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핑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와이 출신의 수영선수 듀크 카하나모쿠(Duke Kahanamoku)는 20세기 초 서핑을 전파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서핑(숏보드)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습니다.
올림픽 서핑 경기가 펼쳐진 일본 동부 쓰리가사키 해변은 도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서핑 예선 경기를 시작한 7월 25일부터 8호 태풍 ‘네파탁’이 일본 동부로 접근했습니다. 그로 인해 쓰리가사키 해변의 파도가 거세지면서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7월 27일 결선을 진행해야 했죠.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한국서핑국가대표 감독)는 결선 해설도중 “서핑하기에 좋은 파도가 오는 곳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기술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사상 첫 서핑 경기의 금메달을 가져간 주인공은 브라질의 이탈로 페레이라(27남자부)와 미국의 카리사 무어(28여자부)였어요. 특히 페레이라는 시골 어부의 아들로, 서핑 보드가 없어 물고기를 담는 박스의 스티로폼 판자 뚜껑을 이용해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죠.
선수들이 서핑 보드 위로 올라서면 보드와 선수의 무게가 바다 표면의 물을 아래로 밀어내고 그와 동시에 부력이 작용해 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가 적용된 서핑 보드의 제작 기술은 회사마다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핑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파도입니다. 선수가 어떤 파도를 잡아타는지에 따라 펼칠 수 있는 기술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도는 바람에 의해 바다 표면 위의 물 입자가 가속될 때 잔물결을 일으키며 생겨납니다. 잔물결이 점점 더해지면 파도의 파고가 커집니다. 파고는 파도의 최고점(마루)과 최저점(골)의 높이 차이를 말합니다. 파고가 커질수록 파도를 원래의 평평한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중력이 크게 작용하고 그 결과 파도는 점점 더 크게 요동칩니다.
파도의 속도를 파악해 올라타기
파도의 움직임은 아래와 같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유체의 흐름을 설명하는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은 세계 7대 수학난제로 여전히 정확한 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자들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여러 근사해를 구할 수 있는 식을 개발해 해류의 흐름이나 파도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론 페드키우(Ron Fedkiw)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가 1999년 처음으로 이 방정식의 근사해를 CG 시뮬레이션에 적용했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2006)’에서 거센 파도를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죠.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 선수는 특유의 감각을 이용해 자신이 구사할 기술에 적합한 파도를 찾아야 합니다. 파도가 해안가에 다가설 때, 밑바닥의 지형이 평평할수록 파도를 굴절시키면서 해안면과 수평이 되도록 만드는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이때 일정 높이 이상의 파도가 일렬로 나란하게 몰려올수록 선수들이 이용하기 좋죠.
파도를 향해 헤엄치던 선수들은 적합한 파도가 왔다고 판단되면 보드를 해안가 쪽으로 돌려 파도와 같은 방향으로 헤엄치기 시작해요. 충분한 속력이 붙었을 때 보드에 오른 다음 해안선과 나란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지나며 서핑 기술을 선보이게 됩니다. 서핑 보드 바닥에 달린 지느러미 구조인 핀(fin)을 이용하고 몸의 균형을 조정해 보드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올라선 파도가 다소 약해 스피드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 이사는 “몸무게를 이용해 보드를 누르고 파도의 작은 굴곡을 오르내리는 펌핑 기술로 속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번에 페레이라 선수의 경우 펌핑으로 파도에 다가선 뒤, 최고점에서 회전하는 ‘탑 턴’ 기술과 안정적인 착지 동작을 보여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