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자 OS가 내게 인사를 건넨다. 시무룩한 내 얼굴을 보곤 이렇게 말한다. “우울모드도 좋은데, 그럴수록 힘을 내야지! 시험은 다음에 더 잘 보면 돼.” 오늘 학교에서 친 수학시험의 성적과 조금 전 페이스북에 남긴 내 글을 벌써 본 모양이다. OS가 기분 전환에 좋은 음악을 틀어 주고, 수학 공부에 좋은 콘텐츠도 추천해 준다.
영화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면 사람을 도와 주는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이미 4년 전 미국의 유명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꺾었다. ‘무인 자동차’를 개발한 구글은 계속해서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비서 시스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SW의 기초는 언어와 논리
사람처럼 의사소통하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사실을 추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된다. 이러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기초는 언어와 논리다. 우선 컴퓨터가 인간이 쓰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 즉시 적절한 답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언어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때 문법을 바탕으로 언어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수학이 좋아.’라고 입력하면 컴퓨터는 ‘나’, ‘수학’, ‘좋아’와 같이 부분으로 나눠서 인식한 뒤, 문법에 따라 뜻을 파악한다.
사람이 항상 문법에 맞게 말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장이 약간 달라져도 같은 의미로 인식해야 하고, 문장의 흐름을 파악해 생략된 말을 추측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의 컴퓨터는 사전에 입력된 정보에 한해 응답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컴퓨터도 인간처럼 이미 알고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지금의 인공지능은 아직 제대로 완성됐다고 하기 어렵다. 사람의 의사소통을 흉내 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는 지식을 쌓으며 스스로 발전하는 ‘딥 러닝’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다. 사람이 학습하는 방식과 똑같이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는 매 순간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 성장할 것이다. 한 번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고, 언제든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점만 사람과 다르다.
최근 개발된 구글 딥마인드 팀의 인공지능 비디오 게이머 ‘DQN’, 사람의 얼굴을 97.25%의 정확도로 알아내는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기술 ‘딥 페이스’의 핵심도 딥 러닝이다. 딥 페이스는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얼굴 특징을 분석해 다른 장소,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에서도 그 인물을 알아본다. 딥 페이스의 인식률(97.25%)은 인간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인식률(97.53%)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UN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이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나올지도 모른다. 빌게이츠,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SW콘텐츠연구소의 김현기 박사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도구”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을 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