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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점으로 쓰고 손으로 읽는다!

시사 기획➊

손끝에서 느껴지는 작고 볼록한 점 6개.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이 볼록한 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글자인 ‘점자’다. 그런데 왜 점으로 문자를 만들었을까? 또 점은 왜 6개일까?
점자는 비장애인에게 낯선 글자지만, 엄연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또 하나의 문자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점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자.


궁금증 1 왜 ‘점’으로 만든 걸까?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글자인 점자는 말 그대로 ‘점으로 만든 문자’다. 볼록한 점을 손끝으로 만져 글자를 읽는다. 6개의 점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여 글자를 대신하는 점자는 마치 암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는 왜 ‘점’으로 만들었을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글자가 처음부터 점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직선이나 곡선으로 된 글자 모양 그대로를 나무판에 파거나, 양초를 굳혀 볼록하게 만들어 썼다. 그러나 선으로 된 글자를 촉각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글자의 크기가 손바닥만큼 커야 글자의 모양을 구별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볼록한 글자를 쓰자니 글자 모양 그대로 볼록하게 쓰는 도구도 없어 무척 불편하다. 결국 시각장애인을 위한 글자는 그림❶과 같이 선으로 된 글자를 그대로 쓰다가 그림❷와 같이 점선으로 된 글자를, 그러다가 마침내 그림❸과 같이 점으로 된 글자를 쓰게 됐다.

점자는 1834년 프랑스의 시각장애인이었던 루이 브라유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원래 프랑스의 군인 니콜라스 바루비에가 작전내용을 암호로 보내기 위해 개발한 것을 브라유가 시각장애인용 글자로 이용한 것이다. 브라유가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오늘날 사용하는 점자가 완성됐다.


궁금증 2 점자의 점은 왜 6개일까?

점자는 일반적으로 6개의 점으로 이뤄져 있다. 점의 개수가 6개인 것이 수학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어는 20개에서 30개 사이의 구성요소를 가진다. 영어의 경우 A부터 Z까지 26개이고, 한글의 경우 자음 13개와 단모음 10개로 총 23개다. 여기에 숫자와 문장부호, 한글의 경우 이중모음이나 된소리 등을 표현하려면 20개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가 필요하다. 게다가 한글의 경우 초성에서 쓰이는 자음과, 종성에서 쓰이는 자음을 다르게 표기해 더 많은 경우의 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점자가 만들 수 있는 모양은 총 몇 가지일까? 이건 조합의 원리로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점자의 점 하나는 볼록한 경우와 볼록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한 점이 나타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다. 따라서 점이 2개면 2×2=4개, 점이 3개이면 2×2×2=8개로 점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경우의 수는 2배씩 커진다. 즉 점 다섯 개를 사용하면 32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데, 32개로는 부족해 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점 6개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6}$=64개로, 한글을 나타내기에 적당하다.
게다가 6은 2와 3을 약수로 갖는 숫자라서 점을 가로 2개, 세로 3개인 직사각형으로 배열할 수 있다. 그림❹~❻과 같이 똑같은 점 6개를 배열하더라도 원이나 삼각형보다 직사각형으로 배열했을 때, 공간을 낭비하지 않아 효율적이다.


궁금증 3 점자, 언어마다 같을까? 다를까?

영어는 알파벳, 중국어는 한자, 일본어는 히라가나, 그리고 한국어는 한글을 쓴다. 그렇다면 점자는 어떨까?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같은 점자를 쓸까?

결론부터 말하면 언어마다 점자도 다르다. 영어에는 영어점자가, 한글에는 한글점자가 따로 있다. 점자는 보통 그 나라의 문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영어점자로 쓴 ‘애플(apple)’과 한글점자로 쓴 ‘사과’는 같은 뜻이지만, 그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한글점자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한글점자는 1894년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홀 여사가 처음 만든 한글점자는 4개의 점을 사용한 점자였다. 그러나 점 4개로는 한글을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사용하지 않게 됐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26년 박두성 선생은 한글의 원리에 기반을 둔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만들었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합해 글자를 완성하는 조합형 글자다. 이 특성에 맞게 초성 자음과 종성 자음을 구분해 점자를 만들었다.

또 한글이 대칭과 기본 도형에 획을 추가하는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처럼, 한글점자도 배우기 쉽도록 대칭의 원리를 이용해 점자의 모양을 정했다.
숫자뿐 아니라 수학에서 쓰이는 그래프도 점자로 나타낼 수 있다.
 
궁금증 4 점자에 약자는 왜 필요할까?

한글점자에는 자음과 모음 외에도 약자라는 또 다른 점자가 있다. 자주 쓰는 글자나 단어를 또 다른 점자로 만든 것이다. 약자는 왜 필요한 걸까?

약자가 없어도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글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6개의 점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점자는 고작 자음 하나 또는 모음 하나다. 적어도 자음과 모음이 하나씩은 있어야 글자가 완성되므로, 글자 하나를 완성하려면 점이 최소한 12개는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점자로 글씨를 쓰려면 일반적인 문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종이가 필요하다.

게다가 조합형 글자인 한글을 풀어쓰려면 종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따라서 자주 쓰는 글자나 접속사를 약자로 만들어 종이도 절약하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약자는 한글점자뿐 아니라 영어점자에도 있다. ‘and’나 ‘so’와 같은 접속사는 물론이고, ‘anti-’, ‘-ful’과 같은 접두사와 접미사도 약자로 만들어 쓴다. 영어는 조합형 글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점자는 한글점자보다 약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한글점자에도 문제는 있다. 점 6개로 글자와 숫자, 각종 수학 및 과학 기호까지 표현하다 보니 같은 모양의 점자로 중복된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생긴다 . 이 점은 한글점자에서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글점자를 배워 보자!

안녕하세요! 한글의 원리를 이용해 한글점자를 만든 박두성입니다. 일평생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점자 연구에 온 힘을 쏟았지요. 외국인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는 것처럼, 시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점자를 배워 보면 어떨까요?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1단계 한글점자 초성, 중성, 종성 익히기


한글점자는 다음 표와 같이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 같은 자음이더라도 초성으로 쓰일 때와 종성으로 쓰일 때 그 모양이 다르다.
 

 2단계  자음 익히기
자음은 6개의 점 중에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점 4개에서 점을 선택해 만든다. 자음에는 초성과 종성이 서로 대칭된다는 규칙이 있다.
초성의 ㄱ을 좌우대칭하면 종성의 ㄱ이 된다. 하지만 좌우대칭을 할 수 없는 초성의 ㄴ은 아래로 한 줄 내려 종성 ㄴ을 만든다.

 
 3단계  모음 익히기
모음은 직사각형으로 된 6칸을 모두 사용한다. 모음에서는 획을 추가한 모음끼리 서로 대칭이 되는 원리를 따른다.
ㅏ에서 획을 추가한 ㅑ는 서로 좌우대칭이고, ㅓ와 ㅕ도 좌우대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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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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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식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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