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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무승부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공격! 3점 승점제의 비밀

이기면 3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 축구를 보다보면 이런 식의 점수 체계를 자주 봤을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는 이겼을 때의 승점이 2점이었습니다. 축구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손꼽히는 3점 승점제! 그 속에 숨은 수학이야기를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단판 승부로 끝나는 토너먼트와 달리 다수의 팀이 긴 기간 동안 경쟁해야 하는 리그제의 경우 팀들 사이의 최종 성적을 비교할 수 있는 공평한 평가제도가 필요합니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생긴 제도가 서로의 결과를 ‘점수’로 비교하는 승점제입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고, 비기는 것은 이기는 것만은 못해도 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최초의 승점제는 이기는 팀에게는 2점, 지는 팀에게는 0점, 비기는 팀에게는 각각 1점씩을 줬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3점 승점제보다 2점 승점제가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2점 승점제의 경우 한 경기에서 나오는 총 승점이 2점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와 B팀이 경기할 경우 가능한 결과는 총 3가지입니다. 2점 승점제에서 이 3가지 경우 모두 두 팀이 경기를 통해 얻는 승점의 합은 2점입니다. 반면 3점 승점제를 도입하면 경기를 통해 생긴 총 승점이 두 팀의 결과에 따라 바뀝니다. 승패가 갈릴 경우 승점 3점이 생기지만, 무승부로 끝날 경우 양 팀은 합쳐서 승점 2점밖에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한 경기에서 생기는 승점이 경기 결과에 따라 2점이 될 수도 3점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2점의 역설 승리보다 지지 않는 게 좋다


모든 경기는 결과와 상관없이 같은 승점을 주는 게 더 공평할 것 같은데, 왜 2점 승점제에서 3점 승점제로 바뀐 걸까요?


축구 경기는 0대 0으로 시작해 90분 동안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득점이 필요하지만 지지 않기 위해서는 득점이 꼭 필요하지 않죠. 실점하지 않으면 적어도 무승부는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무실점 역시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득점보다 무실점에 치중할 경우 팬들에겐 굉장히 재미없는 경기가 될 수 있습니다. 축구의 가치는 승부와 경쟁 그 자체에도 있지만, 팬들의 기쁨과 즐거움 역시 중요합니다. 축구의 꽃이라 불리는 ‘골’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점수를 올리는 쪽에게 좀 더 큰 보상을 줄 필요가 있는 것이죠.


2점 승점제의 경우 이 부분에 큰 맹점이 있습니다. 서로 0대 0인 무승부인 상태에서, 즉 이대로라면 승점 1점씩을 얻는 상태에서 굳이 실점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할 필요성이 낮은 것이죠. 


물론 실제 축구를 이렇게 단순하게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승부 상태(1점)에서 이길 때 얻는 추가 승점과 패배할 때 잃어버리는 승점이 똑같이 1점이라는 점 때문에 이기기 위한 축구보다는 지지 않는 ‘안전 지향적 축구’를 추구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2점 승점제는 경기 횟수가 많은 리그제뿐만 아니라 토너먼트에서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 조별 예선의 경우 4팀이 한 조를 이뤄 조 1, 2위는 16강 진출, 3, 4위는 탈락이라는 리그제 형식을 거칩니다. 2점 승점제의 경우 1승 2와 2무 1패가 같은 2점의 승점을 얻고, 심지어 3무의 경우 승점 3점으로 1승 2패보다 높은 승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승부에 비해 승리의 보상이 너무 적었던 이 제도는 많은 팀이 수비 축구를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습니다. 


영국의 지미 힐은 이런 문제를 가진 2점 승점제가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큰 문제라고 여겨 이겼을 때 승점을 2점에서 3점으로 바꾸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승부의 세계 위험에 걸맞은 보상 필요


대부분의 축구 리그가 홈&어웨이 형식으로 한 팀과 두 번씩 경기를 치릅니다. 서로 비슷한 수준의 팀이 경기한다면 2점 승점제의 경우 1승 1패를 하든 2무를 하든 사이좋게 2점씩 나눠 갖게 됩니다. 하지만 3점 승점제의 경우 1승 1패를 하면 둘 다 3점씩 받지만 2무를 하면 서로 2점밖에 못 받아 승점에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는 두 팀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경쟁자들에겐 희소식이 되겠죠. 이런 차이점 때문에 3점 승점제는 무승부보다는 승패를 가릴 수 있도록 득점을 추구하게 만드는 확실한 보상이 됐습니다. 


힐의 제안을 받은 영국 축구협회는 1981년부터 세계 최초로 3점 승점제를 도입합니다. 이후 첫 10년 동안은 이스라엘과 뉴질랜드, 스웨덴 등 몇몇 나라를 뺀 대부분의 리그에서 여전히 2점 승점제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1994 미국 월드컵부터 확산돼 현재는 거의 모든 리그와 FIFA 공식 대회에서 3점 승점제를 쓰고 있습니다. 


보상을 바꿔 축구 전술의 방향성을 다르게 할 수 있다니, 어쩌면 수학은 생각 이상으로 축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현대 축구의 선구자 지미 힐 


3점 승점제를 처음 제안한 지미 힐은 192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축구 선수를 시작으로 축구팀 감독, 구단주, 협회 회장으로 활약했고, BBC와 스카이스포츠에서 다양한 축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진행했습니다. 축구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냈죠.


현대 축구에 끼친 영향력도 대단합니다.

 
지정좌석제와 경기장 내 전광판 설치도 힐이 처음 제안한 겁니다. 축구 선수들의 주급 상한선을 폐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죠.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축구의 모습을 이끌어낸 현대 축구의 선구자이자 혁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식 심판 자격증까지 있었다고 하니 정말 뼛속까지 축구를 사랑했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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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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