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 2018년 6월 23일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서 실종됐던 태국 유소년 축구 단원과 코치 13명이 7월 10일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에 넉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생존자들은 17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구조가 어려웠던 건 장시간 물과 사투를 벌이며 잠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생명을 구한 잠수의 기술은 무엇일까?
치앙라이의 축구 아카데미 ‘무빠(야생 멧돼지)’ 소속 단원 12명과 코치 1명은 오후 훈련을 마치고 치앙라이의 탐루엉 동굴로 탐사를 갔다가 폭우로 갑자기 물이 차오른 동굴 안에서 실종됐다. 이들을 찾았다는 소식은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다. 찾을 가망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난 7월 2일 영국 동굴 탐험 전문가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은 탐루엉 동굴 입구에서 5km 떨어진 지점에서 기적적으로 실종자 전원을 발견했다.
기쁨도 잠시. 찾은 것은 좋았으나 ‘어떻게’ 구조 할지가 문제였다. 생존자들이 동굴을 탈출하려면 직접 잠수를 해야 하는데, 잠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오랫동안 잠수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은 체력도 많이 약해져 있었으며, 사고당시 태국은 우기여서 언제 또 폭우가 내려 물이 불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생존자들은 우기가 끝날 때까지 동굴에서 몇 달을 버텨야 할 수도 있었다.
구조팀은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펌프를 이용해 물을 퍼냈다. 수위가 구조하기에 적당해지면 바로 구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7월 8일이다. 실종자들을 발견한 뒤 다행히 큰 비가 내리지 않아 동굴 내 수위가 다소 낮아진 때였다. 구조 계획은 구조대와 함께 생존자들이 잠수해서 동굴 밖으로 나온다는 작전이 채택됐다. 하늘이 도운 걸까. 최초로 4명이 동굴에서 구조됐고, 차례로 4명, 5명이 구조되면서 생존자 전원이 살아 돌아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전원 생환 소식에 태국 국민뿐 아니라 지구촌이 함께 기뻐했다.
[잠수의 기술 1]
부력을 지배하라
태국 탐루엉 동굴 사고의 생존자는 직접 잠수해서 탈출해야 했다. 모두 잠수
초심자였기 때문에 쉬운 작전은 아니었다. 물속에서는 ‘부력’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초심자는 아직 부력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력이란 물체가 물에 뜨려는 힘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따르면 물체가 물을 밀어낸 부피만큼 뜨는 힘(부력)이 생긴다. 부력의 방향은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과 반대다.
부력은 양성부력과 음성부력, 중성부력으로 나뉜다.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부력보다 큰 경우에는 물체가 가라앉는 음성부력,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이 부력보다 작은 경우에는 물체가 뜨는 양성부력이 작용한다. 중성부력은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다.
잠수사는 부력을 이용해 위로 떠오를지, 그대로 있을지, 깊이 하강할지 조절해야 한다. 부력은 조끼처럼 입을 수 있는 부력조절기를 이용해 조절한다. 부력조절기에 공기를 넣으면 부풀어 오르면서 양성부력이 작용하고, 공기를 빼면 수축하면서 음성부력이 생긴다.
물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수압이 세지기 때문에 부력조절기가 압축되면서 더 빨리 가라앉는다. 이때는 부력조절기에 공기를 넣어 양성부력이 생기게 해야 한다. 잠수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기탱크의 공기가 줄어들면서 가벼워지면 양성부력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 부력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부력조절기에 의지하지 않고, 잠수사가 호흡으로 부력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력에 대한 이해와 감각은 잠수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잠수의 기술 2]
반비례로 이해하는 호흡
때로는 깊이 잠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배가 침몰한 상황이 한 예다. 깊은 물속에서는 지상과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수심에 따라 수압이 변하기 때문이다. 보통 바다에서 10m씩 깊어질 때마다 수압은 1기압씩 높아진다. 잠수사는 수심에 따라 변하는 수압에 대비해야 한다.
잠수사가 짊어지고 잠수하는 공기탱크 안에는 질소 약 78%와 산소 약 20%가 섞인 공기가 들어있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공기는 질소 약 78%, 산소 약 21%, 기타 물질 약 1%로 이뤄져 있는데, 공기탱크 안의 공기도 이와 비슷하게 만든다.
수압이 변하면 잠수사가 들이마신 공기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잠수사가 수심 10m까지 잠수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수면 위의 압력, 즉 대기압인 1기압보다 1기압이 높아진 2기압을 받는다. 들이마신 공기는 ‘보일의 법칙’에 따라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보일의 법칙은 영국 화학자 로버트 보일이 1662년 발표한 기체에 대한 법칙으로,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비례’에 대해 알아야 한다. 비례는 두 양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관계를 뜻한다. 증가할 때는 정비례라고 하며 식으로는 y=kx처럼 1차 함수로 나타내고, 감소할 때는 반비례라고 하며 y= k/x처럼 분수 함수로 나타낸다.
보일의 법칙에 따르면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한 질량인 기체의 압력(P)과 부피(V)는 반비례(V= k/P
)한다. 즉 기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 부피는 작아진다는 법칙이다. 그래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잠수사가 마신 공기의 부피는 점점 줄어든다. 수면 위보다 더 압축된 공기가 되는 것이다. 즉 깊이 들어갈수록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잠수사는 항상 수심에 따라 공기의 양을 확인하며 구조 작전을 펼쳐야 한다.
[잠수의 기술 3]
수학 모형으로 만든 감압표
잠수에 익숙하고 숙련된 잠수사라도 조심해야 할 게 있다. 흔히 잠수병으로 알려진 감압병이다.
잠수사 자신의 몸을 돌보기 힘든 급박한 구조 상황에서 잠수병은 잠수사를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다.
잠수사가 깊이 잠수하면 헨리의 법칙에 따라 잠수사의 혈액 속에 녹아드는 공기(질소와 산소)의 양이 달라진다. 헨리의 법칙은 영국 화학자 윌리엄 헨리가 1803년 발표했는데, 일정한 온도에서 액체에 녹아 들어가는 기체의 양은 그 기체의 압력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즉, 기체의 압력이 높을 수록 혈액에 녹아들어가는 공기가 많아진다.
이는 깊은 곳에 계속 있을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잠수사가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갈 때 생긴다. 수면 위로 올라가면서 수압이 점점 낮아지면 혈액에 녹아있던 질소가 다시 기체로 바뀐다. 급하게 올라오면 폐가 찢어지거나, 공기 기포가 폐를 통해 나오지 못하고 혈관을 막아 피의 흐름을 막는 잠수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기체로 변한 질소를 내뱉으면서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
목표한 수심과 잠수한 시간에 따라 얼마나 천천히 올라와야 하는지 정리해 놓은 ‘감압표’에 따라 올라오면 잠수병을 예방할 수 있다. 잠수병에 관심을 갖고 최초로 감압표를 만든 사람은 영국 생리학자 존 스콧 홀데인이다. 홀데인은 1905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감압표를 설계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동물 실험을 통해 수학 모형을 만들어 1908년 최초의 감압표를 발표했다.
이 표는 1955년까지 영국 해군에서 쓰였을 정도로 실용적이었다. 홀데인의 이론은 오늘날의 잠수표의 기초가 됐을 뿐만 아니라, 수심과 잠수시간의 관계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수학적 알고리듬으로 작동하는 다이브 컴퓨터의 기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