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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왜 어느 국가는 방역이 잘 이뤄지고 어느 국가는 그렇지 못할까요? 아무리 좋은 방역 정책이 있다고 해도 사회 구성원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사회에서 ‘협력’은 당연한 선택지가 아니거든요. 개인이 협력할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을 협력으로 가져올 방법은 무엇일까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다들 마스크를 쓸 거예요. 마스크 착용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일상이 됐죠.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당연한 일은 아니에요. 2020년 6월 29일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과 아메리카 국가의 마스크 착용률이 아시아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아시아 국가의 마스크 착용률은 90%를 넘지만, 미국은 71%, 영국은 31%, 북유럽 국가들은 5%로 집계됐어요.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마스크조차 안 쓰다니! 잘 이해가 가지 않죠?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들 나라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보건당국과 전문가 사이에서 마스크 착용의 효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고, 정치 지도자도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어요.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 수칙을 전세계인이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0년 8월 4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인의 선택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어요. 게임이론은 개인이 얻는 이득과 비용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분석하는 수학의 연구 분야입니다.


스웨덴 차머스공과대학교 연구팀은 개인에게 방역에 협력하거나 협력하지 않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보고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스크 착용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협력이라 할 수 있겠죠. 그 결과 전염병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방역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수록 방역 지침에 협력할 확률이 높아졌어요.

 

협력할지 배신할지 선택하라!


줄리 로울렛 차머스공대 수학과 교수와 칼 호아르칼손 차머스공대 수학과 박사과정생은 전염병이 퍼진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두 명의 행위자만 존재하는 상황을 알아봤어요.
전염병이 퍼진 세상에 ‘수동’과 ‘수리’ 단 두 사람만 존재하고, 서로 전염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두 사람에겐 각각 마스크 쓰기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협력’과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배신’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이때 둘은 선택지에 따른 이득과 비용을 모두 고려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동과 수리는 각각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마스크를 착용하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득이 생깁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매일 쓰는 것은 비용이 드는 일이에요.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함 등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동이 협력한다면 수리는 배신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선택입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답답함을 견디지 않아도 상대의 마스크 착용으로 전염병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동이 배신한다면 수리 역시 배신하는 것이 협력하는 것보다 더 이득입니다. 상대가 배신하는 상황에서 협력에 대한 이득은 배신할 때의 이득인 0보다도 작기 때문입니다.


내시 균형은 ‘협력하지 않는 것’

 


결국 두 사람이 ‘배신’을 선택할 때 ‘내시 균형’을 이룹니다. 내시 균형이란 상대의 행동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할 때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각자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내렸지만, 결국 가장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죠. 이러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다 보니 서로에게 가장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은 금방 퍼질 겁니다. 개인이 협력을 선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협력이 배신보다 이득이 될 때 합리적인 개인은 협력을 선택합니다.


차머스공대 연구팀은 협력자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정보’에 주목했습니다. 정보가 개인의 행동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빠르게 개인에게 전달될수록 협력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정확한 정보란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감염병 전파를 예측할 때 쓰이는 ‘SIS 수리모형’을 활용했습니다. SIS 수리모형은 인구를 감염될 수 있는 취약군(S)과 감염자(I)로 나누고 시간 흐름에 따라 감염자 수의 변화 추이를 예측하는 수학 모형입니다. 이 수학 모형에 ‘정보’라는 변수를 추가하고 협력자와 배신자가 혼재된 사회의 감염률을 수식으로 나타냈습니다. 모형을 컴퓨터로 모의실험해 그래프로 나타낸 결과, 개인에게 정확한 정보가 빠르게 제공될수록 협력자의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협력이란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전염병의 전파 속도보다 빠를 때 감염률이 감소했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상황에서 정보는 많은 전문가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입니다. 조성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2020년 11월 9일 ‘코로나19의 재유행 예측과 효과적 대응’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국민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19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집단 방역 효과 보려면 사회적 압력을 개인적 손해보다 높여야


김필원 UNIST 수리과학과 교수님은 전염병 상황에서 집단 방역 효과를 게임이론으로 알아보는 방식도 제안했습니다. 전체 인구 중 마스크 착용률이 특정한 비율(r)을 넘으면 집단 방역 효과를 모두가 누릴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죠. 


  마스크 착용률이 r보다 아래에 있다면 협력을 선택한 사람들은 자기 보호라는 이득만 얻습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r을 넘어서면 모두가 집단 방역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마스크 착용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r 이상이어야 최대 이득을 얻는 거죠. 마스크 미착용자는 사회적 압력의 크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달라집니다. 마스크를 쓸 때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나 마스크를 사는 데 쓰는 비용에 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크게 느끼면 마스크를 쓰는 선택이 더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마스크 착용자의 비율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적 압력과 개인적 손해를 수치화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마스크 미착용자가 받는 사회적 압력의 수준을 마스크 착용자가 받는 개인적 손해보다 얼마나 세게 조정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2020년 8월 4일 스위스 심리학 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사이콜로지’에 일본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주변 눈치’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나카야치 가즈야 일본 도시샤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팀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와 빈도를 조사해 최고치가 1인 지수로 나타낸 결과, ‘다른 사람이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0.44로 가장 높게 나타났어요. ‘자신의 감염 방지’라는 응답은 0.06이었죠. 나카야치 교수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하는 데는 모두가 하고 있다는 동조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김연진 기자 기자
  • 도움

    김필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 장봉수(UNIST 수리과학과 교수), 이인호(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참고자료

    Carl-Joar Karlsson, Julie Rowlett ‘Decisions and disease: a mechanism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 일러스트

    이창우
  • 디자인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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