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탕이라니, 정말 설렌다! 개미굴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라 짐을 어떻게 싸야 할지 모르겠어. 다행히 우리의 대장인 맏언니가 짐을 싸준다고 하네! 언니는 정말 동생들밖에 몰라.
맏언니 개미가 동생들을 잘 챙기는 것이 단순히 우애가 좋아서라고 생각했나요? 사실 개미는 사회성이 유달리 높다고 알려진 동물입니다. 특히 일개미는 자신의 번식마저 포기하고 자신의 자매와 여왕개미를 돌보기까지 하죠. 개미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서로를 돕고 돌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타성을 설명하는 생물학 이론에서는 여러 수학적 방법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개념이 ‘근연도’입니다. 근연도란 이타적 행동을 하는 목적이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는 데 있다고 보고 개체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맏언니 개미처럼 이타적 행동을 하는 ‘행위자’와 막내 개미처럼 이타적 행동으로 수혜를 받는 ‘수혜자’가 있을 때, 행위자와 수혜자가 유전자를 ‘개체군의 평균보다 더’ 공유할 확률을 말하죠.
아래 그림처럼 손실을 감수하며 남을 돕는 ‘이타주의자(행위자)’와 이득을 받기만 하는 ‘배신자(수혜자)’가 절반씩 있는 가상의 개체군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타주의자는 상대가 생존할 수 있게 상대를 돕지만, 배신자는 오로지 이득만 받고 돕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생존하지 못합니다. 개체군을 네 개의 집단으로 나눠 그 안에서만 교류가 이뤄진다고 할 때, 그림의 ①번 경우는 무작위로 상대방을 만나니 이타주의자 입장에서는 상대방도 이타주의자일 가능성이 50%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는 처음에 이타주의자가 아무리 높은 비율로 있었다고 해도, 결국엔 배신자가 득세하고 이타주의자는 사라집니다. 이타주의자는 호의를 베푸느라 손실을 감수하지만, 배신자는 그런 손실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림의 ②번 경우에서는 이타주의자가 이타주의자를 만날 가능성(100%)이 개체군의 평균(50%)보다 더 높습니다. 이 경우 이타주의자의 유전자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죠. 이타주의자가 배신자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①번보다 ②번의 근연도가 높다고 하죠. 이타주의자끼리 또는 배신자끼리 더 많이 만나야 이타성이 전달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근연도는 개체군 평균에 비해 행위자와 수혜자가 유전적으로 얼마나 더 유사한지 알려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근연도 = (이타주의자가 이타주의자를 만날 가능성)-(이타주의자가 배신자를 만날 가능성)’과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기꺼이!
개미는 나이가 들수록 어린 개미를 배려하는 행동을 합니다. 인간이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미는 어린 일개미가 아니라 대부분 늙은 일개미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만약 젊은 개미가 밖에서 일하다 죽으면 늙은 개미보다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개미가 죽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집단의 차원에서는 큰 손해죠.
1964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도널드 해밀턴은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본을 후대에 전하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친족들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자손을 낳는 것뿐만 아니라 친족을 돕는 행위 역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죠. 이를 ‘포괄적합도 이론’이라고 합니다.
포괄적합도 이론은 수학적으로 ‘해밀턴 규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개체가 손실(C)을 감수하면서 r만큼의 근연도를 갖는 상대방에게 이득(B)을 주는 이타적 행동을 해서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려면, rB-C>0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B>라면 개체는 C라는 손해를 보겠지만, 친족을 도울 때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가능성이 커서 이타적 행동을 합니다.
이를 통해 이타적 행동을 결정하는 조건은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이타적 행동이 주는 이득과 손실을 따져보는 ‘생태적 요인’도 무척 중요함을 알 수 있죠. 즉 아무리 근연도가 높더라도 ‘손실 대비 이득(C/B)’보다 작으면 이타적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 요인으로 늙은 개미가 어린 일개미를 배려하는 이타적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볼 수 있죠. 진화생물학에서는 개미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도 포괄적합도 이론과 해밀턴 규칙에 따라 이타적 행동을 한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