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온라인 개최로 전환되면서 만 40세 미 만의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 는 수학계 최고 영예 ‘필즈상’ 시상식은 7월 5일 핀란드에서 열립니다. 누가 영예의 주인공 이 될까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필즈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고등학교 ‘학교(Lyceum) 239’가 있습니다. 교과 과정이 수학과 물리학에 특화된 영재학교죠. 오늘 소개할 후보인 알렉산드르 로구노프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수학과 교수도 이 학교 출신입니다.
로구노프 교수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까지만 해도 연구 실적이 많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2016년 수학계를 들썩이게 만든 논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3차원 이상에서 통용되는 ‘마디 집합’의 면적을 예측한 ‘야우 추측’ 중 하나를 증명한 거예요. 여기서 마디 집합은 함숫값이 0이 되는 원소들의 모임이에요.
함수를 연구할 때 다양한 함수들을 성질에 따라 분류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고유함수’를 잘 알아야 하는데요. 고유함수의 성질은 마디 집합을 관찰하면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고유함수가 3차원 이상일 때엔 마디 집합의 특성을 모른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로구노프 교수가 3차원뿐만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마디 집합 면적의 하한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냈어요.
그의 연구는 함수 연구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석학의 근원적인 내용이라 기하학, 정수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를 기반으로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비유하자면 연산에 기본이 되는 덧셈의 성질을 알아낸 셈이죠.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로구노프 교수의 연구는 수학계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을 잡지도 못한 문제였다”면서, “젊은 수학자가 수학의 근원을 알아내는 데 도전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고 설명했어요.
표도르 나자로프 미국 켄트주립대학교 수리과학과 교수는 “로구노프 교수는 다른 수학자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발굴하고 오랫동안 집중하는 걸 즐긴다”면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시도 때도 없이 토론하기를 원하는데 이런 태도가 훌륭한 연구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로구노프 교수는 다음 필즈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는 젊은 나이지만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받아 이번에 필즈상을 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필즈상은 최대 4명까지 수상하기 때문에 수학의 모든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오지는 않아요. 2018년에는 미분기하학 분야에서 상을 받은 사람이 없어 이 분야 수학자들은 올해 수상자가 나오길 간절히 원할 텐데요. 오늘 소개할 후보는 필즈상 수상자와 함께 연구하며 지도를 받았고, 미분기하학의 중요한 난제를 푼 쑨쏭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예요.
쑨 교수의 연구는 ‘칼라비 추측’과 관련이 있어요. 칼라비 추측이란 ‘켈러 다양체’가 ‘켈러 아인슈타인 계량’을 갖는지를 묻는 거예요.
다양체는 기하학적 대상으로, 엄밀히 말하면 도형은 아니에요. 하지만 한 차원 높은 도형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예를 들어 3차원인 아주 큰 구가 있을 때 구 표면을 기어 다니는 개미는 주변을 2차원 평면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처럼 부분적으로 봤을 때 한 차원 낮은 공간을 갖는 대상을 ‘다양체’라고 해요. 이런 다양체 중 켈러 다양체가 표준이자 최적의 계량이라고 여겨지는 켈러 아인슈타인 계량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것이 문제지요.
켈러 다양체는 ‘칼라비 야우 다양체’, ‘파노 다양체’, 그 외의 ‘일반적인 켈러 다양체’로 구분할 수 있어요. 1978년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 싱퉁 야우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일반적인 켈러 다양체’와 ‘칼라비 야우 다양체’가 항상 켈러 아인슈타인 계량을 갖는 것을 증명해 1982년 필즈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파노 다양체’는 일반적으로 이 계량을 가지지 않아서 수학자들은 어떨 때 갖는지 알아내고 싶어 했지요.
그러던 2015년 쑨 교수는 천슈슝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캠퍼스 교수와 필즈상 수상자인 사이먼 도널드슨 영국 임페리어칼리지 런던 교수와 함께 그 해답을 찾았어요. 해결의 실마리는 켈러 다양체가 안정적인지를 나타내는 ‘K-안정성’이었어요. 그간 수학자들은 켈러 아인슈타인 계량의 존재성을 보이기 위해 해석기하학의 도구를 이용했는데, 쑨 교수와 연구자들은 대수기하학의 도구인 K-안정성에 눈을 돌린 겁니다. 그 결과 파노 다양체가 켈러 아인슈타인 계량을 가질 필요 충분 조건은 K-안정성임을 보였지요.
원준영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미분기하학 연구에서 해석기하학 도구와 대수기하학 도구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었다”며, “이는 앞으로 파노 다양체를 연구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쑨 교수 혼자서 문제를 풀었다면 무조건 필즈상을 수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쑨 교수는 이 연구로 2019년 오스왈드 베블렌 기하학상과 2021년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을 받았는데요. 2022년 필즈상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