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1/M201702N022_1.jpg)
“글쎄. 내가 아는 한 날 해치거나 잡아가려는 사람은 없어.”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이 아니라면? 혹시 인공지능인 마고 너한테서 도망치라는 소리?”
“그건 말이 안 돼.”
“푸훗. 어쩌면 너가 악당일지도 모르지.”
“그건 사실이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나는 이 우주선 전체를 관장하고 있어.”
마고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하림은 순간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흠흠. 그건 그렇다 치고. 답은 영 모르겠네. 일단은 미지의 존재가 있다고만 하고 넘어가자.”
“그래. 지금 당장 더 나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두 번째 의문. 이 쪽지는 누가 나한테 전달했을까?”
하림은 그날의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아침에 기숙사에서 일어나 옷을 입을 때는 분명히 주머니 안에 쪽지가 없었다. 교실에서 오전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없었다. 확실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건성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까.
점심 시간? 아니었다. 오후 수업을 들을 때도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땡땡이를 치고 나온 뒤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쪽지를 발견했다. 즉, 그 사이에 누군가가 쪽지를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하림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인희?”
“뭐?”
“인희야. 주머니에 몰래 쪽지를 넣은 사람이 인희라고. 걔 말고는 내 근처에 온 사람이 없어.”
“인희가 네 엄마랑 알고 있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단순히 돈을 받고 심부름을 했을 수도 있고.”
“그럼 이제 어쩐다. 학교로 돌아갈 거야?”
마고가 하림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빨리 결정을 하라는 소리였다.
“그래. 학교로 가서 인희를 만나야겠어. 누가 시켰는지 물어봐야지.”
하림은 학교로 향했다.
어느덧 수업은 모두 끝난 뒤였다. 태양을 대신하는 우주선 조명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선생님한테 걸리면 안 되니까 밤이 될 때까지 숨어 있자.”
하림은 종종 숨어서 낮잠을 자곤 하는 비밀 장소로 갔다. 워낙 땡땡이를 자주 치다 보니 숨어 있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다.
밤이 된 학교 안은 정말 조용했다. 청소 로봇 몇 대가 조용히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치웠는데, 하림과 마고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아닌 단순한 로봇이었다.
하림은 가능한 불빛을 피해 가면서 조용히 여자 기숙사로 갔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이런, 잠겨 있잖아!”
하림은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살펴보았다. 패널이 달려 있었는데, 보안 카드를 대거나 터치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이 아니라면? 혹시 인공지능인 마고 너한테서 도망치라는 소리?”
“그건 말이 안 돼.”
“푸훗. 어쩌면 너가 악당일지도 모르지.”
“그건 사실이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나는 이 우주선 전체를 관장하고 있어.”
마고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하림은 순간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흠흠. 그건 그렇다 치고. 답은 영 모르겠네. 일단은 미지의 존재가 있다고만 하고 넘어가자.”
“그래. 지금 당장 더 나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두 번째 의문. 이 쪽지는 누가 나한테 전달했을까?”
하림은 그날의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아침에 기숙사에서 일어나 옷을 입을 때는 분명히 주머니 안에 쪽지가 없었다. 교실에서 오전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없었다. 확실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건성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까.
점심 시간? 아니었다. 오후 수업을 들을 때도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땡땡이를 치고 나온 뒤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쪽지를 발견했다. 즉, 그 사이에 누군가가 쪽지를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하림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인희?”
“뭐?”
“인희야. 주머니에 몰래 쪽지를 넣은 사람이 인희라고. 걔 말고는 내 근처에 온 사람이 없어.”
“인희가 네 엄마랑 알고 있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단순히 돈을 받고 심부름을 했을 수도 있고.”
“그럼 이제 어쩐다. 학교로 돌아갈 거야?”
마고가 하림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빨리 결정을 하라는 소리였다.
“그래. 학교로 가서 인희를 만나야겠어. 누가 시켰는지 물어봐야지.”
하림은 학교로 향했다.
어느덧 수업은 모두 끝난 뒤였다. 태양을 대신하는 우주선 조명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선생님한테 걸리면 안 되니까 밤이 될 때까지 숨어 있자.”
하림은 종종 숨어서 낮잠을 자곤 하는 비밀 장소로 갔다. 워낙 땡땡이를 자주 치다 보니 숨어 있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다.
밤이 된 학교 안은 정말 조용했다. 청소 로봇 몇 대가 조용히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치웠는데, 하림과 마고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아닌 단순한 로봇이었다.
하림은 가능한 불빛을 피해 가면서 조용히 여자 기숙사로 갔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이런, 잠겨 있잖아!”
하림은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살펴보았다. 패널이 달려 있었는데, 보안 카드를 대거나 터치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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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거리는 ‘CODE=’라는 글자 아래에 빈 네모칸이 아홉 개 있었다. 그리고 0부터 9까지 입력할 수 있는 키패드가 있었다.
“이런! 비밀번호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잖아!”
하림이 나직하게 소리쳤다.
“낭패로군. 일단 네 방으로 돌아가. 나중에 알아보는 게 낫겠어.”
“아냐. 엄마가 도망치라고 한 이상 내 방은 위험할 수 있어.”
“그래도….”
“잠깐! 이게 무슨 뜻이지? 비밀번호를 묻는 거라면 CODE 뒤에 물음표가 오는 게 보통 아닐까?
그런데 여기는 등호가 있어. 그리고 키패드는 숫자만 입력할 수 있게 돼 있고.”
“그래서?”
“이 알파벳을 숫자로 바꾸라는 건지도 몰라.”
“그러면?”
“C, O, D, E에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를 매기면 어디 보자…, 3, 15, 4, 5가 돼.”
하림이 키패드로 숫자를 입력했다. 그러나 총 9칸 중에서 5칸밖에 입력할 수 없었다.
“숫자가 9개여야 하는데, 이게 아닌가?
“이런! 비밀번호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잖아!”
하림이 나직하게 소리쳤다.
“낭패로군. 일단 네 방으로 돌아가. 나중에 알아보는 게 낫겠어.”
“아냐. 엄마가 도망치라고 한 이상 내 방은 위험할 수 있어.”
“그래도….”
“잠깐! 이게 무슨 뜻이지? 비밀번호를 묻는 거라면 CODE 뒤에 물음표가 오는 게 보통 아닐까?
그런데 여기는 등호가 있어. 그리고 키패드는 숫자만 입력할 수 있게 돼 있고.”
“그래서?”
“이 알파벳을 숫자로 바꾸라는 건지도 몰라.”
“그러면?”
“C, O, D, E에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를 매기면 어디 보자…, 3, 15, 4, 5가 돼.”
하림이 키패드로 숫자를 입력했다. 그러나 총 9칸 중에서 5칸밖에 입력할 수 없었다.
“숫자가 9개여야 하는데, 이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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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어떡하지?”
하림은 시간을 끌다 들킬까 봐 주위를 둘러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림아.”
마고가 불렀다.
“왜?”
“내가 컴퓨터여서 좀 아는데, 세상에는 10진법만 있는 게 아니야.”
“10진법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하림이 순간 깨달았다는 듯 키패드를 연타하자 소리 없이 현관문이 열렸다.
“휴우, 들어왔다.”
복도는 어두침침하고 조용했다. 하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영웅의 아들이라고 해도 야밤에 여자 기숙사에 잠입했다가 걸린다면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하림은 조심스럽게 한 발을 떼어 놓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인희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음, 걔 방이 어딘지 모르겠어….”
하림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복도 저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하림은 마고와 함께 재빨리 다른 복도로 몸을 숨겼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에 청소 로봇이 들어 있는 작은 방이 있어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발소리는 하림과 마고가 숨어 있는 방을 지나쳤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마침내 들리지 않자 둘은 밖으로 나왔다.
하림은 모퉁이를 돌아 조금 전에 문이 열렸던 곳으로 향했다. 밝은 불빛이 문틈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었나 봐. 아까 그곳이 숙직실이었을 거야. 사무실이 바로 연결돼 있을 테고.”
하림의 생각이 옳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책상과 컴퓨터가 놓인 사무실이 있었다.
“마고, 저쪽 모퉁이에서 선생님이 돌아오나 망을 좀 봐 줘. 난 컴퓨터로 인희의 방이 어딘지 찾아볼래. 사무실 맞은편에 계단이 있으니까 금방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마고가 망을 보러 복도 저쪽으로 날아갔다.
컴퓨터는 켜져 있었다. 하림이 손을 대자 모니터가 들어왔다. 기숙사 학생 명단을 찾는 건 쉬웠다. 하림은 인희의 이름을 찾아 방 번호를 확인했다. 4층 20번째, 즉 420호였다.
하림은 사무실을 나와 조심스럽게 문의 위치를 아까와 똑같이 만들었다. 하림이 나오자 마고가 돌아왔다.
“420호야.”
둘은 계단을 이용해 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인희의 이름이 적힌 420호가 나왔다.
하림은 순간 흥분해서 문을 벌컥 열려다가 멈칫했다.
‘조심해야지! 여자애 방문을 함부로 열려고 하다니.’
아마 인희도 자고 있을 터였다. 작은 소리로 문을 두드리면서 일어나기를 기대해야 했다.
똑똑똑-
의외로 단 한 번만에 방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희가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누구야?”
나직한 목소리. 인희였다.
“나 하리….”
하림은 자기 이름을 말하려다가 급히 입을 닫았다. 그 대신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마고를 향해 말했다.
‘여자 목소리 좀 내 줘.’
마고가 눈치를 채고 여자 목소리를 내며 같은 반 아이의 이름을 댔다.
“나 윤정이야. 이 시각에 미안한데 급히 필요한 게 좀 있어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인희가 말했다.
“윤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텐데, 왜 그래?”
‘무슨 소리지?’
하림은 이마를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마고에게 말을 시키려는 찰나 방 번호 아래에 붙어 있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하림은 시간을 끌다 들킬까 봐 주위를 둘러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림아.”
마고가 불렀다.
“왜?”
“내가 컴퓨터여서 좀 아는데, 세상에는 10진법만 있는 게 아니야.”
“10진법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하림이 순간 깨달았다는 듯 키패드를 연타하자 소리 없이 현관문이 열렸다.
“휴우, 들어왔다.”
복도는 어두침침하고 조용했다. 하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영웅의 아들이라고 해도 야밤에 여자 기숙사에 잠입했다가 걸린다면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하림은 조심스럽게 한 발을 떼어 놓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인희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음, 걔 방이 어딘지 모르겠어….”
하림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복도 저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하림은 마고와 함께 재빨리 다른 복도로 몸을 숨겼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에 청소 로봇이 들어 있는 작은 방이 있어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발소리는 하림과 마고가 숨어 있는 방을 지나쳤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마침내 들리지 않자 둘은 밖으로 나왔다.
하림은 모퉁이를 돌아 조금 전에 문이 열렸던 곳으로 향했다. 밝은 불빛이 문틈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었나 봐. 아까 그곳이 숙직실이었을 거야. 사무실이 바로 연결돼 있을 테고.”
하림의 생각이 옳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책상과 컴퓨터가 놓인 사무실이 있었다.
“마고, 저쪽 모퉁이에서 선생님이 돌아오나 망을 좀 봐 줘. 난 컴퓨터로 인희의 방이 어딘지 찾아볼래. 사무실 맞은편에 계단이 있으니까 금방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마고가 망을 보러 복도 저쪽으로 날아갔다.
컴퓨터는 켜져 있었다. 하림이 손을 대자 모니터가 들어왔다. 기숙사 학생 명단을 찾는 건 쉬웠다. 하림은 인희의 이름을 찾아 방 번호를 확인했다. 4층 20번째, 즉 420호였다.
하림은 사무실을 나와 조심스럽게 문의 위치를 아까와 똑같이 만들었다. 하림이 나오자 마고가 돌아왔다.
“420호야.”
둘은 계단을 이용해 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인희의 이름이 적힌 420호가 나왔다.
하림은 순간 흥분해서 문을 벌컥 열려다가 멈칫했다.
‘조심해야지! 여자애 방문을 함부로 열려고 하다니.’
아마 인희도 자고 있을 터였다. 작은 소리로 문을 두드리면서 일어나기를 기대해야 했다.
똑똑똑-
의외로 단 한 번만에 방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희가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누구야?”
나직한 목소리. 인희였다.
“나 하리….”
하림은 자기 이름을 말하려다가 급히 입을 닫았다. 그 대신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마고를 향해 말했다.
‘여자 목소리 좀 내 줘.’
마고가 눈치를 채고 여자 목소리를 내며 같은 반 아이의 이름을 댔다.
“나 윤정이야. 이 시각에 미안한데 급히 필요한 게 좀 있어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인희가 말했다.
“윤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텐데, 왜 그래?”
‘무슨 소리지?’
하림은 이마를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마고에게 말을 시키려는 찰나 방 번호 아래에 붙어 있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1/M201702N022_4.jpg)
‘뭐야. 무슨 암호에 따라서 노크를 해야 해? 평소에 얌전하길래 평범한 앤 줄 알았는데, 얘도 정상은 아니구만…. 쯧쯧.’
방 안에서 인희가 듣고 있기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하림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푯말을 가리키고, 다시 마고를 가리켰다.
‘네가 좀 풀어 주라고. 내가 이럴 시간이 없어.’
다행히 마고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마고는 역시 대단한 인공지능이었다. 사람이 낸 수수께끼도 단번에 풀었다.
마고가 방문에 몸을 부딪쳐 노크를 했다. 연속으로 몇 번 두드리고 잠시 쉬었다가 또 연속으로 몇 번씩 두드리는 식이었다. 두드린 횟수는 총 19번이었으며, 중간에 4번을 쉬었다. 얼마 뒤,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옆에 나타났다. 마고는 한 발 먼저 눈치 채고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숨겼지만, 하림은 반응이 늦었다.
“너 여기서 뭐하니?”
목소리와 함께 자물쇠 열리던 소리도 중도에 멎었다. 하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 그, 그게요….”
하림은 말을 더듬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화학선생님이었다. 평소에 하림에게 잘 대해 주던 분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봐주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인희가 듣고 있기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하림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푯말을 가리키고, 다시 마고를 가리켰다.
‘네가 좀 풀어 주라고. 내가 이럴 시간이 없어.’
다행히 마고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마고는 역시 대단한 인공지능이었다. 사람이 낸 수수께끼도 단번에 풀었다.
마고가 방문에 몸을 부딪쳐 노크를 했다. 연속으로 몇 번 두드리고 잠시 쉬었다가 또 연속으로 몇 번씩 두드리는 식이었다. 두드린 횟수는 총 19번이었으며, 중간에 4번을 쉬었다. 얼마 뒤,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옆에 나타났다. 마고는 한 발 먼저 눈치 채고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숨겼지만, 하림은 반응이 늦었다.
“너 여기서 뭐하니?”
목소리와 함께 자물쇠 열리던 소리도 중도에 멎었다. 하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 그, 그게요….”
하림은 말을 더듬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화학선생님이었다. 평소에 하림에게 잘 대해 주던 분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봐주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1/M201702N022_5.jpg)
“이리 와 봐라. 너 하림이 맞지?”
“어….”
하림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선생님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하림의 어깨를 잡았다. 그 순간 어깨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아야!”
하지만 그 뒤부터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복도가 빙글빙글 돌더니 사방이 요동쳤다. 다리에서 기운이 빠지면서 시야가 어두워졌다. 하림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어….”
하림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선생님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뻗어 하림의 어깨를 잡았다. 그 순간 어깨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아야!”
하지만 그 뒤부터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복도가 빙글빙글 돌더니 사방이 요동쳤다. 다리에서 기운이 빠지면서 시야가 어두워졌다. 하림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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