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슬슬 배가 부르군요. 자, 그럼 소화도 시킬 겸 뒤쪽에 마련한 공연장으로 이동하실까요? 눈과 귀가 호강할 시간입니다. 멋진 작품도 감상하고 예술가 겸 아마추어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유리공예가 겸 아마추어 수학자인 마틴 데메인은 ‘MI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하학 연구를 할 때 저는 머릿속에 3차원 공간이 저절로 그려진다”며, “미술을 다루니까 개념을 시각화하는게 훨씬 쉽다”고 수학이 예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예술도 수학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배경지식이 다르다고 수학을 연구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요. 아마추어 수학자 중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수학을 더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을까 고민한 사람이 많답니다.
▲ 알베르트 뒤러 1471~1528
직업 - 화가
난 독일의 천재 화가이자 많은 사람이 르네상스 시대 가장 중요한 수학자라고 부르는 알베르트 뒤러라오. 내 입으로 말하려니 쑥스럽군. 어흠흠. 난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소. 그런데 그림을 그릴수록 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오. 어떻게 하면 더 잘 그릴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수학을 만나게 됐소. 수학은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도식적으로 짜인 자연과학이거든.
말고도 수학을 그림에 쓴 화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은 주로 수학 개념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거나 비례를 그림에 적용하는 정도였소. 난 비례도 탐구했지만 기하학 자체에 좀 더 깊게 파고들었지. 그래서 책도 쓸 수 있었던 거라오. 독일 최초의 기하학책 ‘측정에 관한 네 권의 책’은 수학과 그림에 대한 내 열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소.
▲ 할란 브라더스 1957~
직업 - 재즈 기타리스트
e는 2.718253968… 아, 자연상수 e를 외우던 중이었습니다. 전 재즈 기타리스트 할란 브라더스입니다.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교에서 작곡을 배웠지만, 수학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자연상수 e를 구하는 새로운 방정식을 찾은 사람이죠. e는 무한히 뻗어가는 무리수라서 방정식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e를 나타내는 방정식이 있긴 하지만 다들 복잡하고 정확하지 않은 거예요.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라디오 방송 ‘사이언스 프라이데이’에 보냈어요. 그랬더니 존 녹스 미국 조지아대학교 교수가 연락해왔죠. 그렇게 공동연구를 시작하고 논문도 낼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수론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에요. 음악 구성 요소는 모두 수학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작곡할 때도 수학을 써요. 수학과 음악이 만나면 더 멋진 곡이 된답니다. 확인하고 싶다면 제가 쓴 ‘100 Seconds of Pi’와 ‘Measure This’를 들어보세요.
▲ 헤디 라머 1914~2000
직업 - 배우
반가워요. 난 194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최고의 배우이자 와이파이를 있게 한 발명가예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독일군이 연합군의 무선신호를 해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전한 통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주파수 하나로만 보내던 신호를 여러 주파수를 오가도록 쪼개어 전달하면 될 것 같은 거예요. 이 ‘주파수 도약법’을 생각해 낸 다음 음악가 조지 안테일 선생과 함께 장치를 설계했어요. 악기의 원리와 수학 아이디어를 합쳐 비밀통신장치를 만들고 특허도 얻었죠. 이 장치가 발전해서 와이파이가 됐어요.
신호를 쪼갠다는 건 수신할 때 다시 코드에 맞게 조합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려면 패턴과 식을 만족하도록 나눠야 하고, 각 신호가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정확하게 이동하도록 계산해야 해요. 난 15살에 학교를 그만뒀기 때문에 수학을 제대로 배우진 못했어요. 그런데 수학을 좋아하기도 하고 재능도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라고 무작정 내 발명을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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