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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 교수님.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그래프 이론★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박사과정 때 풀기 시작한 알고리듬 난제를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2년에 ‘젊은과학자상’을 받았습니다. 그래프 이론과 매트로이드 이론★의 공통점에서 행렬의 계수를 이용하면 된다는 실마리를 찾았답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쉽게 말해 복잡하게 생긴 그래프를 나뭇가지 모양처럼 구조적으로 단순하게 나눴을 때, 각 절단면을 지나는 선들로 만든 행렬계수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알고리듬이에요.
그 전에도 이런 알고리듬이 있다면 그걸로 여러가지 응용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프를 실제로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요. 저는 최초로 그래프를 가장 적합하게 나누는 방법을 찾아 이용했답니다.
대단하네요! 난제를 해결한 비결이 뭔가요?
몇 년 전 매트로이드 이론을 연구하는 동료와 대화하던 중, 영감을 얻었어요. 제가 잘 아는 것과 동료가 잘 아는 것이 다르니 힘을 합쳐 해결방법을 찾은 셈이지요.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수학자들이 문제를 푸는 비결이에요!
서로 분야가 달라도 도움이 되나요?
최근에는 KAIST 후배이자 파리의 국립연구소에서 일하는 수학자를 만나러 프랑스에 갔어요. 저는 그래프 이론을 연구하지만 그 후배는 알고리듬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요. 그래서 2년 전에 둘이 힘을 합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 논문을 쓰고 있어요.
혼자서 문제 하나를 오랫동안 생각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 어려워요. 특히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쉽지요. 결국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더 이상 풀기가 어려워져요. 이때 저와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동료와 대화하면 해결 방법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혼자서는 어렵게 푸는 문제도 훨씬 간단하게 풀 수 있지요.
수학자들이 서로 영감을 주는 연구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수학자는 과학자와 연구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요. 실험으로 연구 결과를 얻어내는 다수의 과학자는 자기 연구팀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과정이나 실험 결과를 숨기고 있다가 논문으로 발표하지요. 하지만 수학자는 자기가 현재 어떤 문제를 풀고 있고, 어디까지 해결했는지 밝히면서 서로 토론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수학자마다 연구하는 분야가 달라서,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톱을 잘 쓰는 나무꾼과 도끼를 잘 쓰는 나무꾼이 함께 힘을 합치면 혼자 할 때보다 나무를 훨씬 쉽고 빠르게 벨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다면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대화를 하나요?
세계 수학자가 모이는 학회 풍경도 과학계와는 많이 다르답니다. 실험을 주로 하는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어떤 연구 결과가 있었는지 발표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학자들은 모이면 함께 연구가 가능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규모 워크샵에서는 먼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을 해요. 그리고 워크샵 기간 생각할 문제를 고민하지요.
그리고 함께 연구하고 싶은 수학자와 모여 토론하기 시작합니다. 각자 자기가 잘 하는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나 의견을 말하지요.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향과 해결 방법을 찾아가지요. 학회기간 동안 문제를 해결하고 논문을 내기도 한답니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수학자였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었기에 컴퓨터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잘 만들거나 오류를 잘 찾으려면 수학적 사고력이 필요했어요. 프로그래밍을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과 친해졌고, 또 수학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진로를 결정할 때쯤 컴퓨터와 수학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그런데 컴퓨터는 내가 즐겁게 잘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취미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수학은 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수학이 도대체 어떤 학문인지 자세히 공부하고, 또 새로운 수학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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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알려주세요.
제가 어릴 때도 대도시에는 사교육 덕분인지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시골에서 자랐지요.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을 가르쳐주셨던 강해원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저를 자주 교무실로 불러다가 생전 처음 보는 수학문제를 가르쳐 주셨어요. 나중에야 그게 고등학교 수준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학적 사고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에 나오는 문제 수가 많지만 시간이 너무 짧지요. 그래서 원리를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 수 없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다녔던 과학고에서는 수학 시험을 칠 때 문제 수는 적으면서, 시험시간은 2~3시간쯤으로 충분히 줬어요.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필요한 공식도 유도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한 셈이에요. 그리고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답을 풀기까지의 과정을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수학선생님께서는 수학문제를 풀 때도 글을 쓰듯이 조사와 서술어까지 적어가면서 자세히 문제 풀이를 하도록 지도해 주셨지요. 이런 공부 방법이 수학적인 사고력을 높여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