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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비밀


안녕, 나는 수리 산타클로스야. 못 믿겠다고? 선물을 받고 싶지 않은가 보네, 하하. 어쨌든 모두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많이 기다리고 있지? 내가 선물을 줄 한나 어린이가 산타가 못 올까 봐 걱정한다고 해서 이렇게 편지를 썼어.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수리 산타가 늦거나 못 가는 경우는 없거든. 그 이유를 들어볼래?

선물을 받으려는 어린이는 몇 명?
 

산타클로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못 오거나 늦게 오지 않을까 한나가 걱정할 만하긴 해. 자기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만도 선물 받을 친구가 10명이고, 동생과 언니, 오빠를 모두 생각하면 100명이 넘거든. 게다가 세계를 보면 더 심해.

지구에 68억 명이라는 워낙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자기 차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지. 또 자기가 착한 일을 한 걸 모르진 않을까, 자기가 보낸 선물 편지를 못 읽은 건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

우선 전 세계에 어린이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알아볼까? 통계청이 2005년도에 조사한 인구주택총조사를 참고하면 한나가 사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에 0세에서 9세까지 3166명이 있어. 이 나이에 속한 아이들이 2010년 현재 만 5세에서 만 14세가 돼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어린이야.

이런 어린이는 서울에 99만 1679명이나 있고, 대한민국 4704만 명의 인구 가운데 11.8%인 555만 1237명이나 되지. 그럼 세계에는 몇 명의 어린이가 있을까? 이 수리 산타도 어린이가 몇 명인지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지 못했어.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포기할 내가 아니지. 달리 수리 산타겠어.

한국의 전체 인구와 비교해 어린이가 얼마인지 비율을 알면 이걸로 전 세계 어린이 수를 추정할 수 있거든. 한국의 어린이 비율 11.8%를 지난해 말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인구 67억 7523만 5741명에 곱하면 세계 어린이 수가 나오지. 바로 7억 9952만 7908명이야. 약 8억 명의 어린이가 크리스마스에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그런데 내가 선물을 주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될까? 수리 산타는 직장에 나가는 엄마나 아빠처럼 하루 8시간, 1주일에 40시간 일하며, 공휴일에 쉬고 1년에 2주 휴가가 있어. 공휴일을 2주로 보면 1년 52주에서 4주가 빠진 48주 동안 일하는 셈이야. 즉 1년동안 어린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1920시간(=40시간×48주)이지. 1초 동안 한 어린이를 떠올린다면 이 시간에 총 691만 2000명(=1920시간×3600초)을 생각할 수 있지.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는 270년 소아시아 지방 리키아의 파타라시에서 출생한 세인트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그가 남몰래 베푼 많은 선행에서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산 니콜라우스라고 부르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옮겨가 자선을 베푸는 사람의 본보기로 삼으며 산테클라스로 불렀다. 어린이들이 이 이름을 부르다가 그 이름이 산타클로스로 바뀌었다. 산타클로스 하면 떠오르는 흰 수염과 빨간 옷은 1931년 미국의 해돈 선드블롬이 그린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등장했다.

썰매 하나에 실을 수 있는 선물은?

내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면 크리스마스 전에 몇 가지 일을 해야 해. 착한 일을 한 어린이를 가려내고, 편지를 읽고, 원하는 선물을 알아내 준비를 하는 일이야. 선물은 모두 산타 창고에 있으니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를 정하는 게 중요해.

우선 착한 일을 했는지 나쁜 일을 했는지 알아야 하지. 1년 내내 모든 어린이를 관찰하면 좋겠지만 산타도 바쁜 일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그래서 어린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자료를 보고 정리해. 물론 어린이가 보내는 편지는 모두 읽지. 가끔씩 몇 몇 어린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기도 해.

착한 어린이를 가려내고 편지를 읽고 선물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지 않니? 나는 표로 정리한 자료를 보고 선물을 줄 어린이 1명을 구분하는 데 평균 20초가 걸려. 어린이가 착한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하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판단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지. 이건 아주 빠른 거야. 산타학교에서 2% 안에 드는 속도라고. 이렇게 자료를 보고 판단만 한다면 1년에 34만 5600명을 가려낼 수 있지.

편지를 읽고 선물을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분. 이것도 나만의 비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보통 산타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야. 이러면 1년 동안 11만 5200명의 편지를 읽을 수 있어. 다른 일은 안 하고 한 가지만 할 때 가능한 얘기야.

선물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별로 안 들어. 큰 창고와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 또 내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하도록 처리할 수도 있지. 그런데 선물을 준비할 때 꼭 고려해야 할 게 있어. 썰매 하나에 모든 선물을 실을 수 없다는 사실이지.

썰매는 귀여운 빨간코의 사슴 6마리가 끌고, 썰매 무게가 15kg, 내 몸무게가 85kg이야. 사슴 한 마리가 끌 수 있는 최대 무게를 150kg이라고 보면, 썰매 하나에 실을 수 있는 선물의 최대량은 800kg이지. 아, 내 몸무게는 비밀인데….

요즘 선물은 무거운 것도 많아서 선물 하나당 500g을 잡으면 한 썰매에 1600개 선물을 실을 수 있어. 산타 창고에서 썰매를 한 번 끌고 가면 1600명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거지. 크리스마스에 산타들이 산타 창고를 들락날락하는 게 상상이 되니?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을 보려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 안올까? 그런데 남반구에는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크리스마스에 눈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다리기보다 눈을 찾아 떠나는 게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항상 눈을 볼 수 있는 곳은 스키장이다. 그리고 강원도나 서해안의 충청도와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편이다. 이곳에 가면 크리스마스에 눈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타가 풀어야 하는 해밀턴 경로
 

이동 거리가 최소가 되는 경로 찾기^5곳을 가야 한다면 갈 수 있는 방법은 5×4×3×2×1 = 120가지다. 여기서 가장 짧은 길을 선택하면 된다.


이제 모든 준비를 갖췄으면 떠나면 되겠지? 그런데 내가 얼마 동안 선물을 주러 돌아다닐 수 있는지 알아야지.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선물을 주고, 지구가 돌기 때문에 자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면 48시간 동안 선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맞지 않아.

알다시피 선물을 줄 때 어린이에게 들키면 안 되거든. 그래서 난 크리스마스 전날 밤부터 아침까지만 다녀. 즉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니까 9시간 동안이지. 지구가 도는 걸 이용해도 33시간이야.

참 요즘 애들은 날 보려고 새벽까지 잠을 안자는 경우가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마. 헛걸음을 할 경우 루돌프가 너무 힘들어 하거든. 그리고 나는 지구가 도는 걸 생각하지 않아.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썰매에는 각 선물에 맞는 집을 찾아가고, 아이들이 깨어 있지 않은 집으로 가도록 하는 첨단장치가 장착돼 있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 루돌프가 많은 거리를 이동할수록 음식을 많이 먹어 돈이 많이 들거든. 산타들도 매년 돈을 적게 쓰라는 지시를 받거든.

비용을 줄이려면 가장 짧은 거리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 이건 ‘외판원 문제’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원래는 ‘해밀턴 경로문제’에서 나왔어. 가능한 모든 경로를 계산해 이동 거리가 최소가 되는 경로를 찾는 방법이지.
 


이처럼 단순하게 계산하는 방법으로는 해결이 안 돼. 그래서 산타는 구역을 나눠서 이동해. 즉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역을 나누고, 그 지역 내에서 다시 이동경로를 찾는 방법이지. 예를 들면 갈 집이 1000곳이라면 어린이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20곳씩 50개 지역으로 나누고, 다시 50개 지역을 10개나 5개로 나눠 단계별로 접근하면 경로 찾기가 쉬워져. 최근 미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레너드 아들만이 DNA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어.

해밀턴 경로문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윌리엄 해밀턴은 정십이면체의 한 꼭짓점에서 출발해 변을 따라 남아 있는 19개의 꼭짓점을 차례로 단 한번만 통과해서 처음 출발한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찾는 게임을 제안했다. 이것이 ‘해밀턴 경로문제’의 원조인 ‘해밀턴 게임’이다.

산타가 이동하는 거리
 

홍제동 어린이 두 집 간 평균 거리^면적이 123㎢인 지역은 가로세로가 1.11㎞인 정사각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집 1583개가 고르게 놓이면 가로세로로 약 40개씩 놓여, 두 집 사이의 평균거리는 $\frac{1.11㎞}{40집}$≒0.028㎞가 나온다.


이제 크리스마스에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 줄게. 보통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2명 정도의 어린이가 있어. 한나가 사는 홍제1동에 3166명의 어린이가 있으니까 이 동네 어린이에게 모두 선물을 주려면 1583곳을 이동해야 해. 집이 고르게 분포한다고 보면 다른 집까지의 거리도 알 수 있어. 홍제1동 면적이 1.23㎢이니까 두 집 사이의 평균 거리는 0.028km, 총 이동거리는 44km가 돼.

이 방법으로 서울과 전 세계의 어린이 집을 방문하는 데 필요한 이동 거리와 속도를 구할 수 있어. 면적이 605㎢인 서울은 1만7319km, 면적이 1억 5000만 ㎢인 전 세계는 2억 4487만 6689km를 이동해야 하지. 9시간 동안 각 지역을 모두 돈다면 홍제1동은 시속 4.9km, 서울은 시속 1924km, 전 세계는 시속 2720만 8521km가 나와.

그런데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선물을 주려고 멈췄다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려. 사실 이동하는 시간보다 이 시간이 더 걸리지. 예를 들면 1시간 동안 가다 서다를 200번 반복하면서 시속 60km로 달리는 것보다 꾸준하게 시속 30km로 달리는 게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 출발할 때 시속 60km까지 가속하는 데 6초, 멈추는 데 6초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시속 60km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시간은 1200초(=3600초-(6+6)초×200번)야. 그러면 1시간 동안 20km를 이동할 수 있는데, 속도를 멈추고 가속할 때 이동하는 거리를 6km(=한 번 가속하고 멈출 때 이동거리 15m×2×200번)라 해도 총 26km로 30km보다는 짧지.

이제 아무리 루돌프 썰매가 빨리 달린다고 해도 실제 걸리는 시간은 멈춰서 선물을 주고 가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을 거야. 이동거리보다는 시간이 중요한 거지. 썰매 하나에 1600명의 선물을 실으면 한 집에 2명의 어린이가 있을 때 800곳을 들러 선물을 줄 수 있어. 이를 기준으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줄 수 있는 어린이 수를 계산해 볼게. 

산타 창고에서 어디든 첫 번째 어린이 집까지 가는 데, 마지막 집에서 돌아오는 데 모두 30초가 걸린다고 가정해. 그리고 집에서 선물을 주고 나오는 데 20초, 다음 집까지 이동하 는 데 10초, 창고에서 출발할 때 썰매를 점검하고 올라타는 데 10초가 필요해.

이렇게 하면 선물을 가득 실은 썰매를 끌고 가 선물을 주고 창고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지. 6시간 41분(=10+30+(20+10)×799+20+30)이야.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 시간이 9시간이니까 남는 2시간 19분에 새 썰매를 끌고 가 더 들를 수 있는 곳은276곳이 나와. 내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줄 수 있는 어린이 수는 2152명이 최대인 거야.

지금쯤은 눈치를 챘겠지, 이 편지를 왜 썼는지. 산타는 너희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 조금만 더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산타가 못 올까 걱정하지 말고 착한 일 많이 해.
 

썰매 하나가 도는 경로와 시간^선물을 가득 실은 썰매가 산타 창고를 나서면 최대 800곳을 들르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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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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