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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재 주장을 만나기 위해 찾은 퍼즐 국가대표팀 훈련장. 인터뷰에 앞서 기자도 국가대표 선수와 똑같이 제한시간 40분 동안 스도쿠 사전 테스트 문제에 도전해 봤다. 클래식 스도쿠 하나를 푸는데 15분을 허비한 탓에 8문제 중 3문제밖에 풀지 못했다.

 

그렇다면 곽 주장은? 8문제를 10분 만에 모두 해결했다. 기자가 15분 걸려 푼 문제도 1분 만에 풀어버렸다. 짐작대로 실력이 대단했다.

 

“처음부터 스도쿠를 잘했던 건 아니에요. 스도쿠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때였어요. 낱말 퍼즐을 좋아해서 지하철 가판대에서 퍼즐책을 사서 풀곤 했는데, 거기에 스도쿠 문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끝까지 못 풀었어요. 그 뒤로 까맣게 잊고 살다가 2006년 다시 만났어요. 당시 군인이어서 남는 시간에 마땅히 할 게 없었어요. 스도쿠를 풀기 위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요. 그때 스도쿠에 매료됐어요.”

 

틈날 때마다 스도쿠를 생각한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었고, 답을 맞히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그렇게 스도쿠에 푹 빠져 있을 때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도쿠 대회가 열렸다. 4등 안에 들어 세계스도쿠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었지만, 군인이라는 신분이 발목을 잡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2012년까지는 국가대표선발전 자체가 열리지 않아 세계무대를 밟을 수 없었다. 그러던 2013년 기회가 찾아왔다.

 

 

퍼즐 선진국을 꿈꾸며 후배 양성


“세계스도쿠선수권대회는 첫 출전이었지만,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과 출전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어요. 단체전 순위가 12위였거든요. 대표팀 순위는 이때를 제외하곤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퍼즐 불모지에 가깝죠. 세계대회에 매년 참가하게 된 것도 2013년부터고, 취미로 퍼즐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까요. 그게 너무 아쉬워 후배를 양성하기 시작했어요.”

 

곽 주장은 직접 문제를 출제해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훈련도 시킨다. 그런데 정말 수학을 잘하면 퍼즐도 잘할까? 곽 주장은 퍼즐은 몰라도 스도쿠는 수학을 잘하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연습을 많이 한 수학과 학생들의 실력이 남들보다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가끔 스도쿠를 잘하는 방법을 제게 물어요. 그런데 특별한 비법이 없어요. 혼자 많이 생각하는 거예요. 전략을 보고 익혀서 풀면 전략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나 새로운 유형은 잘하기 어려워요.”

 

게임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도쿠는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따라 만든 문제다. 이미 알려진 전략에 따라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나 전략이 녹아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이 문제를 만들면 이전과 다른 규칙이나 유형을 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국제 퍼즐대회에선 꼭 사람이 문제를 출제한다.

 

눈치 챘겠지만 곽 주장의 주 종목은 스도쿠다. 본래 스도쿠는 세계퍼즐선수권대회의한 라운드 문제였는데, 인기가 높아지면서 독립해 별도 대회가 생겼다. 곽 주장은 주로 스도쿠 대회만 나간다. 올해는 둘 다 출전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사람마다 잘하는 퍼즐 달라
“사실 퍼즐은 스도쿠만큼 잘 못해요. 퍼즐은 직관이 중요한 거 같아요. 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수읽기에 능해야 잘하는데, 제가 그 부분이 매우 취약하거든요. 머리로 여기에 색을 칠하면 다음과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따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색을 칠하면서 보면 어떤 칸이 답인지 헷갈리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잘 풀기가 어렵고요. 퍼즐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는데, 진짜 걱정이에요.”

 

곽 주장은 사람마다 잘하는 퍼즐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어떤 퍼즐 하나를 못 풀었다고 퍼즐에 재능이 없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10월 15~21일에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세계퍼즐선수권대회와 세계스도쿠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곽 주장은 세계스도쿠선수권대회에서 4위, 스도쿠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스도쿠 대표팀도 단체전에서 9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스도쿠 그랑프리 결승전은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온라인에서 대회를 치뤄 뽑힌 상위 10명이 실력을 겨루는 것으로, 세계스도쿠선수권대회 일정 중에 치러진다.

 

2018년 2월 2~5일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퍼즐선수권대회와 스도쿠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곽 주장의 바람대로 이 대회를 통해 퍼즐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1월 국가대표선발전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지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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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 사진 및 도움

    박흥철(세계퍼즐연맹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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