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흠, 우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가 칠교놀이란 말이지? 칠교놀이는 정해진 크기의 7조각을 조합해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놀이야. 직각삼각형과 정사각형, 평행사변형으로 이뤄져 있지. 7개의 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은 무궁무진한데, 사람이나 동물 모양처럼 의미가 있는 배열은 약 1000가지 정도라고 알려져 있어.
칠교놀이는 조선시대에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해. ‘칠교도’와 ‘칠교해’라는 조선시대 책에는 칠교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모양들이 나와 있지.
언뜻 보면 칠교놀이가 매우 단순한 놀이 같지만, 사실 칠교놀이에는 어마어마한 수학 원리들이 담겨있어. 지금부터 나, 수학 천재 수동과 하나씩 깊게 파고들어 보자고!
칠교놀이의 원리는 분할합동!
먼저 어른들이 낸 문제를 볼게. 7개 조각으로 문제의 세 다각형을 모두 만들 수 있을까? 답은 ‘만들 수 없다’야. 어떻게 보자마자 알았냐고? 그건 칠교놀이의 기본적인 원리가 바로 ‘분할합동’이기 때문이야.
2차원의 다각형 P와 Q가 있을 때, P를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눈 뒤 그 조각을 잘 조립해 Q를 만들 수 있으면, P와 Q를 ‘분할합동’ 관계라고 불러. 칠교놀이는 7개의 조각으로 다양한 모양의 다각형을 만드니까, 칠교도에 실린 모든 다각형은 분할합동 관계라고 할 수 있지.
분할합동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넓이가 같아야 해. 그럼 다시 문제로 돌아가 볼게. 꽃처럼 생긴 ③번 다각형을 보면 제일 아래 있는 삼각형은 칠교에는 없는 조각이야(오른쪽 아래 그림 참조). 따라서 ③번 다각형은 칠교 조각으로 만든 ①, ②번과 넓이가 달라서 분할합동이 아니야. 즉 어른들이 세뱃돈을 주지 않으려고 속임수를 썼다는 걸 알 수 있지(찌릿).
넓이만 같으면 모두 분할합동일까?
그럼 넓이가 같으면 모두 분할합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한 건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월리스였어. 1807년 월리스는 2차원에서 두 다각형이 분할합동이면 넓이가 같다는 것과, 반대로 넓이가 같으면 분할합동이라는 것을 증명했어(77쪽 참조). 비슷한 시기에 프로이센의 수학자 파울 게르빈과 헝가리 수학자 보여이 퍼르커시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증명했어. 그래서 이 정리를 ‘월리스-보여이-게르빈 정리’라고 불러.
이렇게 모든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지만, 수학자들이 누구니? 끊임없이 사고하고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아니겠어? 수학자들은 월리스-보여이-게르빈 정리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에서도 성립하는지 궁금했던 거야.
결국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가 1900년에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부피가 같은 두 다면체가 있을 때, 다면체 하나를 유한개로 잘라 다른 다면체로 조립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어.
싱겁게 끝나버린 힐베르트 3번 문제
힐베르트는 이 자리에서 20세기에 꼭 풀어야 할 문제 23개를 발표했는데, 3차원에서의 분할합동 문제는 3번 문제였지. 8번 문제는 아직까지 미제로 남겨진 ‘극악무도한’ 리만 가설이야.
하지만 3번 문제는 리만 가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머쓱할 정도로 금방 풀렸어. 같은 해 힐베르트의 제자인 막스 덴이 이 문제의 답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거든.
이 문제가 어려웠던 건 3차원에서는 면과 면이 만나 이루는 각, 즉 이면각이 있기 때문이었어. 덴은 면과 면이 만나 이루는 모서리의 길이와 이면각의 정보를 담고 있는 새로운 불변량인 ‘덴 불변량’을 만들었어. 덴은 3차원 다면체가 분할합동이려면, 부피뿐만 아니라 덴 불변량도 같아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어. 그는 알기 쉽게 부피가 같은 정육면체와 정사면체의 덴 불변량을 비교했고, 서로 값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지. 즉 부피만 같다고 두 다면체가 분할합동은 아니라는 거야.
고차원에서의 힐베르트 문제는 아직 ‘ing’
하지만 덴은 명제를 뒤집은 ‘부피와 덴 불변량이 같은 다면체 P와 Q는 분할합동이다’라는 사실은 증명하지 못했지. 이를 해낸 건 1965년 스위스 수학자 장 피에르 시들러였어. 이 증명은 책 한 권에 이를 정도로 길고 어렵지.
그럼 4차원 이상에서 분할합동은 어떤 조건을 가질까? 대부분의 연구자는 덴 불변량을 변형해서 사용해. 덴 불변량은 3차원에서 차원이 2만큼 차이나는 모서리(1차원)의 길이와 이면각을 이용하잖아. 이 점에 착안해 4차원에서는 1차원 낮은 3차원 공간과 공간이 만나 이루는 면(2차원)의 넓이와 이면각을 이용하는 거지.
이런 접근으로 4차원에서의 분할합동 조건 역시 시들러가 밝혀냈어. 시들러는 4차원에서도 3차원과 마찬가지로 부피와 덴불변량이 같으면 분할합동이라는 것을 증명했어. 하지만 5차원 이상에서 분할합동을 증명하는 일은 아직 멀어 보여. 전세계의 여러 수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거든. ‘업그레이드’된 21세기 힐베르트 3번 문제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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