해 빨강, 녹색, 파란색의 가시광선을 각각의 서브픽셀에서 발생시키게 된다. 이들 3원색의 강도를 적절하게 조합해 우리가 보는 자연에 가까운 색을 재현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진 PDP는 LCD보다 자연색에 가까운 선명한 화상을 구현하고,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화면 밝기가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플라스마가 형광체를 자극해 가시광선을 발생시키는 자체 발광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압을 켜고 끄면 플라스마를 쉽게 켜고 끌 수 있어 화상을 빠르게 동작시키는 것이 가능해 운동 경기와 같은 동적인 장면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이 PDP가 차세대 벽걸이 TV로서 각광을 받는 이유다. 따라서 PDP는 가정용 벽걸이 TV, 주식거래 상황판, 화상 회의 디스플레이, 각종 안내 광고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그 사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상당량 발생하는 열 문제 해결해야


PDP를 비롯한 각종 디스플레이 장치를 도처에서 볼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60인치 정도되는 큰 화면의 PDP를 멀리서 보면 상이 또렷하게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화상이 얼기설기하게 보이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은 단위 면적당 화상을 구현하는 최소 단위인 화소의 수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는 50만개의 화소를 갖는 PDP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2백만개 이상의 화소를 가진 HD(High Definition) TV용 PDP가 개발돼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TV는 가까이에서 관찰해도 영상의 선명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PDP TV를 일반 가정까지 보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PDP 옆에 다가가면 열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것은 전압을 가해 플라스마를 형성할 때의 효율이 낮아서인데, 현재 브라운관 TV에 비해 전기 효율이 약 1/4-1/5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PDP는 간단하게 말해 플라스마에서 자외선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형광체를 자극해 컬러 영상을 나타낸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플라스마 가스에서 자외선의 발생 정도를 지금보다 10배 정도만 증가시키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우리나라의 PDP 산업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한 PDP는 전력 소모가 많다. 이것의 원인은 PDP에서 플라스마 상태를 만드는 전압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플라스마 상태를 1백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가정에서 누구나 HD PDP TV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PDP는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최초로 상업적인 생산을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를 시작하고 1990년대 후반에 상업 생산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PDP 분야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일본에 이어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PDP의 화상을 구현하는 원천 기술, 원재료와 제작 기술의 연구 개발에 있어 앞으로 성장하는 과학자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이 있다면 PDP 생산국 세계 1위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PC에 이어 TV 군살빼기 나선 LCD - 빛의 진행방향 마음대로 조절하는 액정
 

LCD는 비발광 디스플레이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의 사무 환경을 현재와 비교해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PC의 슬림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좁은 책상 위에서 불편한 듯 뚱뚱한 몸집을 유지하고 있는 CRT 모니터가 점차 LCD 모니터로 바뀌면서 넓고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LCD(LCD, Liquid Crystal Display)는 어떤 원리를 갖고 있으며, 장점은 무엇일까.

LCD의 가장 큰 장점은 두께가 얇고 소비전력이 낮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두께가 단지 수 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에 불과한 액정층을 핵심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LCD는 저온 플라스마를 통해 자체 발광을 하는 PDP와는 달리 빛을 발하지 않은 비발광 디스플레이다. 따라서 LCD로 화면을 만들려면 형광등으로 제작된 백라이트(backlight)가 요구된다. 백라이트로 빛을 보내면 두장의 유리기판 사이에 주입된 액정이, 가해지는 전기장의 세기에 따라 움직이면서 빛의 투과량을 조절한다.

액정이란 형태가 변하지 않는 고체와 일정한 형태가 없는 액체의 중간상을 뜻한다. 액정상을 이루는 분자는 가늘고 긴 막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외부에서 걸어주면 분자들의 배열이 바뀌어서 입사된 빛의 방향을 바꿔주는 광학적 이방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이용해 외부로 나타나는 물성을 제어할 수 있다. 즉 액정의 양단에 필요한 전압을 가함으로써 빛의 투과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의 진행 방향과 액정 분자의 방향과의 차이에 따라 굴절율과 전도율이 달라진다.

결국 액정은 빛의 투과 또는 반사량을 조절하는 광 조절 밸브(valve)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액정은 적은 전압으로도 분자 배열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소비 전력이 적고, CRT처럼 전자총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전자파와 같은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LC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편광판 부착된 유리 사이에 액정 주입

그렇다면 액정 디스플레이는 어떤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액정 디스플레이는 편광판이 부착된 두장의 유리 사이에 액정을 주입하고 여기에 가하는 전기장의 세기를 조절해 광 투과량을 조절하는 구조로 돼 있다. 예를 들어 편광판을 통과해 진행하는 빛의 방향을 액정으로 바꿔 다른 쪽의 편광판으로 보내주면 빛의 방향에 따라 광 투과량을 제어할 수 있다.

균일한 밝기와 높은 콘트라스트비(가장 밝을 때와 가장 어두울 때의 빛의 세기 비)를 갖는 LCD를 만들기 위해서는 액정 분자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시켜야 한다. 이와 같이 액정 분자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시키는 작업을 배향이라고 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LCD는 TN(Twisted Nematic)형과 VA(Verti-cal Alignment)형인데, 노트북에 사용하는 액정 화면은 모두 TN형 액정을 이용한 것이다. TN형 LCD를 살펴보면 두장의 편광판 사이에 액정이 끼워져 있고, 액정 분자의 긴축은 전압을 가하지 않을 경우 상하 기판에서 90。 연속적으로 비틀린 구조를 하고 있다(그림 1). 수직으로 편광판에 입사된 광은 LCD를 통과할 때 액정 분자의 뒤틀림을 따라 90。 회전하면서 또 다른 편광판에 도달한다. 전기장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빛은 그대로 통과하게 되므로 밝은 상태가 되는데, 전기장이 가해지면 액정들이 전기장 방향으로 일정하게 배열돼 편광판을 통과한 빛이 액정 분자에 의해 회전하지 않기 때문에 차단된다(그림 2). 반면 두 편광판을 평행하게 설치한다면 이와 반대로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둡게 된다. 액정 디스플레이의 화상은 이런 원리를 통해 구현된다.

소비 전력 낮은 반면 응답속도 느려


시야각을 넓히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여러 사람이 대형 LCD TV화면을 함께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LCD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가로 세로로 바둑판처럼 나누는 매트릭스 구조가 필요한데, 화면의 최소 단위인 화소 하나에 트랜지스터 하나를 붙여서 화면을 만드는 장치가 TFT-LCD(Thin-Film Transistor Liquid-Crystal Display)다. 즉 각 화소가 켜지고 꺼지는데 따라 정보가 표현되고, 이들 전체가 조화를 이뤄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패널을 살펴보면 두 유리판 사이에 액정이 약 4μm 두께로 채워져 있고, 한쪽의 유리판 위에 TFT와 ITO(투명전극) 가 있다. 그리고 다른 쪽의 유리 위에는 컬러필터가 형성돼 있다. 컬러필터는 CRT에서 색깔을 내기 위한 형광체의 역할과 동일하다.컬러화상은 RGB(적색, 녹색, 청색) 세종류의 컬러필터를 조합해 얻어진다. RGB 세개가 모여 색상이 구현되고, 우리 눈은 RGB가 합성된 컬러를 인식하게 된다.

LCD는 두께가 얇고 소비전력이 적으며, 전자파가 없다는 점이 있는 반면, 가해지는 전기장의 세기에 따라 분자의 배열이 바뀌는 등 액정의 이방성 특징 때문에 응답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워드 작업이나 간단한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화나 게임 등 빠른 속도를 소화해야 하는 동영상의 경우 화질이 나빠질 수 있다. 또한 LCD는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의 투과량이 달라져 정면에서 볼 때는 화면의 색상이나 화상이 제대로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니터 한대를 봐야 하는 경우 등 측면에서 볼 때는 화질이 나빠진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시야각을 넓히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여러 사람이 LCD TV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세계 LCD시장 1위 굳히기

1983년 처음으로 3인치 액정 TV가 시장에 나온 이후, 1990년까지 3-5인치급 소형 TV에 TFT-LCD가 이용됐다. 이후 1991년부터 8.4-10.4인치 크기의 노트북용이 생산됐고, 1995년부터는 11.3-13.3인치 크기의 제품이 생산됐다. 최근에는 모니터용으로 15.1-24인치급의 TFT-LCD가 생산되고 있고, TV용으로 30-40인치급도 생산되고 있다. TFT-LCD의 크기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 커져 현재 40인치급에서 PDP와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또한 TFT-LCD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좁은 시야각 문제가 연구 개발로 차츰 해결되면서 생산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LG, 삼성, 현대에서 채용한 시야각 향상 기술이 각각 다르다. 양산에 적용된 기술은 회사의 기술 개발 능력, 양산 경험, 장비, 기술자의 능력, 회사 정책 등에 따라서 크게 다르다.

TFT-LCD는 응용 제품의 특성에 따라 크게 노트북용, 모니터용, TV용 및 소형 정보통신용으로 구분된다. 노트북으로는 연간 약 3천만개가 생산되고 있고, PC용 LCD 모니터의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는 휴대폰 단말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송수신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단말기 디스플레이의 후보가 TFT-LCD와 유기EL이다. 유기EL은 신뢰성을 확보해 상용화하는데 아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TFT-LCD가 가장 유력한 휴대용 디스플레이이고, 유기EL도 점차 시장 점유율이 증가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2002년 보고에 따르면 정보사회의 필수 핵심 전자부품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TFT-LCD 산업은 1999년에 1백45억달러에서 2005년 4백80억달러로 약 3.3배의 성장을, 2010년에는 1천4백억달러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CD 생산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3국에 국한돼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 필립스-LCD가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어 앞으로도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시대 여는 유기EL - 전기 통하는 플라스틱 이용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유기박막층을 사용해 만드는 유기 EL 디스플레이는 두께가 매우 얇고 구부러질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넓은 잔디공원에 누운 한 여성이 40화음의 휴대폰 연주음악에 맞춰 각선미를 뽐내면서 ‘Looks Good’이라고 선전하는 TV의 휴대폰 광고를 보면 ‘국내 최초 외부 유기EL’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떠오른다. 유기EL이라는 새로운 평판 디스플레이가 실생활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휴대폰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유기EL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노트북이나 TV가 출시되고,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았다가 펴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나오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유기EL이 LCD의 뒤를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세계적으로 개발과 상용화의 붐이 일고 있다. 유기EL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발광 효율 높고 넓은 각도

유기EL의 핵심은 두께가 1백-2백nm(나노미터, 1nm=${10}^{-9}$m) 정도인 유기박막층이다. 이 박막층은 CRT에서의 형광체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만든 소자에 전류를 흘려주면 빛이 발생한다. 이 현상을 전기발광(Electro Luminescence, EL)이라고 부른다.

실리콘과 같은 무기 반도체에 비해 고분자로 이뤄진 유기 반도체는 분자 구조를 변화시킨다거나 분자에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는 다른 분자를 덧붙임으로써 전자에너지 구조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무기 반도체에 비해 훨씬 낮은 온도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어 다양한 제작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플라스틱과 같은 기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반도체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 반도체는 무기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도핑(미량의 다른 물질을 재료에 첨가해 그 성질을 개선하는 일)해서 전기전도도를 도체 수준까지도 올릴 수 있으므로 전도성 고분자 또는 합성 금속이라고도 한다. 2000년도 노벨 화학상은 이와 같은 전도성 고분자를 개발한 미국 앨런 히거, 앨런 맥더미드, 일본의 히데키 시라카와 교수의 몫으로 돌아갔다.

유기 반도체를 이용한 유기 발광다이오드는 1987년에 미국의 이스트먼코닥사에 있는 중국인 과학자 칭 W. 탕에 의해 개발됐다. Alq3로 불리는 저분자 유기물질로 이뤄진 얇은 박막에 전류를 흘려주자 마치 무기 반도체 발광다이오드처럼 밝은 초록빛을 내는 것을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유기EL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를 사용해 간접 발광하는 LCD에 비해 구조와 제조 공정이 간단해서 제조비가 저렴하다. 초박막을 핵심 재료로 이용하므로 매우 얇은 두께를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백열전구보다 2-3배 우수할 정도로 자체 발광 효율이 높고 선명하며, 화상을 볼 수 있는 각도가 크고 소비 전력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기존 LCD에 비해 1천배 이상의 응답속도를 낼 수 있어 뛰어난 동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기EL은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유기 물질은 수분이나 산소와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데, 현재 수분이나 산소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밴드갭 차이로 색깔 결정

그런데 유기 반도체는 어떻게 빛을 낼 수 있고, 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실리콘과 같은 무기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유기 분자의 외곽에는 가전자를 이루는 전자가 있는데, 고체를 형성하면 이와 같은 많은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에너지 띠(energy band)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전자가 꽉 찬 에너지 띠와 비어있는 에너지 띠 사이에 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 밴드갭(band gap)이 있다(그림 1). 마치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는 움직이기 어려운 것과 같이 전자가 꽉 찬 에너지 띠에서는 전자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빛, 열, 또는 전기에너지 등에 의해 전자는 에너지 밴드갭을 넘어서 그 위에 비어 있는 에너지 띠로 올라가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아래에 있는 에너지 띠에서도 일부 전자가 빠졌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고, 이것은 마치 전자가 빠진 빈 구멍이 움직이는 것과 같으므로 양의 전하를 가진 정공(hole)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유기 반도체를 이용한 소자에 순방향의 전압을 가하면 양극에서는 양의 전하를 가진 정공이 에너지 밴드갭 아래의 에너지 띠에 들어가고, 음극에서는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가 에너지 밴드갭 위의 에너지 띠에 들어가게 된다. 서로 반대의 전하를 가진 정공과 전자는 쿨롱 힘에 의해 서로 끌리게 돼 만나는데, 에너지 밴드갭 위의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아래의 정공과 재결합하면서 이 에너지 차이를 빛으로 내보내게 된다. 따라서 빛의 색깔은 에너지 밴드갭의 크기로 결정된다.

밴드갭이 크면 짧은 파장을 가진 파란색 쪽의 빛이 나오고, 작으면 긴 파장을 갖는 빨간색 쪽의 빛이 나오게 된다. 만약 파장이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나면 자외선이나 적외선이 나온다. 따라서 원하는 빛의 파장에 해당하는 에너지 밴드갭을 가진 유기 반도체를 발광층에 사용해 빛의 색깔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기EL은 어떤 구조와 원리를 갖고 있을까. 유기EL 소자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두께가 1백-2백nm 정도인 유기박막층이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유기박막층은 단일 물질로 제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여러 유기물질의 다층 구조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발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발광층에 발광효율이 우수한 유기 색소를 약 0.1-10% 정도 도핑한다.

양극 재료는 투명한 ITO 전극을 주로 사용하고, 음극 재료로는 일함수(물질 내에 있는 전자를 밖으로 끌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의 일)가 낮은 금속 또는 합금(Li, Ca, Al:Li, Mg:Ag 등)을 사용한다. 이 소자에 순방향의 전류가 흐르면 빛이 나온다. 유기EL 소자는 약 5V 정도의 낮은 전압에서도 TV 화면 밝기 정도(단위 평방미터당 수백 칸델라 정도, 약 2백-3백cd/m2)의 빛을 방출한다.

짧은 수명이 해결해야 할 몫


신발이나 의복에 부착할 수 있는 유기EL 디스플레이가 개발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개념의 디스플레이가 탄생할 수 있다.


1990년에는 영국 캠브리지대의 리차드 프렌드 교수 연구실에서 폴리파라페닐렌(PPV)라는 녹색 발광 고분자를 이용한 유기EL 소자도 발명됐다. 그리고 1992년 미국 산타바바라에 있는 캘리포니아대의 앨런 히거 교수 연구실에서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폴리아닐린이라는 전도성 고분자를 투명전극으로 사용한 플라스틱 유기EL 소자를 개발해 두루마리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을 열었다. 전세계적으로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이 벌어진 결과 빛의 삼원색(빨간색, 녹색, 파란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유기EL 소자가 개발됐다.

최근에는 의복에도 부착할 수 있는 두께 0.2mm의 유기EL 디스플레이가 개발돼 입는 컴퓨터의 실현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갖고 다닐 수 있는 스크린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스크린이 실용화되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산되기 시작하면 인터넷과 컴퓨터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최근 미국 코닥과 일본 산요의 합작회사인 SK 디스플레이사에서는 14.7인치 천연색 유기EL 디스플레이를 발표했고, 일본 도시바 마쓰시다 디스플레이사에서는 발광고분자를 사용한 잉크젯 프린팅 방법으로 17인치 천연색 유기EL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발표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백개 기업이 유기EL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하고 있어서 본격적인 유기EL 시대가 열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SDI에서 15.1인치 천연색 유기EL 디스플레이를 발표했고, LG전자, LG 필립스 LCD, 오리온 전기 등에서 유기EL과 관련된 우수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짧은 수명과 대면적화의 한계 등 유기EL의 몇가지 단점을 극복한다면 반도체와 TFT-LCD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기EL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경쟁국인 일본, 중국, 대만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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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유광석 연구원
  • 김용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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