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담이 말하는 최-정-담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
Q. 영재학교 수학 과목 수석 졸업이라니, 수학 성적은 걱정 없었을 것 같다.
아니다. 대부분의 과목 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항상 수학성적이 문제였다. 예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을 못 할 뻔한 적도 있다. 수학책 읽기나 친구들과 수학 이야기하는 건 정말 좋아하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계산해서 푸는 것을 싫어한다. 계산 실수를 종종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 <;발칙한 수학책>;을 쓰면서, ‘수학책을 썼는데 수학 점수는 좋아야지’라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를 쓰고 수학을 많이 공부한다(웃음).
Q. 그래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 진학했다.
내게 잘 맞는 학교여서다. 중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입시 학원을 다녔는데 5일 만에 관뒀다. 문제 풀이만 계속해야 했는데, 너무 늦은 시기에 준비해서인지 친구들만큼 문제를 잘 풀기 어려웠고,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입시설명회를 다녀오신 어머니가 “여기는 수학, 과학도 가르치고 인문학적인 소양도 길러주니까 너랑 잘 맞을 거야”라면서 권유했다. 서류전형 뒤 2차 시험은 여러 과목을 융합한 문제를 서술형으로 푸는 것이었는데,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해서 차분히 아는 지식을 활용해 답안을 작성했다. 합숙 면접인 3차 시험은 끝나고 ‘잘 봤다. 합격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Q. 합격할 거란 예감은 왜 들었나.
‘수월성 교육이 중요할까, 평등성 교육이 중요할까’, ‘(공항 사진을 제시하며) 이 공항에 몇 명이 있을까’처럼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대답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그런데 대부분이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며 답을 잘 못하더라. 난 자신감 있게 의견을 이야기했다. 평소 가족들과 비슷한 주제로 난상 토론을 벌인 덕분이다. 아버지가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밥 먹다가 종종 꺼내신다. 그때마다 온 가족이 달려들어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수학 용어를 비롯한 여러 개념어를 10개를 제시하고 이 단어를 다 넣어 글을 한 편 쓰라는 문제도 나왔다.
Q. 수학을 공부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있으면 그림을 그려서라도 알려고 한다. 기하학 개념이 어려울 때에는 종이를 찢고 자르고 붙이면서 이해한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문제 풀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주기적으로 복기하는 것이다. 문제를 풀기 전 해답지를 보는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풀이 과정을 금방 까먹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풀이 과정을 다음날 한 번 스스로 쓰면서 복기하고, 일주일 후, 3주 후, 한 달 후 이렇게 주기적으로 되새겨 완벽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주로 어떤 문제의 증명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주기적으로 복기하곤 한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수학 시험은 100% 서술형으로 써야 한다. 그래서 이 공부법이 빛을 발했다.
Q. 선행학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선행학습을 반대하지 않는다. 선행학습을 하면 한번 들어본 개념과 문제가 수업시간에 나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학은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런데 꼭 자신의 학년보다 몇 년 더 앞서는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몇 개월만 먼저 해도 효과적이다. 나는 앞으로 더 배울 수학 내용이 궁금해서 스스로 집에서 책을 보면서 독학했다.
Q. 수학 스토리텔러는 계속하고 싶나?
그렇다.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있는 것 같다. 블로그에 한 사용자가 ‘작가 덕에 70 평생 처음으로 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정말 고맙다’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정말 뿌듯했다. 또 가끔 강연을 하면 아이들이 내게 찾아와 질문한다. 학문에 대한 동경을 심어준 것 같아서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 같았다.
Q. 글도 쓰고 수학도 공부하고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리는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
내 정체성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만 한정되는 걸 경계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때 내 가치가 지적 능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 성적을 못 받거나 만약 뇌를 다치게 되면 삶의 의지를 잃을 수 있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게 내 본질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제 그건 내 여러 본질 중 하나지 전부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의해 주입된 걸 수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것을 시도하면서 내 의미를 다양한 곳에서 찾아보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수학 스토리텔러로서는 수학의 본질적인 의미에 집중하고 싶다. 수학에선 당연한 걸 의심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전제와 공리를 기반으로 엄밀하게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이런 수학적 사고가 사람이 상대방과 타협하거나 대화할 때 정말 중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을 널리 알리고 싶다.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큰 방향은 있다. 지금처럼 학문의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릴 건데, 그게 세상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 수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