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야.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렸던 타노스는 사라졌지만, 내가 없었던 5년 동안의 일들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어. 하지만 나도 어벤져스이니 악당을 물리치는 일만큼은 멈출 수 없지. 내가 어떻게 악당들과 싸울 수 있는지 그 힘의 원천을 수학으로 하나하나 풀어 설명해줄게.
타노스와의 대결 후 사실 많이 힘들었어. 어디를 가나 내 멘토였던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흔적이 남아 있어 자꾸만 스타크가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뉴욕을 떠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어. 당분간 스파이더맨의 역할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 네드랑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갑자기 닉 퓨리가 나타났어. 엘리멘탈 크리쳐스라는 악당 집단이 나타났다며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거야. 어벤져스 구성원이 얼마나 많은데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나 싶었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그 책임을 다해야 하니 수락했어.
그런데 악당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야. 더군다나 각 악당이 자연재해를 일으킬 정도로 너무 강력하지 뭐야.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도 위험해졌어. 그래서 퓨리가 소개해 준 미스테리오와 함께 싸우기로 했지. 타노스의 핑거스냅 때문에 차원에 구멍이 생기면서 우리 세계에 들어온 미스테리오는 능력자 중의 능력자야. 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언맨과 토르를 합쳐놓은 것 같다나? 거기다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마법을 쓰거나 환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엘리멘탈 크리쳐스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어. 과연 난 미스테리오와 힘을 합쳐 그 많은 악당을 다 무찌를 수 있을까?
참, 이번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3의 마지막이야. 그만큼 내가 어벤져스에서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이겠지? 하하. 스타크의 죽음이라는 시련을 딛고 새로운 슈트와 함께 더 성장한 내 모습을 기대해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들어 봤어? 내겐 놀라운 능력이 있어. 그래서 악당들이 지구를 공격할 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이번에도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내 능력을 맘껏 뽐낼 예정이야. 어떤 능력을 사용할지, 미리 수학과 함께 만나 볼래?
수학을 넘어선 스파이더맨의 벽 타기
2016년 데이비드 라본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물학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225종의 동물들을 관찰해 벽을 타고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기하학과 수학의 관점으로 찾아봤어. 그 결과 찾아낸 필수 조건은 아래와 같아.
먼저 첫 번째 조건에 대해 연구하려고 몸 크기, 몸무게와 발바닥 크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지. 그 결과 사람이 거미처럼 벽을 타려면 발바닥의 크기는 몸 전체 표면적의 약 40%, 손은 80%나 돼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어. 만약 키가 180cm인 사람이 벽을 타려면 적어도 발 크기가 132cm나 돼야 가능하다는 거야.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내 손발은 그렇게 크지 않아. 몸무게도 여느 사람과 비슷하고. 그럼 어떻게 건물 벽에 붙어있을 수 있냐고? 정답은 바로 내 손바닥, 발바닥에 있어. 표면적이 적은 대신 두 번째 조건처럼 접착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갈고리 모양의 미세한 털이 나 있거든. 이 털들이 벽이나 천장의 표면 분자에 달라붙어 벽에 붙을 수 있게 만들어주지.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모방해 만든 장갑을 끼면 사람도 건물 벽을 오를 수 있대. 하지만 아직 나처럼 재빠르진 않지. 어때? 내 벽 타기 능력, 대단하지?
기하학으로 그린 거미줄 함정
너무 자랑만 하는 것 같아서 쑥스럽긴 하지만, 거미 하면 또 거미줄을 빼놓을 수 없어. 악당들이 꼼짝 못 하도록 묶어두거나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할 때 사용하는 만능 거미줄 말이야. 이 거미줄을 사용할 때도 수학이 필요하다는 사실 알고 있니?
먼저 거미집을 짓는 과정을 설명해줄게. 집을 지을 위치를 고르면 그 근처 두 군데의 높은 지점을 골라 거미줄로 연결하고 그 가운데 지점에서 바닥에 닿는 거미줄을 하나 더 연결해 Y자 구조를 만들어. 그리고 Y자의 중심을 기준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거미줄을 치지. 그러면 방사형의 거미집 완성!
왜 동심원을 그리며 거미줄을 치냐고? 최소한의 거미줄로 최대한 크게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야. 길이가 똑같은 실 여러 개로 끝을 붙여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 n각형을 만들어봐. 그리고 각각의 면적을 구해봐. 아마도 n이 커서 도형의 모양이 원에 가까울수록 면적이 클 거야. 왜냐면 둘레의 길이가 같은 도형 중에 면적이 가장 큰 도형은 원이거든. 거미줄을 칠 때는 원을 똑바로 그리긴 어려우니 방사형으로 치는 거지.
방사형으로 충분히 큰 거미집을 지은 다음에는 거미집의 가장자리를 지그재그로 엮어 마무리해. 이 구조를 ‘트러스 구조’라고 하는데, 한 곳에 몰리는 힘을 여러 곳으로 나누는 역할을 해. 그래서 큰 악당이 잡혔을 때도 거미줄이 끊기지 않고 버틸 수 있어.
물론 내 능력은 이것 빼고도 정말 많아. 거미의 능력을 포함해 슈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 7월 2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마음껏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어벤져스에 들어가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내 특별한 능력 때문만은 아니야. 스타크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지.
쫄쫄이를 스파이더맨으로 만든 토니 스타크
스타크를 만나기 전, 나는 갑작스레 생긴 거미의 능력을 주변의 이웃을 돕는 데 쓰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스타크가 나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사실 부탁이 아니라 메이 숙모에게 내 정체를 밝히겠다면서 거의 협박을 한 거였지만…, 그 일을 계기로 스타크에게 새 슈트를 받아 영웅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어.
처음은 엉망진창이었지. 내가 가진 능력들을 많이 알리면 어벤져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은행 강도나 악당을 잡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런데 사고만 쳤지. 그래서 슈트도 빼앗기고 꾸중을 들었어.
근데 그때부터 내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것 같아.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더욱 가져선 안 돼”라는 스타크가 한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됐어. 그 이후로는 능력만 믿고 나서기보다는 마음가짐과 목표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참, 수학에서도 나와 스타크의 관계처럼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수학자가 있었대. 바로 에르되시 팔이야. 에르되시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한 것으로 유명해. 그는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연구했어. 예비 수학자들에게 연구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문제마다 난이도에 따라 1달러부터 5000달러까지 상금도 걸었지. 에르되시 상금을 받고 수학 연구에 더 매진한 덕에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수학자도 있어.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멘토, 미스테리오
스타크가 세상을 떠나고 다행히 새로운 멘토가 나타났어. 닉 퓨리가 소개해 준 미스테리오야.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또 다른 지구에서 왔대. 잠깐, ‘다른 지구’라는 게 어떤 건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멀티버스, 즉 다중 우주론을 배경으로 해. 다중 우주론은 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 우리와 비슷하거나 완전히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이야. 그래서 그 안에는 지구랑 비슷한 다른 지구가 더 있을 수 있지. 실제로 다중 우주론 연구자들이 경우의 수를 따져본 결과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어.
이러한 다중 우주의 차원에 구멍이 생기면서 우리 지구에 온 미스테리오는 엘리멘탈 크리쳐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대. 엘리멘탈 크리쳐스는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의 네 가지 원소들로 이뤄져 있다’는 고대의 4원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각각 물, 불, 공기, 흙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악당들이라서 원소를 뜻하는 ‘엘리멘탈(elemental)’ 크리쳐스라고 이름 붙여졌지. 한 명, 한 명이 어찌나 강력한지, 뜬금없이 유럽에 모래 폭풍이 불질 않나, 불바다에 물회오리, 거기다가 천둥, 번개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반드시 미스테리오와 함께 이 악당들을 물리칠 거야.
혹시 개봉에 앞서 공개됐던 예고편이 24시간 동안 조회수 1억 3500만 회를 기록했다는 소식 들었어? 그 정도로 다들 나 스파이더맨을 기다리고 있나 봐. 한층 더 성장한 내 모습과 놀랄만한 내용이 숨겨져 있으니 꼭 극장에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