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역설 나라의 앨리스] 제1장. 역설 속으로!

‘역설’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년 동안 역설 나라 곳곳을 둘러볼 예정인데요, 첫 시간이니 오늘은 역설의 다양한 예시를 살펴보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역설, 그것은 진리로 꽃피워날 씨앗이다.” 

- 벨기에의 생물학자 레오 에레라

 

역설이란 문제 없어 보이는 전제들로부터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결론이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론이 도출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도형이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펜로즈의 삼각형’이 역설의 대표적인 예시이지요. 보통 역설은 재미있는 말장난이나 흥미로운 퍼즐의 소재 정도로만 여겨집니다. 그러나 역설은 인간의 사고방식이 지닌 한계와 그것을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는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역설은 19세기 이후 수학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 체계로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있다는 ‘괴델의 역설’이에요. 이 역설은 수학자들이 ‘더 나은 수학 체계’를 찾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됐고, 그 과정에서 수학은 옛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밀함과 아름다움을 갖춘 학문으로 거듭났습니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러드 밴 오먼 콰인은 그의 저서 <;역설의 길과 기타 에세이>;에서 이런 역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바로 ‘진실 역설’, ‘허위 역설’, 그리고 ‘이율 배반’입니다.

 

 

 결론이 예상 밖인 ‘진실 역설’

 

진실 역설이란 논증 과정과 결론 모두 올바른데, 단지 결론이 우리의 예상과 너무나 달라서 역설이라고 느끼는 상황입니다. 진실 역설의 대표적인 예시로 생일 역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고, 그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답을 적어 보세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 글의 맨 끝에 숨겨두겠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예상보다 작은 값일 겁니다. 

 

수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진실 역설의 예시로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이 있습니다. 케이크를 몇 조각으로 나눈 뒤, 각 조각을 적당히 회전시키고 재배치하면 원래의 케이크와 같은 크기의 케이크를 두 개 만들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케이크가 무한히 많은 점으로 이뤄져 있다면 이 역설은 놀랍게도 참입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이 참인 이유는 현재 수학 체계가 원소가 있는 집합에서는 선택을 무한 번 할 수 있다는 ‘선택 공리’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선택 공리는 수많은 진실 역설을 만들어내, 선택 공리를 수학 체계에 포함할지 말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지요. 이 논쟁은 수학사에 있어 가장 큰 논쟁 중 하나입니다.

 

 눈속임으로 생기는 ‘허위 역설’

 

논증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도출되는 상황을 허위 역설이라고 합니다. 아래의 ‘1 = 2’ 증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위 논증 과정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검토해 보면 인수분해한 식을 5번째 줄에서 a-b로 나누는 것은 곧 0으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잘못된 행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 논증 과정은 마치의 양변을 0으로 나눠 1 = 2를 유도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결론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율배반’

 

이율배반은 세 유형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심오한 유형입니다. 이율배반이란 논증 과정이 모두 올바른데 결론이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율배반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거짓말쟁이 역설’입니다. 

 

이 문장은 거짓이다. 

 

위 문장이 참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문장의 내용에 의해 위 문장은 거짓이 됩니다. 즉 모순입니다. 그럼 이번엔 위 문장이 거짓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위 문장의 부정인 ‘이 문장은 참이다’가 성립합니다. 따라서 위 문장은 참이 됩니다. 이것 또한 모순이므로 위 문장은 참이어야 합니다. 이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바로 거짓말쟁이의 역설입니다.

 

역사적으로 수학자들은 거짓말쟁이 역설이 언어에서만 나타나는 역설이라고 생각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쟁이 역설은 자기모순적인데 숫자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일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숫자들의 연산은 그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나 20세기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은 매우 독특한 방법을 사용해서 거짓말쟁이 역설을 산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모든 수학적 체계에는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최정담
  • 진행

    홍아름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엠케이
  • 디자인

    김세영

🎓️ 진로 추천

  • 철학·윤리학
  • 수학
  • 언어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