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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탐방] 똑똑한 길을 만드는 교통신호체계의 비밀


추석마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 꽉 막혀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이 귀성길을 시원하게 뚫을 수는 없을까? 교통신호 체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데…. 우리의 안전도 지키면서 교통체증까지 해결하는 교통신호등의 비밀을 밝히러 독자기자단이 도로교통공단 신호운영처를 찾았다.


꽉 막힌 길을 뚫어라!

신호운영처에 들어서자 커다란 서울시 지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지도에는 수십 개의 선과 표식들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서울 시내 곳곳의 교통체증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측정하는 기준점들이라고 한다.

"신호운영처에서는 신호 체계를 개선해서 교통체증을 줄이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작년에는 부산, 제주 등의 신호체계를 개선해 통행속도가 무려 34%나 빨라졌답니다. 한 시간이나 걸리던 거리를 45분 만에 갈 수 있게 된 셈이에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대표적인 방법인 ‘신호연동체계’를 알려줄게요. 이건 차가 최대한 빨간불에 걸리지 않고 지나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봅시다. 시간(가로축)에 따라 차가 이동하는 거리(세로축)를 나타낸 그래프로, ‘시공도’라고도 부릅니다. ①번 시공도는 모든 교차로의 빨간불이 동시에 켜졌다가 꺼지는 상황이에요. 차가 출발한 후 빨간불에 두 번이나 걸리기 때문에, 1km를 가는 데 총 120초 정도가 걸립니다.

②번 시공도는 빨간불의 시간을 약간씩 다르게 조정했어요. 차가 ①번보다 30초나 늦게 출발하지만, 오히려 약 80초 만에 1km를 통과합니다.

빨간불이 켜지는 시간 차이(연동 값) 덕분이에요. 운전자는 빨간불에 걸리지 않아서 좋고, 교통체증도 줄어드니 일석이조죠!

이때 가장 적절한 연동 값을 구하려면 교통량이나 차로의 개수 등 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손으로 계산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VISSIM 등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한답니다. 이건 차들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확률 모형이에요. 교차로의 규모나 신호시간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실제와 거의 유사한 교통 흐름을 보여 줍니다."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라!

신호등은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목숨과도 같다. ‘초록불에 건너라’는 어릴 때 귀가 따갑도록 배울 정도다. 이 중요한 ‘초록불’을 계산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

신호운영처는 운전자뿐 아니라, 길을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도 지키기 위해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도윤 : 횡단보도 초록불이 들어오는 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나요?

박정훈 과장 : 횡단보도의 초록불과 깜빡이는 불의 시간을 계산하는 공식이 있답니다. 초록불은 사람이 차도로 내려가는 시간이에요. 횡단보도의 길이와 상관없이 4~7초를 줍니다. 8차로의 큰 길이나 동네의 작은 길이나 모두 비슷해요. 그 후에 초록불이 깜빡이는 시간은 횡단보도 길이에 맞춰 계산합니다. 사람이 걷는 속도의 기준은 1m/s예요. 따라서 횡단보도가 18m라면 초록불이 깜빡이는 시간은 18초겠죠?

그리고 어린이나 노인이 걷는 속도는 0.8m/s으로 계산해요. 만약 어린이보호구역이라면 횡단보도가 18m인 경우 깜빡이는 시간이 23초로 길어지죠.

권도연 : 그렇다면 횡단보도 빨간불의 시간은 어떻게 정하나요?

안소영 대리 : 빨간불은 차를 위한 시간이에요. 따라서 교통량을 기준으로 세우는데, 교통량은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해요. 교통량이 많으면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길고, 차가 별로 없으면 상대적으로 짧죠.
그리고 시간대별로 교통량이 변하기 때문에 오전, 오후, 밤 시간의 빨간불 시간도 다 다르답니다. 동네에서 횡단보도 시간을 한번 측정해 보세요. 이러한 규칙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동네 신호등이 규칙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교통신호불편 신고센터(1599-3572)로 전화주세요. 확인하여 즉각 개선해 드립니다.


어두운 밤에도 길을 밝혀라!

도로교통공단은 독자기자단을 위해 교통과학연구원의 시험실을 특별히 공개했다. 교통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교통안전 시설, 교통단속 장비 등에 대한 기준과 규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2002년에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가입되어 이곳에서 실험한 결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신호등이 꺼지지 않도록, 그리고 어두운 밤에도 도로표지판이 잘 보이도록 다양한 연구를 한다. 그 중에서 안내판의 가독성을 높이는 ‘재귀반사’라는 특별한 방법의 원리를 들어보았다.

"혹시 밤에 고양이의 눈이 번쩍하고 빛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바로 ‘재귀반사’ 현상이에요. 재귀반사는 빛을 제자리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뜻이에요. 어두울 때도 운전자가 도로표지판을 잘 볼 수 있도록 재귀반사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어요.

재귀반사는 거울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거울은 그림①처럼 빛이 비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반사돼요. 만약 도로표지판이 이렇다면 운전자가 내용을 읽기가 힘들거예요. 하지만 재귀반사의 원리를 이용하면 차의 빛이 반사되어 차 쪽으로 돌아옵니다.

여러 가지 재귀반사 방법 중에 유리구슬 방식을 살펴볼까요? 그림②처럼 빛은 두 번의 굴절과 한 번의 반사를 거쳐서 들어왔던 방향으로 다시 나가게 되죠. 이 방식은 모든 방향에서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어요. 주로 중앙선의 페인트 위에 작은 유리구슬들을 뿌려서 붙이는 방법을 써요. 그러면 중앙선이 밤에도 잘 보여서 안전하겠죠?

이 외에도 교통과학연구원에서는 새로운 교통장비가 충분히 안전한지 검토하는 연구를 한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도입된 LED 신호등이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지 검증을 했어요. 이를 위해 영하 30°C부터 영상 70°C까지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태풍에는 잘 견디는지를 실험했지요. 요즘에는 실시간으로 내용을 바꿀 수 있는 대형 도로표지판을 연구 중입니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신호등, 그 속에 담긴 열정
전도윤(서울 강현중 1학년)

도로교통공단의 중앙교통정보센터에 들어갔을 때는 많이 놀랐다. 뉴스에서만 보던 교통상황 영상이 한곳에 다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인 장승배기 쪽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아 더 기억에 남았다. ‘교통알림e’라는 앱을 설치하면 온 서울의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 후에 신호운영처의 박정훈 과장님으로부터 신호등의 빨간불과 초록불이 켜지는 시간의 기준에 대해서도 들었다. 다 똑같이 적용하는 계산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침, 점심, 저녁의 도로에 들어오는 차량과 보행자 수의 데이터를 종합해 첨두 시간(차량과 보행자의 수가 가장 많은 시간대) 안의 교통량을 측정하고 도로용량편람 매뉴얼을 참고해서 계산한다고 하셨다.

‘도로용량편람’이라는 책은 매우 두껍고 어려워 어마어마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신호등 하나를 설치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림잡아 신호등이 전국에 10만 개쯤 있을 텐데,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신호등을 그렇게나 많이 만들다니! 흔한 신호등이 갑자기 귀하게 느껴졌다. 새삼 도로교통공단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열정이 뼛속 깊숙히 다가왔다.


교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며…
권도연(서울 상계중 2학년)

도로교통공단을 취재해 보니 매우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란 걸 알게 되었다. 도로교통공단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방송이다. 여기서는 전국의 도로에 있는 CCTV 3600대로 얻은 교통 정보를 한국교통방송(TBN)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둘째, 교육본부와 운전면허본부의 업무다. 교육본부에서는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이나 추가 교통안전전문교육방송 등의 활동을 통해 교통안전교육에 힘쓰고 있다. 운전면허본부에서는 전국 26개의 면허시험장을 관리하고, 장애인 및 외딴 섬의 주민들이 시험을 볼 수 있게 돕는 업무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본부의 업무다. 여기서는 교통사고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VISSIM, NETSIM, T-7F, TRASCO 등의 분석모형을 이용해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VISSIM과 NETSIM은 여러 가지 교통상황의 확률을 구해서 가상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이다. 또, T-7F와 TRASCO는 교통 조건이나 좌회전 운영체계 등의 경우의 수를 구해 평가를 하는 분석 모형이다.

이런 여러 가지 도로교통에 관한 연구와 노력이 있기에 지금처럼 도로교통 체계가 잘 정비되고 원활해진 것 같다. 앞으로 도로교통사업이 더 발달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희 기자의 첨삭 포인트

두 기자 모두 취재한 내용을 잘 정리했어요. 전도윤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순간순간 느낀 점을 적어서 생동감 넘치는 기사가 되었어요. 권도연 기자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도로교통공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전달했습니다.

2013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 도움

    도로교통공단 신호운영처
  • 사진

    김정 기자
  • 사진

    도로교통공단 신호운영처
  • 기타

    전도윤
  • 기타

    권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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