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할 위치를 정할 땐 무작정 사람이 많은 곳만 찾아서는 안 된다. 어떤 가게가 주변에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핫도그 가게가 즐비한 곳에서 핫도그를 팔아서는 손님을 데리고 오려는 경쟁이 치열해서 성공하기 어렵다.
식당의 저항도 무시할 수 없다. 건물을 빌려서 식당을 낸 상인은 비싼 임대료를 낸다. 그러니 비교적 저렴한 입점료로 장사하는 푸드트럭과 경쟁한다면 상인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울시가 여는 푸드트럭 축제인 ‘서울밤도깨비야시장’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행사를 하려다가 상인의 반대로 위치를 옮겨야 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가능한 좋은장소를 푸드트럭 존으로 정한다. 기존 상인의 저항을 피하면서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말이다. 푸드트럭 사장은 그중에서도 장사가 잘 될 곳을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푸드트럭 문화를 만든 캐나다가 같은 고민을 했다. 2013년, 사이먼프레이저 대학교의 수학과 학생이던 베니 와이와 알렉스리우, 로렌스 휴엔은 지도 교수 아브라함 푸넨과 함께 밴쿠버에서 푸드트럭의 최적 위치를 찾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논문은 같은 해 캐나다 경영과학회가 연 논문대회에서 대학생 부문 1등을 차지했다.
이 모형은 주변 상권과 사람 수에 따라 밴쿠버의 여러 거리에 점수를 매기는 공식으로 이뤄져있다. 내 푸드트럭과 비슷한 메뉴를 파는 식당이나 푸드트럭이 주변에 있으면 거리의 점수는 내려간다. 반대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 수가 많으면 점수는 오른다. 점수계산법은 푸드트럭과 가게 상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밴쿠버 시가 공개하는 행인 수와 푸드트럭 및 음식점 위치 정보를 활용했다. 밴쿠버 시 중앙의 롭손 광장 근처는 행인 수가 가장 많지만 캐나다와 미국 음식을 파는 곳이 많아 같은 유형의 푸드트럭에게 좋은 장소가 아니다.
반대로 캐나다와 미국 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않고 사람이 많은 던스뮤어 거리는 캐나다와 미국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에게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푸드트럭 존을 지정하는 데 쓸 수 있도록 밴쿠버 시에 전달했다.
연구팀은 모형을 조금 수정해 밴쿠버 시가 새로운 푸드트럭 15개를 허가한다면 어떤 업종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도 계산했다. 그 결과 15개 중 8개를 한국 음식을 파는 트럭으로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밴쿠버 시에는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과 푸드트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 지도는 15개 푸드트럭을 추가로 허가할 때 음식에 따른 푸드트럭의 최적 위치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별 행인 수와 식당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각 도시의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거리를 푸드트럭 존으로 정할지, 또 푸드트럭 사업자는 여러 푸드트럭 존 중 어디에서 장사하면 좋을지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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