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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에게 물었다! 엉덩이는 한 개인가, 두 개인가?

 

갑자기 엉덩이 개수는 왜 묻냐고요? 당연히 엉덩이는 한 개 또는 두 개라고 생각했다고요?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엉덩이 개수 논란이 5개월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 나지 않았습니다. 명확하기로 소문난 수학을 이용해 알쏭달쏭한 이 문제의 답을 찾아볼까요?

 

 

논란의 시작은 2020년 11월,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가 출연한 영상이었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엉덩이는 한 개인지 두 개인지 묻는 질문에 여자친구의 여섯 멤버 중 정확하게 3명은 엉덩이가 한 개라는 ‘엉한파’,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엉덩이가 두 개라는 ‘엉두파’로 나뉘어 팽팽하게 토론을 벌였죠. 이후 이 질문을 흥미롭게 여긴 사람들이 다른 연예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지면서 엉덩이 개수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인간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이 전문의와 우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엉덩이들이 아니라 엉덩이라는 표현을 쓴다”, “해부학적으로 엉덩이를 뜻하는 단어는 엉덩이라는 한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하나다”라며 엉덩이가 한 개임을 주장했지만, 오 전문의는 “왼쪽 엉덩이, 오른쪽 엉덩이라는 표현이 있어 두 개인 것 같다”고 말했죠.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엉덩이 개수에 대한 의견이 갈립니다. 그렇다면 수학으로 바라본 이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요?

 

 

수학자들이 보는 
엉덩이 개수 논란은?

 

보는 관점마다 다른 엉덩이 개수. 그렇다면 어려운 문제도 수식으로 나타내 정답을 찾는 수학자들은 이 문제의 답을 뭐라고 생각할까요? 네 분의 수학과 교수님에게 이에 대한 의견과 그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네 명의 수학자 중 한 명은 엉덩이가 한 개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엉덩이가 한 개이면서도 두 개라는 의견 한 명과 기권 의견 두 명이었습니다. 일단 엉덩이가 한 개라고 한 황선욱 교수님의 의견부터 살펴볼까요?


위상수학은 형태를 가진 대상들을 수학적으로 다루는 분야입니다. 특히 크게 늘이거나 줄여도 변하지 않는 성질들로 도형을 분류하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도형의 분류와는 다르죠.


일반적인 도형의 개념을 떠올리면, 오른쪽 그림에 있는 네 개의 입체도형은 모두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 모서리의 위치가 다르고 모서리로 나뉘는 면들의 모양도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상수학에서는 네 개의 도형 모두 같은 도형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준과는 다르게, 도형을 이루는 면을 늘이고 줄여서 같은 도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도형의 면이 한 덩어리라고 보고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디에서 끊기는지를 중요하게 따지죠. 


따라서 구, 정육면체, 원기둥, 사각뿔 모양의 풍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도형의 면을 늘이면, 모두 부풀어 동그란 구 모양이 되므로 위상수학에서는 네 개 도형이 모두 같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래 그림 속 도형들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각 도형 모양의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원기둥과 원뿔은 구 모양이 될 겁니다. 하지만 구멍 난 원기둥과 원환면은 아무리 바람을 넣어도 구가 될 수 없습니다. 중간에 뚫린 구멍이 있으니까요. 풍선을 계속 불어 구멍을 메울 수도 있지만, 면끼리 맞닿게 하는 건 위상수학에서 새로운 도형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구멍 난 원기둥과 원환면은 아무리 불어도 도넛 모양을 유지하는, 구 모양과는 다른 도형입니다.

 


그럼 이 개념을 엉덩이에 한 번 적용해보겠습니다. 위상수학으로 보면 도형의 모서리나 움푹 들어간 부분처럼 크게 꺾인 부분은 모두 둥글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엉덩이에 공기를 넣는다고 생각하면 엉덩이의 두 짝을 나누던 모서리 역시 둥글어지고, 한 개의 덩이만 남을 겁니다. 따라서 명확하게 “엉덩이는 한 개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두 명의 수학자는 문제의 정의가 애매해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엉덩이를 수학적으로 정의할 수 없으니 엉덩이의 개수는 ‘알 수 없음’ 또는 ‘한 개이자 두 개’로 볼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답이 마음에 들었나요? 어떤 것을 고르든 그 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방식과 기준을 따를 거예요. 최일규 교수님이 “엉덩이 개수 논란을 주변에 물어보니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오는 걸 봐서 좋은 질문인 것 같다”라고 한 것처럼 일상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죠.

 

그럼 엉덩이 개수 문제와 비슷한 또 다른 문제를 내볼까요? 위상수학적으로 사람의 몸은 몇 개의 구멍을 가진 도넛과 같을까요? 폴리매스 홈페이지의 관련 게시글로 와서 여러분의 답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명확한 근거를 들어 설명해 수학동아 편집부를 설득하시는 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2021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홍아름 기자 기자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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