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유태인입니다. 유태인은 세계인구의 0.2%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100대 부자의 20%를 차지하며 세계의 돈줄을 쥐락펴락하고 있지요. 유태인은 어떻게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많이 나오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답니다. 우리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유태인의 금융 조기교육
유태인으로 태어난 아이는 13세가 되면 ‘바르 미츠바’라고 불리는 성인식을 합니다. 성인식에 참석한 일가친척은 아이가 앞으로 훌륭하게 자라길 기원하며 돈을 주지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 때 축의금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돈을 모으면 많게는 우리나라 돈으로 5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는군요. 어마어마하죠? 유태인을 부러워하는 독자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군요. 성인식을 치른 학생은 이 돈을 예금하거나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진짜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을 접하고 투자도 하며 관심을 갖고 자란다는 점입니다. 금융과 관련된 조기교육을 받는 셈이지요. 성인이 되어 금융전문가가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주식으로 회사의 주인 되기
유태인의 성인식 풍습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우철이에게 들려줬더니, 내년에 자기도 성인식을 하자고 하네요. 유태인만큼 많은 돈을 줄 수는 없고, 내년쯤 100만 원 정도를주고 마음껏 투자해 보라고 할 생각입니다. 우철이는 액수에 좀 실망하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투자를 한다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철 : 그런데 주식이나 채권이 뭐야? 그게 뭔지 알아야 투자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아빠 : 좋은 질문이구나.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를 처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돈이 필요하지 않겠니? 공장을 지어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니까.
우철 : 그렇겠지.
아빠 : 회사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이 돈을 내면, 회사는 돈을 낸 사람에게 주식이란 걸 발행해서 나눠준단다. 예를 들어 네가 1억 원을 냈다면 너에게 1억 원어치의 주식을 주는거지. 주식을 가진 너는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거고. 만일 이 회사가 총 1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발행했다면 1억 원어치를 가진 너는 그 회사의 1/100만큼의 주인이 되는 셈이란다.
우철 : 그럼 회사의 주인이 여러 사람이 되겠네?
아빠 : 그렇지. 주식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주인이라고 할 수 있어. 대신 돈을 많이 낸 사람이 회사에 대한 권리를 더 많이 갖게 되지.
우철 : 돈만 많으면 김연아 누나가 광고하는 회사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우철이는 신기한 듯 눈이 동그래지며 질문을 연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철이는 경제와 금융이라는 세계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철 : 그런데 주식을 사서 어떻게 돈을 벌어?
아빠 : 만일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회사의 가치는 처음 100억 원보다 높아지겠지? 예를 들어 회사의 가치가 200억 원으로 두 배가 됐다면 1억 원을 주고 산 네 주식의 가치도 두배인 2억 원이 된단다. 다른 사람에게 네 주식을 2억 원에 판다면 1억 원을 버는 셈이지.
우철 : 하지만 회사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 그러면 손해를 볼 수도 있겠네?
아빠 : 그렇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주식의 가치도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되는 거란다.
우철 : 아! 지난번에 이야기한 위험이라는 거구나?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던 거.
아빠 : 잘 기억하고 있구나. 내년에 정말 100만 원을 줄 테니 한번 투자해 보도록 해. 대신 발전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골라서 투자해야 한단다.
우철 : 난 삼성전자 주식을 살 거야. 100만 원어치 사면 삼성전자 공장의 기둥 하나 정도는내 것이 되겠지. 히히.
아빠 : 하하하.
채권은 회사와의 약속
우철이와 나눈 대화처럼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되어 회사와 운명을 함께한다는 뜻입니다. 경제 상황이나 회사의 운영 상태에 따라 주식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사에 투자하는 방법이 주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사는 방법도 있어요.
채권을 산다는 것은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이자를 약속받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을 말합니다. 채권은 종이로 만들어진 증서인데 여기에는 ‘액면가’와 ‘만기’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4월 5일에 90만 원을 주고 만기가 2011년 4월 5일인 액면가 100만 원짜리 채권을 샀다고 생각해 봐요. 이 채권을 가지고 만기일인 2011년 4월 5일에 회사를 찾아가면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90만 원을 1년 동안빌려 준 대가로 100만 원 - 90만 원 = 10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자율은 $\frac{(100만 원 - 90만 원)}{90만 원}$× 100 = 11.11(%)가 됩니다.
이와 같이 개인이나 은행은 채권을 사는 방법으로 회사에 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돈으로 회사는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에도 위험이 있답니다. 일어날 확률은 적지만, 돈을 빌려간 회사가 망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는 빌려 준 90만 원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전문가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다음 호에서 알아보도록 해요. 힌트를 주자면 위험을 깨닫고 미리 대비하기 위해 주가의 움직임, 이자율의 움직임, 회사의 부도확률 등을 수량으로 나타내는 계량화 과정이 필요하답니다. 이를 위해서 수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주식시장에 나타난 황소
한국거래소 로비에는 황소가 뿔로 곰을 들이받는 동상이 있다. 황소는 공격할 때 뿔을 위로 들어올린다. 주식시장도 황소처럼 위로 올라가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곰은 앞발로 내리치며 공격하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하는 모습을 뜻한다.
진정한 부자 워런 버핏
2008년 미국 경제전문지‘포브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워런 버핏을 소개했다. 유태인인 버핏은 11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투자회사의 회장으로 있으며 투자로 벌어들인 재산이 70조 원을 넘는다.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 재산 중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기부천사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