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존경하는 아이돌 선배인 지드래곤이 최근 한국 가수 최초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협업해 직접 디자인한 운동화를 선보였어요. 진정한 패셔니스타들은 옷을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디자인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 같은W데…, 쁘라다 조, 저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패션’과 과학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패셔놀로지’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트렌드 분석과 비슷한 상품 및 코디 추천, 유통 등 패션 산업 전반에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디자인’만큼은 디자이너의 창의력과 감각이 필요해 AI가 넘보기 힘든 영역이었는데요, 최근에는 AI가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AI와 유전 알고리듬의 콜라보
AI로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옷을 추천하는 스티치 픽스에서는 디자이너가 AI와 유전 알고리듬의 도움을 받아 옷을 디자인합니다. AI가 분석한 옷들의 데이터와 유전 알고리듬을 결합해 디자인 후보 목록을 만들면 디자이너가 이를 보고 최종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AI가 새로운 옷을 디자인할 때 다양한 옷의 소매 모양, 무늬, 목 부분 모양 등을 조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지만, 예상과 달리 각각 인기 있는 항목들을 조합해도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 결정은 사람이 하죠.
유전 알고리듬은 미국의 컴퓨터과학자 존 홀랜드가 생물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모방해 만든 최적화 알고리듬으로, 먼저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는 후보들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해들을 조합해 새로운 해를 얻는 ‘교차’ 연산을 합니다. 선택한 해를 변형해 새로운 해를 얻는 ‘변이’를 통해서도 원하는 답을 찾죠.
디자이너의 조력자가 되어가는 AI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타미 힐피거’는 2018년 미국 뉴욕패션기술대학교 패션디자인학부 교수와 학생들, AI 컴퓨터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 IBM의 연구자, 마케팅 담당자와 함께 AI를 활용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리이매진 리테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AI가 타미 힐피거에서 만든 옷 사진 1만 5000장, SNS와 잡지, 패션쇼로부터 찾은 사진 60만 장, 옷의 무늬 10만 개를 학습해 새로운 패턴과 스타일을 가진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타미 힐피거의 옷과 다른 브랜드의 옷을 함께 분석해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죠.
2017년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 아마존의 연구 개발 부서인 ‘아마존 랩 126’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SNS, 그리고 아마존이 개발한 AI 스타일리스트인 ‘에코 룩’을 통해 얻은 패션 이미지 데이터를 ‘갠(GAN)’이라는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코 룩은 2018년 아마존에서 출시한 AI 스타일 비서로, 내장된 카메라로 사용자를 모든 방향에서 스캔한 뒤 기계학습을 이용해 어울리는 옷을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또 아마존처럼 갠을 활용해 디자인 패턴을 만드는 국내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은 2018년 국내 의류 브랜드 SJYP의 공룡 캐릭터 ‘디노’를 새로운 모습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디자인 데이터와 콘셉트 이미지 약 33만 장을 학습했죠.
2019년 4월에는 중국의 스타트업 딥블루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AI 디자이너 ‘딥보그’가 만든 옷이 중국 국제 패션 디자인 혁신 대회에 나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심사위원 중 일부는 AI가 디자인한 옷이 세계적인 패션쇼에 나갈만한 수준이라고 칭찬하는 동시에 AI가 아직은 디자이너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의견을 남겼죠.
AI가 만드는 패션의 미래
미국의 데이터 콘텐츠 조사기업 CB 인사이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맞춤형 패션이 유행하고 사람들이 SNS 등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면서 AI를 활용한 주문형 생산 방식이 나타날 거라고 전망했어요.
주문형 생산 방식은 소비자가 컴퓨터로 사고 싶은 옷의 스타일과 신체 치수를 입력하면 AI가 이 데이터와 사용자의 온라인에 남긴 기록,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 과거 전자상거래 이용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옷들을 디자인하는 걸 말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가상 피팅 서비스를 이용해 AI가 디자인한 옷들을 입어보고 가장 선호하는 옷을 고르고, 3차원 패션 디자인 플랫폼이 소비자가 입력한 신체 치수에 따라 실제로 옷을 디자인하고 로봇이 제품을 만든 뒤 집으로 배송해주는 거죠. 가까운 미래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AI가 내게 꼭 맞는 옷을 추천하고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