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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인터뷰_이훈희 교수

젊은 수학자를 만나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기초연구 우수성과 50선’으로 선정된 연구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대 수학에서는 답을 찾기 전에 답이 모여 있는 모임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많이 써요. 바로 답부터 찾는 게 어려우니까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임, 즉 공간에 대해 먼저 연구하는 거지요.

그 중에서 저는 눈에 보이는 공간이 아닌 추상적인 공간을 연구합니다. 제가 연구한 양자 공간은 수학적으로 만들어낸 추상적인 공간이에요. 이 양자공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해석학과 확률론을 이용해서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양자공간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처음부터 이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저는 여러 나라에서 연구원을 했는데, 그
때 만났던 멘토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KAIST에서 박사를 받은 뒤 미국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에 연구원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 곳에서 만난 멘토가 지금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계셨어요. 그 분께 영향을 받아 양자공간이라는 것을 연구하게 됐죠.

해석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미적분학을 추상적인 형태로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처음 해석학을 배울 때는 어려울 수 있어요. 논리적이고 세밀한 수학의 엄밀성을 처음 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지극히 딱딱해 보이고 엄격한 증명을 이해하기보다 증명 과정을 외워버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해석학 공부를 깊이 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증명에 이용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여기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몇 쪽이 넘어가는 증명도 결국 하나의 아이디어에 좌우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여러 나라에서 공부를 해보셨다고 했는데, 외국에서 연구를 할 때 한국과 차이가 있었나요?

약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연구 환경이 척박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외국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기위해 논문을 입수하는 것조차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전자 시스템으로 어디서나 논문을 볼 수 있기때문에 자료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데는 차이가 있어요. 한국에는 수학을 활발히 연구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같은 분야의 연구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다음 주에 일본을 가는 이유도 새로운 연구와 관련된 수학자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일본 교토대에 있는 프랑스 수학자와 함께 양자정보학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양자현상이 발생하는 통신 시스템을 써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광통신이 대표적이죠. 이런 양자현상을 이용한 정보 전달에 대해 연구하는 게 양자정보학입니다. 수학과 물리는 학문으로 갈라진 지 오래돼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각 학문에서 관심있게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달라요. 그런데 양자정보학은 수학자와 물리학자 모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예요. 이 분야에서는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함께 연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하셨나요?

좋아했어요. 잘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늘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고등학교 가면서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도 했어요. 주변에는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위축이 됐고, 자신감도 잃게 된거죠. 하지만 항상 수학을 좋아했고, 결코 수학에 대한 흥미는 잃지 않았죠. 그래서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어릴때부터 수학자가 꿈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수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대학에서도 처음에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죠. 1년 만에 수학과로 전과했는데, 사실 수학과 다니던 시절에도 성적이 좋지는 않았어요. 밴드 생활을 하고 놀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죠. 대학원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도 수학에 대한 흥미는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수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 문제에 깊이 빠져 해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물론 수학은 세부적인 문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공학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긴 합니다. 하지만 세심하게 연구하기 때문에 수학자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게 있죠. 어떤 결과가 왜 나오게 됐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수학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학생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니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가 점점 더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거든요.

많은 수학과 학생이 순수수학만 접해봤기 때문에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대부분 알지 못해요. 이게 진로가 제한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순수수학에만 매진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산업 분야에서 수학이 쓰이는 곳이 많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만 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은 유명한 문제를 풀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 세우는 것은 위험해요.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몇 날 며칠을 한 문제만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두고, 다른 것을 연구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는 거죠.

세상을 뒤엎을 수학 이론을 내놓겠다기보다는 수학을 좋아하니 이것을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수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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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사진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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