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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쌤의 수학공부 꿀팁] 답을 틀러도 되는 신기한 수업

혜원여자중학교 황선희 교사

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을 보고 ‘수학을 잘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여기 답을 틀려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신기한 수학 수업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풀이법을 제안하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마치 딴 세상 이야기 같죠? 다같이 이 신기한 수학 수업을 들으러 가볼까요?

 

“초등학교 때는 길이를 잴 때 자, 각도를 잴 때 각도기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는 컴퍼스가
자의 눈금과 각도기 역할까지 해서 컴퍼스와 눈금없는 자만으로도 합동인 삼각형을 그릴 수 있어
요.”_1학년 신하은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 날에 찾은 서울 혜원여자중학교 1학년 3반 교실은 추운 날씨가 무색할 만
큼 뜨거웠습니다. 이날은 ‘합동인 삼각형의 작도’를 배우는 날로, 컴퍼스와 눈금 없는 자를 이용해
삼각형을 처음 작도해보는 날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
었죠.

 

신하은 학생이 초등학교 때 썼던 교구와 중학교 때 쓰는 교구를 비교해 가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
기 하자 교실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친구의 대답을 들은 한 학생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
지?”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과묵한 선생님과 수다쟁이 학생들


여느 교실과 모습은 똑같지만, 이 교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업이 이뤄집니다. 바로 혜원여중 황선
희 수학 교사의 ‘말 많은 수학 수업’입니다. 수학 수업이라고 하면 선생님이 칠판에 열심히 수학 공식을 적고 학생들은 입을 꾹 다물고 받아적는 풍경을 떠올리는데요, 황 교사의 수업 시간에 말 많은 사람은 학생들입니다.

 

황 교사가 새로운 수업 방식에 도전하게 된 것은 ‘수학의 발견’을 사용하면서부터였습니다. 수학의
발견은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펴낸 대안 수학교과서입니다. 2016년 11월 공개 집을 통해 선발된 38명의 교사가 함께 써 내려간 교과서죠. 황 교사도 집필에 참여했습니다.일반 교과서와 수학의 발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학 개념의 등장 순서입니다. 일반 교과서는 개념 설명이 먼저 나오고 예제 문제 뒤, 연습문제를 푸는 순서로 구성돼 있습니다. 반면 수학의 발견은 과제부터 나오고, 이 과제에 대한 ‘나의 첫 생각’을 적어야 합니다. 내 생각
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교과서에 적고 나서야 개념 설명이 나옵니다. 이러니 수업 시간에 교사가 등장할 시간이 얼마 없을 수밖에요.

 


“수업을 이끄는 것은 제가 아니라 학생들이에요. 수업 시간의 절반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
고 친구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이런 수업 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두려
움을 버렸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아이들은 정확한 답을 찾는 것만이 수학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답을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커요. 그런 두려움을 없애주고 싶었어요.”

 

 

황 교사는 실제로 학생들의 학습지를 평가할 때답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보지 않아요. 답을 찾
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다른 친구들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얼마
나 깊이있게 문제를 고민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합니다. 답이 틀려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의 답이 맞았는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합동인 삼각형을 작도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차례 엉뚱한 대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각도를 모르는데 어떻게 삼각형을 그리냐”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하고,
“일단 자로 긴 선분을 그리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
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죠. 1학년 이혜린 학생은 “친구의 생각에서 얻는 게 많아, 틀린 답을 이야기할 때의 부끄러움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낯설지만 새로운 방향, 어렵지만 옳은 방향


하지만 처음부터 학생들이 선생님의 수업 방식을 반겼던 것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방
식과 너무 다르고, 일부 선행 학습을 한 친구들은 “왜 이렇게 해야 하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죠. 그
때마다 황선희 교사는 “수학 공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공식이 나왔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수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학생들도 점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익숙해 졌고, 2학기에는 모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학생들 만큼 교사들에게도 수학의 발견과의 첫만남은 낯설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교재와 전혀
다르다 보니 가르치는 방식을 모두 바꿔야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내고자 지역별로 수학의
발견을 사용하는 교사들이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주기적으로 만나 교과서를 잘 활용하는 ‘꿀
팁’을 공유하는 자리죠.

 

“선생님들도 일반 교과서보다 수학의 발견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요. 하지만 학생들이 수학
에 재미를 붙이고,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죠.”
이런 교사들의 바람 덕분인지 수학의 발견을 사용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강
원도교육청은 도내 중학교 89개교의 1학년, 2학년 학생 1만 여명에게 수학의 발견을 나눠줬어요.
올해 말에는 중학교 1학년, 2학년에 이어 3학년의 대안교과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일반 교과서로도 충분히 깊이있는 사고를 할 수 있어요. 다만 학생들이 공부할 때만큼은 답이
맞고 틀리고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 MATH STORY, 오늘 배운 개념으로 나만의 이야기 만들기

수학의 발견에는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을 적는 것 이외에도 재미있는 과제들이 한가득 있어요. 지금까지 배운 수학 용어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내가 만드는 수학 이야기’, 이전에 배웠던 개념과 지금 배운 개념의 연관성을 생각해보는 ‘연결하기’ 등이 있죠. 혜원여중 1학년 학생들이 꼽은 ‘최애’ 과제는 무엇일까요?

201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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