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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 I  허수는 꼭 필요한 수인가?

 

인문학자  학생들이 복소수를 처음 배울 때 허수의 기본 성질로 ‘허수 거듭제곱의 주기성’을 배우잖아요. 이처럼 수학자 입장에서 복소수와 관련한 재미있는 성질이나 수식이 있다면요?

 

수학자 저는 허수 하면 오일러 항등식 e + 1 = 0이 떠올라요. 가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혹은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러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수학자가 언급하는 수식 중 하나 예요. 이 식에는 eπ에 허수 i까지 3개의 주요 수가 나와요. 세 수를 e 꼴로 나타냈더니 -1이라는 굉장히 단순한 수가 나오는 경이로운 식이지요.

 

인문학자   오일러 항등식은 물론이고, 오늘날 현대 과학을 보면 허수가 하는 역할이 상당하잖아요. 연구원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수학자 고전 역학에서는 실수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어요. 하지만 전자기학과 양자역학 같은 현대 과학에서는 허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한 예로 모든 신호를 사인, 코사인 함수로 분해해 주기함수의 합으로 표현하는 ‘푸리에 변환’이 있어요. 푸리에 변환의 기본 공식에 허수 i가 쓰여요. 허수의 성질을 이용해 전자기파를 코사인과 사인 곡선으로 분리할 수 있는 거지요.

 

물리학에서는 파동 방정식, 슈뢰딩거 방정식 등 다양한 방정식이 쓰이는데요. 이 방정식을 못 풀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요. 방정식은 결국 세상에 있는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 나타난 거니까요. 그런데 허수는 방정식의 해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이 허수 덕분에 가능하지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허수의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인문학자 사실 세상에 없는 수인 줄 알았는데 손에 만져지는 것들, 또 우리가 다루는 것들이 사실은 허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재밌네요. 그러면 지성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런 질문이 생겨요. 이왕 실수에서 복소수로 수 체계를 확장한 김에 더 큰 차원의 수를 계속 만들면 어떨까요? 또 그렇게 했을 때 수학이 더 발전할까요?

 

수학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복소수 체계를 쓰기 시작하면서 수 체계가 완성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교수님 질문처럼 수학자들이 도리어 걱정할 수 있어요. 우리가 만약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해 허수의 허수, 즉 허허수 같은 수가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이런 수를 만들어야 한다면 굉장히 끔찍하잖아요.

 

다행히도 복소수만으로도 모든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있어요. 정수 계수를 가진 방정식의 해가 항상 정수인 건 아니에요. x2 = -1이나 x2 = 2처럼요. 실수 계수를 가진 방정식도 마찬가지로 모든 해가 실수는 아니지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가우스의 대수학의 기본 정리에 의해 모든 복소수 계수를 가진 복소수 방정식의 해는 언제나 복소수예요. 그러니까 수 체계를 더 확장할 걱정이 없어요. 방정식의 해를 표현하기 위해 더 큰 차원의 수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 이번 시간에는 허수 i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허수 못지않게 수학자들이 오랜 시 간 고민했던 대상이 있습니다. 바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상태, 무한인데요. 다음 화에서 는 ‘무한이 수학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다룰 예정입니다

2023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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