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0일 기사 보도
시작은 2022년 10월 중국의 한 기사였다.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 이탕 장이 리만 가설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리만 가설은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도전했지만, 150년 동안 풀리지 않아 100만 달러(약 13억 원) 상금이 걸린 난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사는 사실이 아니었다. 장 교수는 리만 가설이 아닌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를 다뤘으며 이마저도 완전히 증명한 게 아니라, 수학적으로 말하면 ‘약하게’ 증명한 것이었다. 특정 조건에서만 증명이 성립되도록 풀었다는 말이다.
조재현 UN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는 소수의 패턴을 탐구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리만 가설과 같지만 아예 다른 문제다”라면서 “물론 만약 란다우-지겔 영점이 존재한다면 리만 가설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오긴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학자 대부분은 이 영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장 교수가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특정 지점에서 영점이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리만 가설과 관련이 없다.
11월 4일 논문 공개
기사가 나가고 며칠이 지난 11월 4일 장 교수는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8일 장 교수는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화상 회의를 통해 중국어로 논문 내용을 발표했다. 장 교수가 등판하자 전 세계에서 수학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 SNS ‘트위터’, 수학 질의응답 웹사이트 ‘매스오버플로우’ 등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매스오버플로우에서 장 교수 논문 내용을 설명하는 글의 조회수는 2022년 12월 8일 기준 5만 회나 됐다. 이곳에 최근 올라온 글의 조회수는 많아야 몇 백에 불과했다.
11월 11일 <;네이처>; 보도
이 와중에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의 기사가 논란이 되며, 토론에 불을 지폈다. <;네이처>;는 11일 ‘장 교수가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를 풀었다’는 식의 온라인 기사를 냈는데, 장 교수가 완전히 푼 건 아니라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수리물리학자인 존 카를로스 바에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장 교수는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를 약하게 풀었다. <;네이처>; 기사는 이를 불분명하게 남겼다’는 글을 올리자 많은 사람이 동조했다. 그러자 <;네이처>;는 14일 ‘장 교수가 증명한 건 란다우-지겔 영점 추측보다 더 약한 문제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 기사를 수정했다’는 사과의 글을 남겼다.
11월 14일 오류 의혹
2006 필즈상 수상자인 테렌스 타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교수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 교수 논문에 오류가 있으며, 수정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에 네티즌들은 타오 교수의 글을 이곳저곳 퍼다 나르며 또 한 번 들끓었다.
반면 세계적인 정수론 전문가인 앤드루 그랜빌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교수는 <;수학동아>;에 “실제로 논문에서 몇 가지 실수가 발견됐지만 당장 수정할 수 있어 좋은 학술지에 게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학계가 주목한 이유는?
수학자가 논문을 발표하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
이유 ❶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의 중요성
란다우-지겔 영점이 있다면 소수 패턴을 탐구하는 여러 식에서 큰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대부분 이 영점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이 문제를 증명하기 워낙 어려워 기존에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장 교수의 이번 결과가 맞는다면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평가받고 있다.
이유 ❷ 이탕 장이니까
장 교수가 좋은 결과를 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최영주 POSTECH 수학과 교수는 “아무리 논문을 많이 발표해도 이 논문을 쓴 사람이 자주 틀린 이력이 있거나 혁신적인 논문을 낸 적이 없다면 관심을 많이 끌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 교수는 2013년 ‘쌍둥이 소수 추측’에 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고, 2007년에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에 관한 논문을 냈을 정도로 이 문제를 계속 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등차수열 : 어떤 수를 시작으로 수가 일정하게 커지는 수의 나열이다. 이때 일정한 수는 공차라 한다. 등차수열 1, 5, 9, 13...에선 공차가 4다. 란다우-지겔 영점 문제에서 D가 등차수열의 공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