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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학탐정 M 로슬린 성당의 비밀을 밝혀라!

[중 1] 평면도형


오는 4월 1일까지 로슬린 성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하지 않으면, 로슬린 성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베타-


D-10 의문투성이 로슬린 성당

‘혹시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지난달 시계탑 폭파 사건의 용의자 베타?’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적지만 골라 시민들을 곤란하게 하려는 같은 수법인 것 같다. 로슬린 성당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모를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성당과 음악, 그리고 수학. 이 셋은 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수수께끼 같은 이 문제를 풀고, 성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


“끼이익….”
어서 오십시오. 로슬린 성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43년째 이 성당의 관리인을 맡고 있는 베이컨 모네타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성당이 위험에 처했다고 해서, 저 역시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잡아 주시길 바랍니다. 성당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으실 테니, 우선 간단히 성당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로슬린 마을에 위치한 로슬린 성당은 15세기에 지어진 작은 성당입니다. 사실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성 마테오 대성당’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지역 이름을 붙여 ‘로슬린 성당’이라고 부릅니다. 로슬린 성당은 1446년, 당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가문인 윌리엄 싱클레어 가에서 지은 가문을 대표하는 건물입니다.

15세기 유럽 귀족들은 각 가문을 대표하는 성당을 지어, 성당에서 세례나 성인식은 물론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성당은 납골당으로도 사용되었고, 심지어 성당 근처에 무덤을 만들기도 했죠. 이 성당은 당시 로슬린 마을을 소유했던 윌리엄 싱클레어 가문이 오직 자신들을 위한 성당으로 쓰려고 지은 것입니다.

성당은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 아치형 창문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로슬린 성당에는 다른 고딕 양식 성당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조각상들도 있죠. 아마 한 바퀴 둘러보시면, 로슬린 성당만의 매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성당 안쪽으로 들어가 보여 드리죠.


D-7 첫 번째 단서 클라드니 도형을 발견하다!

모네타와 함께 성당 안쪽으로 들어왔다. 가까이서 기둥을 관찰하니, 석공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아치형 천장을 촘촘히 가득 메운 꽃무늬, 별무늬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복도를 지나 예배당으로 걸어가던 중, 복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 몇 장을 발견했다. 종이에 그려진 정사각형들은 마치 어떤 숫자를 대표하는 듯했다. 도형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찰나, 종이 뒷면 적혀 있는 알파벳을 발견했다. ‘C-H-L-A-D-N-I, 클라드니?’ 숙소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클라드니에 대해 조사해 봐야겠다.

에른스트 클라드니와 그 도형


에른스트 클라드니는 19세기에 활동한 독일의 물리학자다. 그는 처음에 법학을 전공했으나, 물리학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전공을 수학과 물리학으로 바꿨다. 특히 그는 소리의 에너지에 대해 집중해서 연구했다.

소리의 에너지는 ‘파동’에 의해 전달되는데, 파동이란 한 곳에서 생긴 진동이 차례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파동이 퍼져나갈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한다. 클라드니는 ‘소리가 만드는 진동’에 주목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소리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는 1787년에 주파수에 따라 다르게 진동하는 소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클라드니 도형’을 정의했다.

클라드니 도형이란, 어떤 판 위에 건조한 모래를 올려놓고 그 판에 소리를 입력했을 때 판 위의 모래가 주파수에 따라 서로 다른 무늬를 만들어 내는 걸 말한다. 클라드니 도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면, 다양한 주파수를 만들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는 입력한 주파수에 따라 소리의 진동을 전달하는 장치로, 금속판의 중앙이 고정 돼 있다. 금속판은 때에 따라 그 모양을 선택할 수 있다.

한 점이 고정된 금속판 위에 건조한 모래를 뿌리고, 원하는 주파수를 입력하면 해당 주파수에 따라 진동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때 클라드니 도형이 나타난다.

클라드니 도형은 입력된 소리가 ‘정상파’일 때 나타난다. ‘정지파’라고도 부르는 정상파는 진동의 너비(진폭)와 주파수가 같은 두 파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다 겹쳤을 때,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진동하는 파를 말한다. 정상파에서 전혀 진동하지 않는 점을 ‘마디’, 최대 진폭으로 진동하는 부분을 ‘배’라고 한다.
 
정상파는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에서 흔히 나타난다. 현악기처럼 양 끝이 고정된 현을 진동시켰을 때 정상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악기의 전체 현의 길이는 정상파의 1/2파장을 정수배 한 것과 같다.

클라드니 장치는 금속판의 한 점을 고정해 이와 같은 ‘정상파’를 재현하는 원리다. 금속판을 고정했던 한 점이 ‘마디’가 되고, 고정되어 있지 않은 나머지 부분이 ‘배’가 된다. 마치 현악기를 켜듯 활로 금속판을 켜 진동을 전달하면, 금속판 위에 흩어져 있던 모래는 시간이 갈수록 진동하지 않는 마디, 즉 중앙으로 모여든다.

이때 주파수가 높아지면 진동의 세기와 속도, 위치가 달라져 전체적으로 마디의 개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더욱 복잡한 클라드니 도형을 관찰할 수 있다.


D-3 두 번째 단서 악사들의 특별한 연주법!

이제 클라드니 도형과 로슬린 성당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점점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성당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히 거리의 악사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성당 앞에서 첼로를 무릎에 누이고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음악에 따라 첼로 위에 서로 다른 특정한 무늬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래! 현악기에서도 정상파가 나타난다고 했지! 오~, 중요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소리의 울림을 보여 주는 클라드니 도형


클라드니 도형은 주파수에 따라 전해지는 진동으로 판이 울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울림통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기타나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악기의 성능을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에서 소리가 날 때 바이올린 몸체의 진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앞판과 뒤판의 진동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진동은 클라드니 도형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좋은 나무를 이용해 제작한 악기일수록, 해당 주파수의 클라드니 도형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좋은 나무로 만들어지는 또렷한 소리가 정확한 정상파를 만드는 것이다.

한편, 바이올린은 어떤 현으로 진동을 만드냐에 따라 그 소리가 달라진다. 이때 해당 소리의 주파수가 같으면, 악기를 만든 재료가 달라도 같은 모양의 클라드니 도형이 만들어진다.

만약 악기의 성능을 분석할 때 클라드니 도형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전달 함수’를 이용하면 된다. 전달 함수란, 악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수치화’하여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함수식이다.

바이올린에서 현의 진동은 줄받침을 통해 몸체의 진동으로 바뀌며 소리를 낸다. 따라서 처음 현으로 입력되는 주파수와 클라드니 도형을 통해 몸체로 전달된 주파수를 알면, 전달 함수를 통해 ‘진동이 손실된 정도’를 계산할 수 있다. 결과 값에 따라 줄받침을 조정하면 최대한 진동이 전달되는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다.


D-day 로슬린 성당의 암호를 풀다!

거리의 악사들에게 얻은 결정적인 힌트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마을 사람들이 로슬린 성당을 ‘암호 성당’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 성당 내부에서 ‘악보’만 찾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문지기 모네타 씨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어제부터 그가 보이질 않는다.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만날 수 없다니!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

악보를 품고 있는 클라드니 도형


나는 성당 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화려한 모습의 다양한 조각들이 바로 암호라고 생각했다. 소리를 담은 암호 말이다. 암호라 의심하고 성당을 자세히 살펴보니,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13명의 천사들이 보였다! 역시, 답은 성당 안에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성당과 기둥에 모두 213개의 정육면체가 새겨져 있었다. 왠지 정육면체에 새겨진 무늬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조각 암호?!

성당에 그려진 조각 암호를 보며, 막바지 조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자 2007년 영국의 암호 해독 요원인 토마스 미첼과 작곡가 아들 스튜어트 미첼이 27년 동안 연구해, 성당에 숨겨진 조각 암호의 해답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클라드니가 도형을 정리해 놓은 책을 보고, 정육면체에 새겨진 무늬와 비교해 암호를 풀었다고 한다.

역시 열쇠는 클라드니 도형이었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일정한 규칙과 순서로 가지런히 정리된 클라드니 도형이라면, 바로 음악으로 연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로슬린 성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대표하는 ‘악보’가 분명하다!

실제로 조사를 더 해 보니, 미첼 부자는 이 클라드니 도형을 악보로 만들어 2007년 5월 18일에 이곳에서 ‘로슬린 모테트’라는 이름으로 직접 연주를 했다고 한다. 역시 베타가 말한 음악은 이거였어! 이제 거리의 악사에게 연주를 부탁하면 사건 해결이다!

한 걸음 더 클라드니 연구를 잇는 한스 제니

스위스의 의사이자 예술가였던 한스 제니 박사는 1967년 <;파동과 진동의 구조와 역학>;을 출판하면서, 클라드니의 연구를 이어갔다. 제니 박사는 클라드니 도형과 같은 원리로 모래, 씨앗, 철가루와 같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진동하는 판 위에 놓고 만들어지는 무늬들을 정리했다. 그는 이를 ‘싸이매틱스’라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또한 한스 제니는 물이나 마른 모래처럼, 소리의 진동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물체의 파동도 주파수에 따라 고유한 무늬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물은 모래와 반대로 진동하는 배 부분에 모이고, 진동하지 않는 마디에는 모이지 않았다.

그는 ‘토너스코프’라는 이름의 발명품도 만들어, 인간의 목소리를 바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인간의 음성은 물론, 대중음악까지도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제니 박사는 클라드니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이 만들어 내는 파동은 음의 길이나 박자에 따라서도 고유의 무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정리한 새로운 무늬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재생 화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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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물리학부
  • 도움

    www.rosslynchapel.org.uk
  • 도움

    ⒸJoe Walker & Rosslyn Chapel Trust Novemb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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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매틱스에 의한 단음의 그래픽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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