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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과학] 끓일수록 깊은 맛이? 가마솥 감바스

방구석에서 만나는 과학 2탄

◇안 어려워요

 

유튜브의 취향저격 영상에 몸을 맡기고(?) 있던 어느 주말. 모든 음식을 가마솥으로 만드는 가마솥힙스터즈 채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조회수 92만 회를 기록한 ‘가마솥 감바스’! 우리나라 전통 조리도구인 가마솥과 스페인 전통 요리 감바스의 만남이라니. 이 만남, 결말은 괜찮을까요? 과학기자가 직접 요리해봤습니다.

 

가마솥요리입문 I 
가마솥 감바스 깊은 맛의 비결은

 

가마솥힙스터즈가 사용한 ‘찐’ 가마솥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구했더라도 조리할 아궁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었을 테죠. 대신 가스레인지에도 사용 가능한 ‘미니’ 가마솥을 준비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뚝배기처럼 생겼지만 무게가 3.8kg에 달했습니다. 


실험군과 대조군의 차이가 느껴지도록 가마솥과 프라이팬 두 곳에 감바스 요리를 해봤습니다. 각각에 같은 양의 올리브유를 붓고, 얇게 썬 마늘, 새우, 페페론치노(이탈리아 요리에 주로 쓰이는 매운 고추)를 차례로 넣어 완성했습니다. 조리도구와 가열시간, 2가지 조작변인을 제외하곤 모든 변인들을 통제했습니다. 


결과는, 프라이팬에 만든 감바스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감바스 맛이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어느 정도 느끼한 맛이었죠. 하지만 가마솥 감바스는 마치 육수를 넣고 팔팔 끓인 것 같은 깊은 맛이 났습니다. 해산물로 만든 조개탕이나 어묵탕 맛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또 프라이팬 감바스는 마늘 일부가 검게 그을렸는데, 가마솥은 모든 재료에서 그을린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일단 재료가 그을린 이유는 프라이팬과 가마솥을 만드는 재료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마솥은 무쇠, 즉 주철로 만들어집니다. 주철은 탄소를 1.7% 이상 함유한 철의 합금이죠. 반면, 이번 실험에서 사용한 프라이팬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제품이었습니다. 
19.85도(절대온도 293K)에서 알루미늄의 열전도도는 238W/mK, 철은 78W/mK입니다. 철 합금은 탄소 함유량이 높아질수록 열전도도가 낮아지므로 주철의 열전도도는 이보다 낮습니다. 한 예로 4%의 탄소를 함유한 주철의 열전도도는 50W/mK입니다. 즉 같은 세기의 불로 같은 시간 조리했을 때 프라이팬은 열전도도가 높아 더 뜨겁게 달궈지는 거죠. 
또 가마솥은 제품마다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불에 먼저 닿는 바닥 중앙 부분은 두껍고, 가장자리 부분은 얇습니다. 게다가 바닥 모양이 전반적으로 둥그렇기 때문에 아래쪽에 깔린 재료부터 위쪽에 뜬 재료까지 고르게 열이 전달됩니다. 중앙에 있는 재료만 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도 2015년 출간한 저서 ‘사부의 요리’에서 탕수육을 바삭하게 만드는 비법 중 하나로 가마솥을 꼽았습니다. 열전도도가 낮은 가마솥은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아서 가마솥에 튀기면 기름 온도가 계속 높게 유지돼 재료가 기름을 많이 먹지 않으면서도 잘 튀겨진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깊은 맛의 정체는 뭘까요. 가마솥 감바스는 프라이팬보다 요리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전순실 순천대 식품과학부 교수는 “새우나 마늘 등 재료에서 빠져나오는 추출물은 오래 가열할수록 많이 나와 추출물을 많이 얻고 싶을 땐 찬물에서부터 가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가마솥은 프라이팬보다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 조리 시간이 길어졌고, 그 결과 새우와 마늘의 풍미가 충분히 우러나와 깊은 맛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마솥요리 더 나아가기 I 

가마솥 밥맛의 비밀은 무거운 솥뚜껑

 

이왕 가마솥을 꺼냈으니 뚜껑을 덮는 요리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흔히 가마솥 요리라고 하면 ‘밥맛’을 같이 떠올리는데, 이런 맛의 핵심은 가마솥 뚜껑에 있거든요. 전통 가마솥은 뚜껑의 무게가 전체 무게의 3분의 1이나 차지합니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응용시스템학부 명예교수는 “전통 가마솥은 뚜껑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비스듬하게 밀어서 열어야 할 정도로 무겁다”며 “무거운 솥뚜껑이 내는 가마솥 밥맛을 재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압력밥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 무거운 솥뚜껑은 조리할 때 내부의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갇힌 수증기는 솥 안의 압력을 높이고, 그 결과 물의 끓는점이 올라갑니다. 쌀이 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익게 돼 더 빨리 익습니다. 노 교수는 “덕분에 재료(쌀)의 수분 손실이 적다”며 “익히는 시간을 줄이면 비타민이나 무기질과 같은 영양성분의 손실도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마솥요리가 끝나면I 

기름칠로 녹을 방지해야

 

재료의 풍미를 살리고, 꿀맛(?)같은 밥맛을 내지만 가마솥 요리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가마솥의 주성분인 주철이 산소나 물과 만나면 붉은 색의 녹이 생깁니다. 녹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조리도구와 달리 특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보통은 처음 구입했을 때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름을 얇게 펴 바르고 가열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거죠. 이때 유기물질이 탄소가 많은 검은색 물질로 변하는 ‘탄화’ 과정으로 막이 형성되고, 설거지 등 세척을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막은 가마솥에 음식이 눌러 붙는 것을 막습니다 


가마솥은 조리가 끝나고 난 뒤에도 기름칠을 해야합니다. 먼저 깨끗이 세척한 후 물기를 닦고 중불로 가열해 수분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그런 다음 조리면과 겉면, 뚜껑까지 기름을 골고루 발라주고 습기가 적은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가마솥 표면에 기름막이 형성돼 주철이 물이나 산소와 만나 녹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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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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