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에서 페르마를 완벽하게 때려눕힌 오일러.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최종보스를 꿈꾸며 이번에는 직접 추측을 만들어 제시했다. ‘오일러의 거듭제곱의 합 추측’으로, k제곱한 수 여러 개를 더한 값을 어떤 수의 k제곱으로 표현하려면 최소 k개를 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k가 3인 경우 3의3승+4의3승+5의3승=6의3승이 성립하는데, n이 k와 같으므로 추측이 성립한다. 이것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도 관련이 있다.
협공으로 깨부숴버린 추측
과연 오일러가 만든 추측은 강력했다. 한 세기가 지나도 입증하거나 혹은 반례를 찾아낸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오일러는 끝판왕의 자리를 지키는 듯 했다. 그런데 약 200년이 지난 1966년, 도전자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토마스 파킨과 레옹 렌더. 둘은 컴퓨터라는 신문물로 협공해 오일러의 거듭제곱의 합 추측을 무너뜨린다.
27의5승+84의5승+110의5승+133의5승=144의5승
두 사람이 찾아낸 반례는 거듭제곱수인 k가 5인 경우다. 위 식은 k=5이고, n=4이므로 오일러의 추측이 성립하지 않는다. 파킨와 렌더는 논문에 단 2문장만 적어 약 200년 간 묵혀있던 오일러 추측을 반증한다.
파킨과 렌더의 첫 반례가 나온 이후 k=5, n=4인 반례가 몇 차례 더 나오며, 오일러 추측은 완전히 뭉개져 버린다. 1986년에는 미국 수학자 노암 엘키스가 k=4일 때 반례까지 찾는다.
그러나 아직 k가 6 이상인 경우에는 모든 수에 대해 식이 성립하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위대한 수학자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만신창이가 된 오일러가 가엾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도 반례를 찾아 오일러에게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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