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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과 도형이 준 선물


코끼리 무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허풍은 인도에 가자고 아우성이다. 인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잠시 사우디아라비아에 들르는데…. 전통의상까지 차려입고 여행 중인 허풍과 도형을 큰 소리로 부르는 이가 있다. 대체 무슨 일일까?

1 건축가 사우드


“그러니까, 이게 싸움이라고? 싸움?”

“아이참~, 선생님도. 머리에 쓰는 이 천이‘쑤마그’, 천을 고정하는 밴드가‘이갈’, 이 흰옷이‘싸웁’이에요. 몇 번을 알려드려야 하는 거예요?”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허풍 일행. 전통의상으로 갈아입고 숙소를 나온다.

“선생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의 국왕이 초대 왕이래요. 얼마 전에 왕국이 성립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건설이 시작되고 있다네요. 우와~, 저기 보세요.”

도형의 말처럼 수도인‘리야드’는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봐요. 거기 그렇게 서 있으면 위험해요. 어서 이리로….”

거리를 걷고 있던 허풍 일행에게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한다.

“아, 죄송해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요.”

“하하하.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몇십 년간 이 건설 붐은 계속될 거예요. 저는 ‘사우드’ 라고 합니다. 이곳의 건설을 지휘하고 있죠.”

“와~ 대단해요. 이렇게 큰 공사를 지휘하다니…. 그런데 이곳엔 어떤 건물을 짓고 계신 건가요?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 몰려 있는 것 같아요.”

“오, 어린 친구의 눈썰미가 대단하군. 이곳에는 왕실의 서고와 역사를 보관할 도서관을 만들고 있어. 여기 이런 모양의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지.”

사우드가 보여준 도면을 살펴보던 도형은 손바닥을 치며 말한다.

“아, 모눈종이 위에 그려진 이 도형을 뒤집지 않고 회전만 시켜서 가로세로 각 줄에 다섯 칸씩 차지하도록 배치하는 거군요?”
 

모눈종이 위에 그려진 이 도형을 뒤집지 않고 회전만 시켜서 가로세로 각 줄에 다섯 칸씩 차지하도록 배치하는 거군요?
 

“아~, 이걸 이렇게 생각하다니. 놀랍구려. 이보시오. 여행 중이라면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떻소?”

2 마음가짐이 중요한 건축

사우드는 도면을 한 번에 이해하는 도형과 아들 파드가 만났으면 한다.

“집에 가면 딱 너만 한 아들이 있단다.‘파드’라고 하지. 아무래도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적다 보니 녀석과 서먹서먹해. 도형이가 파드와 이야기 한번 나눠 볼래? ”

사우드의 집은 대저택. 허풍은 깜짝 놀라지만, 짐짓 태연한 척 말한다.

“뭐, 경성에 있는 내 친구의 집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웅장하긴 하군요.”

“그렇습니까? 하하. 경성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군요. 기회가 된다면 그곳의 건축기술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허풍은 경성에 있는 여러 건물을 자랑하듯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지요. 경성의 건축가들은 건물에서 생활할 사람들의 마음을 가지고 건물을 만든답니다.”

물론 허풍이 알고서 말하는 건 아니다.

“마음가짐이라….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군요. 언젠가 반드시 이곳에도 경성의 건축가들이 와서 멋진 건물을 지어주길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도형은 집 안을 구경하고 있다.

“저기, 혹시 네가 파드니?”

또래를 만난 도형은 반갑게 인사한다.

“이 저택도 아버지가 설계하신 거니? 굉장해. 정말 멋진 집인 것 같아.”

“그런 거 관심 없어. 어차피 넓기만 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렇지 않아. 잘 봐. 너희 집의 모든 기둥을 점으로 찍어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위치해 있어. 신기하게도 이 점은 모두 어떤 정사각형의 꼭짓점이 돼. 모든 점을 한 번씩만 이어서 말이야.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를 하나하나 모두 계산한 뒤에 설계했다는 뜻이지.”

도형의 말에 파드는 도형이 그린 그림을 슬쩍 쳐다본다.
 

너희 집의 모든 기둥을 점으로 찍어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위치해 있어. 신기하게도 이 점은 모두 어떤 정사각형의 꼭짓점이 돼. 모든 점을 한 번씩만 이어서 말이야.
 

3 아버지의 마음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집일 뿐이잖아. 쓸데없이 연관 짓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파드의 마음은 꽁꽁 닫혀 있다.

도형과 파드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거실에서는 허풍과 사우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성에서는 말입니다. 최고의 건축가를 ‘도편수’ 라고 부릅니다. 이 사람들은 건축에 들어갈 나무 하나도 정성을 다해 고르죠.”

“그렇게나 정성을 쏟다니 상상할 수 없군요. 그 사람들은 어떤 건물을 만듭니까?”

사우드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건축가의 세계에 굉장한 흥미를 보인다. 특히 마음가짐이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모양이다.

“예전에는 임금님의 명을 받아 건물을 만들었지요. 도편수는 그 정도로 귀하고 힘든 직함이랍니다. 그들은 성문을 비롯해 나라의 기초가 되는 것들을 만든답니다.”

“나라의 기초라…. 저도 이 나라의 기초를 만든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 아들이 살아가며 자랑스러워 할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참, 그나저나 들어오다가 본 건데 말입니다. ★ 표시가 돼 있는 방이 있던데, 어떤 표시입니까?”
 

바뀔 다섯 개의 방은 어느 두 방을 선택해도 각각 서로 다른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죠.
 

“아, 별것 아닙니다. 다른 아빠들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제 아들 파드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파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방을 바꾸려고 표시해 두었죠.”

“이렇게 많은 방을 다 바꾸시려고요?”

“이 중 다섯 개의 방만 바꿀 거예요. 후보로 뽑아놓았던 거죠. 바뀔 다섯 개의 방은 어느 두 방을 선택해도 각각 서로 다른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죠.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어려서부터 퍼즐을 좋아하는 녀석이 재미있었으면 하고 만든 거니까요. 맞혀 보시겠어요? 바뀔 방이 어딘지?”

4 마음의 문을 연 파드

“파드, 너는 이 집이 싫은 거야?”

도형은 사우드 아저씨가 했던 ‘아들과 서먹서먹해졌거든’ 이라는 말이 귀에 맴돈다.

“나는 우리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세계일주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어. 우리집이 최고라는 것을 말이야.”

도형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리 집은 이런 대저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집이야. 그래도 우리 아빠가 직접 만드신 아주 아름다운 집이지.”

“너희 아버지도 건축가시니?”

“건축가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목수셔. 그래도 하시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계시지.”

“난 건축가 아버지보다 내 곁에 있어 주는 아버지가 더 좋아.”

파드는 자신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도 항상 바쁘셨어. 그래도 나는 아버지가 바쁜 만큼 우리 집처럼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날 거란 생각에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어.”

“그래…, 너희 아버지도 몇 달씩 집을 비우시니? 근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럴 때도 있지. 물론. 난 이 집을 지으신 너희 아버지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너랑 서먹서먹하다고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버지도 저런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걱정됐어. 경성에 돌아가면 잘해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파드.

“아버지는 ‘언제나 한결같은 건물을 만들고 싶다’ 고 말씀하셨어. 그런 뜻으로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건물 안쪽에 숫자를 적어 놓으셨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윗줄의 합과 아랫줄의 합이 같고, 각 열에 적힌 두 숫자의 곱이 같도록 숫자를 적어 두시는 거구나. 우와 대단해.”
 

윗줄의 합과 아랫줄의 합이 같고, 각 열에 적힌 두 숫자의 곱이 같도록 숫자를 적어 두시는 거구나.
 

★ 아버지를 감동시킨 파드

“파드, 너희 아버지는 건물이 문제없이 지어지고 있음을 더해도 같고 곱해도 같은 완벽한 숫자를 통해 나타내고 계신 거야. 한결같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너희 아버지 진짜 멋지시다.”

도형의 말을 들은 파드는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어진다. 도형과 함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간 파드. 아버지 품에 안기며 말한다.

“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아요. 사실은 아버지가 항상 자랑스러웠어요. 그런데 아버지만 보면….”

사우드는 파드를 꼭 안아준다.

“난 그저 파드에게 미안한 마음에 먼 곳에서 온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초대한 것뿐인데…. 내가 너무 큰 선물을 받았구나. 정말 고맙다, 도형아.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서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허풍씨. 나중에 또 놀러오세요.”

허풍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하하. 아닙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의 여행이란 정말 힘든 것이죠. 초대를 받아 정말 감사했습니다.”

파드와 도형은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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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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