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최동건을 찾아라!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최동건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어느 병동에 입원해 있는지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병원에 도착한 왕 반장이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최동건이 어느 병동에 있는지 물었다.
“최동건 환자라면, 혹시…. 쌍둥이 형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병원 직원이 대답했다.
“쌍둥이라니요?”
“최동건 환자는 최동석 환자와 쌍둥이 형제예요. 같은 날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둘 다 기억과 말을 모두 잃었어요. 자세한 건 담당 의사를 만나 물어 보세요.”
생각하지 못한 쌍둥이 형제 이야기에 당황한 왕 반장은, 곧장 담당 의사를 찾아갔다. 담당 의사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 입원실로 왕 반장 일행을 데려갔다.
“여기 두 사람이 최동건, 최동석 쌍둥이 형제입니다. 얼굴은 완벽하게 닮았지만, 취향은 다르지요. 기억을 잃었더라도 취향이나 습관은 남아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구분할 수 있겠지만, 가족도 전혀 없고 지인도 방문한 적이 없어서 저희로서도 정확하게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알록달록 주사위 그림으로 나타난 퍼즐
“최동건은 바로 이 사람이에요!”
날카로운 눈매로 한참을 생각하던 소마가 추리한 근거를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왕 반장과 박 형사도 소마의 추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최동건을 알아냈더라도 기억을 잃었고, 말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야. 도대체 어떤 교통사고를 당했기에 이렇게 된 걸까. 혹시 그때 수지도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걸까?”
왕 반장은 수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박 형사가 최동건의 병실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말을 꺼냈다.
“반장님! 이것 좀 보세요. 최동건이 그린 그림 같은데, 좀 독특한데요?”
박 형사가 최동건의 병실에서 발견한 스케치북을 보여 주며 말했다. 스케치북에는 알록달록한 주사위의 한 면이 가득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주사위를 왜 이렇게 많이 그렸을까요? 정말 독특하네요.”
그림을 본 소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게 말이야. 기억도 말도 잃은 최동건이 그린 그림이라….”
왕 반장 일행은 모두 그림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침묵을 깨며 왕 반장이 말했다.
“이 그림은 바로 퍼즐이야! 퍼즐이라고!”
퍼즐 속 숫자의 뜻을 밝혀라!
“반장님! 주사위 퍼즐을 풀었습니다.”
웬일인지 박 형사가 가장 먼저 퍼즐을 해결했다. 왕 반장과 소마는 평소와는 다른 박 형사의 모습에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박 형사는 이번에 최동건이 명성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는 데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오~! 선배! 대단해요.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소마가 박 형사를 칭찬했다.
“그…, 그런가? 뭘 이정도 갖고….”
“아니야! 박 형사가 이번 최동건이 이 병원에 있다는 걸 찾는 데에 가장 수고가 많았어. 마치 자기 가족이라도 찾는 것처럼 며칠 밤을 새고 말이야.”
왕 반장이 박 형사를 칭찬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소마가 서랍 속에서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발견했다.
“반장님, 여기 이것 좀 보세요. 이것도 퍼즐 같은데요?”
소마가 발견한 종이에는 20, 12, 4, 8, 19, 7과 같이 6개의 수가 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었고, 숫자와 숫자 사이에는 빈 칸이 있었다. 종이에 적힌 수와 빈 칸을 본 퍼즐해결사 소마는 이것이 퍼즐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마는 본능적으로 퍼즐을 풀기 위해 몰두했고, 왕 반장과 박 형사는 퍼즐 속 여섯 개의 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1과 0으로 된 암호?!
퍼즐해결사 소마는 사칙연산을 채워 등식을 완성하는 퍼즐을 가볍게 해결했다. 하지만 퍼즐을 풀었음에도 그 속에 담긴 뜻은 알 수 없었다. 힘겹게 최동건을 찾았지만, 수지와 연관된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 세 사람은 답답한 마음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왕 반장은 최동건이 스케치북에 남긴 퍼즐을 보며, 말을 하지 못하는 최동건이 분명히 뭔가를 알리기 위해 남긴 암호라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왕 반장은 최동건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다가갔다.
“사고가 일어난 날, 한수지와 함께 있었소?”
왕 반장이 최동건에게 물었지만, 최동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왕 반장의 질문에 겁에 질려 숨어버리려고 했다.
“말을 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내 말이 맞으면 고개를 끄덕여 보란 말이오!”
왕 반장이 더욱 강한 목소리로 묻자, 최동건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이를 지켜본 소마가 최동건에게 다가와 다시 말을 꺼냈다.
“최동건 씨, 저흰 한수지 씨를 찾으러 온 거예요. 도우러 온 거라고요. 그러니까 우릴 믿고 말해 봐요, 네?”
소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최동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러자 최동건은 이내 안정을 되찾았고, 서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종이에는 1과 0으로 된 수가 여러 개 쓰여 있었다. 종이를 본 소마는 이것 역시 암호라는 것을 파악했다.
‘수지와 관련된 암호야! 분명해!’
2012년 4월, 최동건 교통사고 현장에 수지도?
“반장님, 최동건 형제의 교통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났다고 하셨죠?”
다급한 목소리로 박 형사가 왕 반장에게 물었다.
“그게…, 2012년 4월이랬지 아마? 그리고 교통사고로 차가 전복돼 강에 빠졌다고 했어. 그런데 그건 왜 묻지?”
“1과 0으로 된 암호 말이에요. 그 암호를 풀어 보니 ‘SUJI IN RIVER’였어요. 그리고 사칙연산 등식에 있는 숫자 20, 12, 4, 8, 19, 7은 사건이 일어난 날짜와 시각을 뜻하는게 분명해요. 2012년 4월 8일 19시 7분일 거예요.”
뜻밖에도 박 형사의 날카로운 추리였다. 지난 번 캠퍼스 이후 박 형사가 이전과 다르게 놀라운 집중력과 추리력을 보였다.
“선배! 선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고가 난 날 최동건 쌍둥이 형제와 수지가 같이 있었고, 사고 후 수지는 강에 빠져 실종됐다는 거 아닐까요? 마치 주사위 미로에 갇혀 있듯이, 수지가 어딘가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몰라요.”
소마가 박 형사의 추리에 이어 사고가 일어난 날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박 형사와 소마의 말에 모두 일리가 있어. 분명한 건 최동건 쌍둥이 형제의 교통사고에 수지가 연관이 있고, 지금 반드시 수지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 거야. 어서 2012년 교통사고가 난 현장과 그 날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록을 찾아봐야겠어.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자고!”
왕 반장 일행은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소마의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박 선배가 왜 갑자기 저렇게 열심히 사건에 몰두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