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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매스잼은 현재 22개국 48개 도시에서 매달 열리고 있다. 대체 어떤 매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매스잼은 매달 두 번째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7시에 펍(영국에서 발달한 술집)에서 유희수학을 즐기는 모임이다. 이삼십 명이 모여 평소 즐기던 퍼즐이나 보드게임을 소개하고 전략이나 답을 함께 고민한다.

매스잼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매트 파커다. 파커는 유희수학에 매료돼 수학자가 됐다. 자신처럼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재미를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 강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망가짐도 불사하고 수학을 소개한다. 그래서 파커를 코미디언 수학자라고 부른다. 그런 파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이 마틴 가드너다.

가드너는 수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현대수학과 퍼즐을 연결하는 귀신같은 재주가 있었다. 그렇게 찾은 수학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25년간 연재했고, 대중에게 마방진과 플렉사곤 같은 수학 퍼즐을 소개했다. 수학자들만 즐기는 학문인 줄 알았던 수학을 일반인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드너의 활약으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취미로 수학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던 2010년 5월 가드너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유희수학을 즐길 기회가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파커는 가드너를 추모하는 기념행사에서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가드너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매스잼을 기획했다.


 키워드로 보는 매스잼 

1 ‘탁자’만 보면 안다!
매스잼이 열리고 있다는 건 탁자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마틴 가드너의 책과 각종 퍼즐, 보드게임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꼭 수학 퍼즐이나 수학 보드게임이 아니더라도 환영한다. 보드게임을 즐기다가 수학적 발견을 이끌어 낼 수도 있어서다. π-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만 즐기는 케이크나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다.



2 ‘11월’에 다함께 만나요!
11월에는 매스잼의 꽃, 연례행사가 벌어진다. 전 세계 매스잼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1박 2일 동안 유희수학 축제를 즐긴다. 원하면 5분짜리 짧은 강연도 할 수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퍼즐이나 보드게임, 새로 발견한 수학 이론을 소개한다. 2016년 11월에는 30개 도시에서 300여 명의 회원이 연례행사에 참여했고, 이 중 58명이 함께 즐기고 싶은 유희수학을 발표했다.



매스잼 단골손님, 논리 미로
유희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틴 가드너.

매스잼의 단골 준비물은 가드너의 책이다. 가드너만큼 유희수학을 잘 알았던 사람도 없기 때문에 가드너의 책은 유희수학의 교과서로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매스잼의 단골 주제이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로를 소개한다.


 장난꾸러기가 만든 교통 미로 

교통체증이 없는 작은 도시에 장난꾸러기가 교통위원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교차로마다 복잡한 신호를 만들어 길찾기를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새로운 교통 신호에 따르면 교차로에서는 화살표 하나를 골라서 따라가야 하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은 굽어 있는 선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결국 시민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벌 2세 모제스가 시내를 통과해 시청에 간다는 소문이 퍼졌다. 평소 모제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경찰 서장은 이번 기회에 범칙금을 제대로 뜯어내리라 마음을 먹고 신호위반을 하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모제스는 한 번도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길을 찾은 것일까?
 
미로는 유희수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다. 논리적 추론을 요구하는 ‘논리 미로’는 해답에 이르는 과정이 수학적 탐구 과정과 같다. 교통 미로 역시 논리 미로로, 미국의 게임 개발자 로벗트 애벗이 1950년대 중반에 만들었다. 1959년 가드너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소개하면서, 논리 미로가 유행하기도 했다.

수학자도 인정한 롤링 큐브 미로
논리 미로 중에는 수학자의 연구 대상이 된 것도 있다. 주사위로 길을 찾는 ‘롤링 큐브 미로’다. 미로의 시작점에 주사위를 올려놓는다. 이때 6은 위쪽, 4는 앞쪽, 5는 오른쪽, 2는 왼쪽을 향하게 둔다.

길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사위 위쪽의 숫자가 상하좌우에 있는 칸의 숫자와 같으면, 그쪽으로 주사위를 90° 굴려 움직인다. 단 상하좌우에 별이 나타나면 주사위 숫자와 상관없이 별칸으로 갈 수 있다. 이런 규칙 아래서 끝까지 가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야 한다.

왼쪽 미로는 아주 쉬운 롤링 큐브 미로로, 주사위를 요리조리 굴리다 보면 금세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롤링 큐브 미로는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 미로를 만든 애벗은 최단 경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수학자에게 의뢰했다.

그 결과 2007년 캐나다 수학자 2명과 컴퓨터 과학자 2명, 독일 컴퓨터과학자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문제가 ‘NP-난해’라는 걸 증명했다. NP-난해는 답을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 수 없는 문제로, 단지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알 수 있다. 결국 최단 경로를 알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를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2017년 05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김종락(서강대학교 수학과 교수), 박부성(경남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방승진(아주대학교 수학과 교수), 강금만(퍼즐러), 제임스 그라임
  • 기타

    [참고 자료] 테렌스 타오 ‘경시대회 문제, 어떻게 풀까’, 케이티 스테클 ‘MathsJam’, 앨리슨 키들 ‘Mmmm..... MathsJam!’, ‘MathsJam VII - The force awakens’
  • 일러스트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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