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스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금껏 이 예측이 옳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여러 통계적인 실험이 있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부족했다. 디아코니스 교수는 D-H-M 모형을 실험으로 입증하려면 약 25만 번 이상 동전 던지기를 수행해야 한다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가 이끄는 유럽 대학 공동연구팀이 총 35만 757번의 동전 던지기를 시행했다. 실험 참가자 48명이 46가지 종류의 동전을 던진 이번 연구는 역대 동전 던지기 실험 중 동전을 가장 많이 던졌다.
이번 논문의 제 1저자인 암스테르담대 프란티세크 바르토스 박사과정생은 “대학에서 ‘베이지안 통계’를 가르칠 때 동전 던지기를 항상 예시로 사용할 정도로 결과가 무작위하다고 알려진 흔한 개념인데, 실제 데이터를 모으면 직관과 다른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실험을 계획했다”고 <;수학동아>;에 설명했다. 바르토스 박사과정생은 친한 동료와 학부생 몇 명과 실험을 시작했는데, 실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온라인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동전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고려하지 않기 위해 46개 종류의 동전을 사용했다.
참가자를 모집할 때 그는 여러 개의 조건을 내세웠다.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면, 동전이 손바닥 위에 떨어지도록 할 것과 동전 던지는 모든 과정을 녹화할 것이었다. 동전이 손바닥 위에 떨어지지 않고 책상 위 등 다양한 곳에 착지하면 튕기거나 회전을 많이 하게 돼 결과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동전을 던질 때 위로 향한 면과 같은 면으로 떨어진 게 35만 757번 중 17만 8078번으로, 50.8% 정도였다. 디아코니스의 예측 수치가 거의 정확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0.8%라는 확률 차이는 사소해 보여도 결과 하나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게임, 스포츠 등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사람별로 결과를 비교했을 때는 48.1~60.1%로 확률이 달라졌지만, 이때도 같은 면이 그대로 나올 확률의 분포도가 더 높았다. 바르토스 박사과정생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전 던지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과정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서로 위로 향한 면이 무엇인지 모르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전 던지기를 앞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할까? 그에 따르면 대부분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결정하는 변수를 모르는 데다, 안다 해도 모두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에선 무작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문을 통해 동전 던지기뿐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의사 결정 방법이 정말 무작위한지, 나아가 무작위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서인석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룰렛 돌리기, 노래 셔플 재생 등은 컴퓨터가 무작위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엔 원리가 있어서 완벽히 무작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작위성이란 무엇이고, 무작위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수학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