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청심ACG수학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수학도 아니면서 미술이나 음악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이상한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도대체 이 대회는 정체가 뭘까? 또 대회 참가자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냈을까?
세상 모든 것을 수학의 눈으로 바라보자!
수학대회 문제로 화가 몬드리안과 동요 어머님 은혜가 등장한 이유는 바로 미술과 음악에도 수학 원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몬드리안은 캔버스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사각형으로 분할하는 형태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이때 황금비를 즐겨 사용했다. 또 베토벤은 곡을 만들 때 황금비에 해당하는 소절에 특정한 부분을 반복시켰다.
청심ACG수학대회 본선에서는 이처럼 수학이 아닌 분야를 수학의 눈으로 살펴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를 발견하고 적용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단순한 문제풀이 실력이 아닌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미술과 음악을 융합한 문제 외에도 ‘홍길동이 왕위에 오른 율도국의 연간 최대 쌀 생산량을 율도국의 화폐 단위로 답하라’는 이색적인 문제도 눈길을 끌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같은 문제를 처음 접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팀별로 수학적인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학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 이를 포스트잇에 적어 뒀다. 참가 팀 중 초등 6팀은 미술과 음악을 융합한 문제에서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가장 굵은 줄 3개가 악보의 마디를 나눠 주는 것 같다”는 단서를 얻은 뒤, 멜로디언과 리코더를 이용해서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이 이내 각자가 가진 창의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협력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평가한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처음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은 조금씩 사라지고, 오히려 이곳 저곳에서 참가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학대회를 치르는 현장이 마치 놀이하듯 즐기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날 한 팀을 이뤄 문제를 푼 아이들은 모두 처음 만난 아이들이다. 대회 전에 무작위로 추첨을 해서 초등부는 4명, 중등부는 3명씩 한 팀을 이루게 했기 때문이다. 각 팀의 구성원은 초등부의 경우 4학년과 5학년 1명씩, 그리고 6학년이 2명씩 한 조를 이루도록 했고, 중등부는 1~3학년이 한 명씩 세 명이 한 조를 이뤘다. 대회 준비와 진행을 맡은 청심ACG수학대회 운영본부 이항녕 과장은 “처음 만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역시 이번 대회의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청심ACG수학대회는 팀원들과 활발히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전체 평가 항목의 50%를 차지한다.
심사위원들은 팀원들이 어떻게 의견을 맞춰 나가는지, 다툼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세세히 평가했다. 특히 도시락을 먹고 정리하는 것까지 참고할 정도로 깐깐하게 참가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초등부에서는 김수연(신중초 4), 김재니(낙생초 5), 박민철(서현초 6), 최현택(서일초 4) 학생이, 중등부에서는 구도윤(청심중 1), 김채원(광주중앙중 3), 이승윤(청심중 2) 학생이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학생들은 처음 만난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끼리 역할분담을 잘했을 뿐 아니라, 수학적인 근거를 잘 찾아 문제의 답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에 참가한 서강초등학교 6학년 이용진 군은 “학년에 관계 없이 평등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여러 과목을 수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참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참가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ACG에듀에서는 내년에도 수학대회를 비롯해 역사대회와 국어대회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력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