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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생생한 뒷이야기

대한민국 종합 1위

7월 12~2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가 열렸다. 111개국, 615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대표팀 6명이 모두 금메달을 따며 2012년 이후 두 번째로 종합 성적 1위를 기록했다. 대표로 출전한 김다인, 김세훈, 백승윤, 안정현, 이송운, 최규현 학생과 엄상일 부단장으로부터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회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6개. 각국 대표 선수들은 4시간 30분 동안 3문제를 푸는 일정을 이틀 동안 소화한다. 우리나라 대표 대부분은 ‘시험 보기 직전’을 가장 떨렸던 순간으로 꼽았다. 김다인 양은 ‘모든 참가 학생이 받은 점수와 메달이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데다 국가 순위는 대표 6명의 점수를 모두 합해 계산하기 때문에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밝혔다.

 

긴장을 풀기 위한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백승윤, 안정현 군은 쉬운 문제를 풀면서 자신감을 키웠고, 김다인 양과 최규현 군은 문제를 잘 풀었던 순간을 떠올리거나 ‘나는 할 수 있다’고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송운 군은 긴장을 풀기 위해 잠을 청하기도 했다.

 

 

토끼와 사냥꾼에 얽힌 슬픈 추억


IMO는 전통적으로 첫째 날의 3번 문제와 둘째 날의 6번 문제가 어렵다. 이번 해에도 마찬가지였는데, 3번 문제는 만점인 7점을 받은 학생이 참가자 615명 가운데 단 2명, 만점자를 포함해 1점이라도 받은 학생은 단 7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1, 2번을 풀고 나서 1시간 30분 동안 3번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눈곱만큼도 풀리지 않아 막막했다”는 최규현 군은 3번 문제를 푼 참가자가 단 두 명이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았단다.

 

토끼와 사냥꾼 중 누가 이길 것인가를 묻는 문제였는데, 이송운 군은 “사냥꾼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답은 토끼가 이기는 것이었다”며 놀라워했다. 김다인 양 역시 “누가 이기는지 알려주고 증명하는 문제였어도 충분히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째 날 시험을 끝낸 대표팀은 둘째 날 시험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시험 문제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그런데 식당이나 레크리에이션 룸에서 외국 친구들이 종종 ‘한국 대표단 중 3번 문제를 푼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서 3번 문제가 무척 어려웠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국가대표 되기 vs 금메달 따기


IMO에서 우리나라는 강한 팀에 속한다. 대표가 되려면 여러 관문으로 이뤄진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거쳐야 하는데, 이 경쟁도 만만치 않다. 대표팀에게 국가대표가 되는 것과 금메달을 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웠는지 물었다. 결과는 반반이었다.

 

문제 채점 결과를 협상하는 방 밖에 문제별 채점 일정표가 있다.

 

안정현, 이송운 군과 김다인 양은 ‘국가대표가 되는 쪽’이 더 어렵다고 한 반면, 최규현, 김세훈, 백승윤군은 ‘금메달을 따는 쪽’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다인 양은 “IMO에서는 상위 1/12 안에 들면 금메달을 주지만 우리나라에는 워낙 잘하는 학생이 많아 상위 6명 안에 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훈 군은 “낯선 곳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백승윤 군 또한 “작년에 은메달을 받고 나서는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이 생겨 금메달을 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부단장인 엄상일 KAIST 교수와 최수영 아주대학교 교수, 조교로 참가한 이종원 씨. 이종원 씨는 KAIST에 재학 중인데 브라질에서 ‘오늘의 문제’를 만들어 대표 선수의 연습을 도왔다.

 

IMO를 보는 또 다른 눈


대회 기간 동안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 못지않게 긴장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대표단을 이끄는 각국의 단장과 부단장이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 문제 출제부터 IMO까지 항상 함께해 온 엄상일 부단장은 이번 IMO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안녕하세요! 송용진 단장님, 최수영 부단장님과 함께 대표팀에 참가한 엄상일 부단장입니다. 2012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우리 팀이 1등을 했을 때 제가 부단장이었는데, 이번에도 함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IMO는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개최국의 문제선정위원회가 엄선한 여섯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100여 개가 넘는 참가국에서 문제를 투고하면 문제선정위원회가 몇 개월 동안 20여 개 문제를 추려요. 거기서 또 한 번 투표를 거쳐 마지막 여섯 문제를 뽑지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문제를 뽑기 때문에 이 과정을 ‘뷰티 콘테스트’라고도 부른답니다.

 

우리 팀이 1등을 확정지은 뒤 축하하기 위해 모인 엄상일 교수와 미국 팀 단장 포-셴 로 교수, 영국 팀 부단장 도미닉 여 박사, 채점 요원으로 참가한 존 버만 씨(시계방향 순).

 

수학 문제가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냐고요?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지만 제 눈에 아름다운 문제는 대부분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 풀이는 간결하고 기발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반면 푸는 방법은 빤히 보이는데 따져야 할 것이 많은 문제, 여러 가지를 대입하다가 운이 좋으면 정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는 별로 좋지 않지요.

 

국내와 국제를 막론하고 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중고등학생 수준의 수학만 활용해도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요. 미적분학은 물론 대학교 이상의 수학도 필요하지 않지요. 이번 대회에도 그런 문제가 나왔답니다.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세요!

 

 

고난도 문제 탄생 비화


대회가 폐막하고 이틀 뒤인 7월 25일, 유명 수학 커뮤니티 ‘mathoverflow.net’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어요. 이번 대회의 6번 문제를 ‘1월 17일에 온라인 논문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올라온 한 대수기하학 관련 논문에 나오는 보조정리의 특별한 경우’로 볼 수 있지 않을까를 묻는 것이었어요. 저는 대수기하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자세한 뜻은 몰랐지만 브라질에서 우연히 문제 출제자인 존 버만 씨를 만나서 문제가 탄생한 배경을 들을 수 있었어요.

 

버만 씨는 미국 버지니아대 수학과 대학원생인데, 예전에 동료가 자신에게 이 문제를 물어봤대요.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나니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했다더군요. 올림피아드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연구를 하거나 다른 학자의 강연을 듣다가 ‘이걸 고등학생에게 가르치면 좋겠다’ 싶어 기록해 둘 때가 많답니다.

 

 

수학 잘하려면 자신감이 중요해


선수가 문제를 풀면 단장과 부단장은 본부의 코디네이터와 점수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 돌입해요. 함께 채점 결과를 보면서 투명하게 점수를 결정하기 위해서예요. 통역사가 함께할 때도 있어요. 경험이 많은 코디네이터는 답안을 살펴서 부분 점수를 받을 곳을 찾아내기도 해요.

 

올해 우리 대표팀은 문제를 완벽하게 풀거나 아예 틀리거나 둘 중 하나여서 합의 과정이 수월한 편이었어요. 채점 기준표도 아주 명확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심지어 0점을 받는 답안의 예까지 보여준답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최근 성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이 많이 는 걸 알 수 있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첫째 날과 둘째 날의 마지막 문제인 3번, 6번 문제에 겁을 먹고 무서워서 잘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요즘에는 학생들이 평소에도 무척 어려운 문제로 훈련을 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국내 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어려운 문제를 경험하고요. 단장과 부단장도 대회 직전에 학생들에게 ‘3번과 6번 모두 너희가 풀 수 있으니 겁먹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지요.

 

3번 문제 점수 합의를 마친 뒤 코디네이터와 악수하는 송용진 단장(사진 왼쪽). 코디네이터 알렉스 송(가장 오른쪽)은 학생 시절에 금메달을 5번이나 딴 대기록으로도 유명하다.

 

국가대표처럼 공부해서 창의력을 기르고 싶다고요? 공부할 때 선수들은 2시간 동안 한 문제를 풀기도 해요. 수학 문제를 풀 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에요. 오랫동안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방금 배운 단원의 내용을 갖고 특정한 유형의 문제만 풀기보다는 어떻게 풀지 고민할 수 있는 문제에 도전하는 게 좋아요. 한 문제씩 풀어나가면서 자신감을 기르면 수학을 즐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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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호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eunyoungko@donga.com)
  • 사진

    엄상일(KAIST 수리과학과 교수)
  • 도움

    김다인, 김세훈, 백승윤, 안정현, 이송운, 최규현(이상 서울과학고), 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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