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_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을 아시나요? 뒤팽은 에드가 앨런 포가 창조해 낸 명탐정입니다. 셜록 홈즈와 같은 소설 속 명탐정의 시초가 된 인물이지요. 뒤팽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탐정’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지만, 그 이후 추리소설에서 탐정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답니다. 뒤팽을 창조해 낸 에드가 앨런 포는 뒤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비롯해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 줬습니다. 그러면 이제 포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작가소개
에드가 앨런 포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포는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다른 집에 양자로 들어갔으며, 성인이 되어 아내를 잃은 뒤에는 죽을 때까지 불우하게 살았습니다. 40년이라는 짧은 인생 동안 많은 공포소설과 추리소설 등을 썼지만, 당시에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 단편 소설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자의 마술
이자를 계산해 보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킬 따름이었다. 3퍼센트씩만 받더라도 매년 상속에서 들어 오는 수입은 13,500,000달러나 되었다. 이는 한 달에 1,125,000달러, 하루에 36,986달러, 한 시간에 1,541달러, 일 분에 26달러인 셈이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무엇을 상상해야 할지 몰랐다. 엘리슨이 적어도 재산의 절반을 떼어서 그 막대한 금액을 나누어 친척들 모두를 부자로 만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포의 환상소설 ‘아른하임의 영토’는 먼 친척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엘리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갑자기 부자가 된 엘리슨이 이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지 궁금해 합니다. 당장 이자만 계산해도 엄청난 돈이거든요.
3퍼센트의 이자가 13,500,000달러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상속받은 유산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상속받은 유산을 x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계산하면 x는 450,000,000. 상속받은 유산은 4억 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5000억 원이나 됩니다. 매년 3%의 이자를 받는다면 1분에 26달러씩 수입이 생기는 막대한 돈입니다.
이와 달리 복리는 붙은 이자까지 모두 원금으로 쳐서 계산한 이자입니다. 1만 원을 복리 10%의 이자로 빌려 줬을 때, 일 년 뒤의 이자는 단리일 때와 똑같은 1000원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는 원금이 1만 1000원이 되기 때문에 이자가 1100원입니다. 또 그 다음 해에는 원금 1만 2100원이 되어 이자가 1210원입니다.
단리로 3년치 이자를 받는다면 1000원×3년이므로 3000원이지만, 3년치 복리 이자는 1000원+1100원+1210원이므로 3310원입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리와 복리의 이자 차이는 점점 커지겠지요. 똑같은 이자율이라도 단리냐 복리냐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의 차이는 엄청나게 커진답니다. 마치 마술처럼요.
시끄러움+시끄러움=조용함?
“어떤 이는 팔이 너무나 길어 다마스커스에 앉아서 바그다드 혹은 그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하늘의 번개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번개는 춤을 추거나 멈추었다. 또 어떤 사람은 두 개의 시끄러운 소리로 침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두 개의 밝은 빛으로 깊은 어둠을 만들어 냈다.”
‘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포가 이슬람 문학인 ‘천일야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단편소설로, 왕이 어떤 마술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대목이지요. 그런데 두 개의 시끄러운 소리로 침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먼저 소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입니다. 어떤 물체가 진동하면 그 진동이 공기를 타고 퍼져 우리 귀에 들어오지요. 이런 공기의 진동은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제 두 개의 시끄러운 소리로 침묵을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봅시다. 그래프를 보면 위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과 아래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마술의 비밀이 있습니다. 그래프 두 개를 겹쳐 봅시다.
왼쪽처럼 위로 불룩 튀어나온 부분과 아래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겹치도록 두 그래프를 놓으면 두 부분이 서로 영향을 미쳐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상쇄’라고 하지요. 실제로 이런 현상을 이용해 소음을 줄이는 장치도 있습니다.
반대로 위로 불룩 튀어나온 부분끼리, 아래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끼리 겹치도록 놓으면 소리가 더욱 커집니다. 이것을 ‘보강’이라고 합니다.
두 개의 밝은 빛으로 깊은 어둠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도 원리는 같습니다. 빛도 소리와 마찬가지로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마술사의 신비로운 능력도 알고 보면 수학 원리일뿐이랍니다.
조각을 모아 전체로
“나 자신의 조사는 조금 더 특이한 것이었는데, 내가 말해온 이유 때문에 그러했지. 분명한 불가능성이 사실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네. 나는 귀납적으로 생각해 나가네. 범인들은 그 창문 중 어느 하나를 통해 도망간 것이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안에서 다시 창을 고정시켰을 리는 없네.”
추리소설 속 탐정의 원조, 오귀스트 뒤팽이 첫 등장하는 ‘모르그 가의 살인’입니다. 누군가가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현장을 살펴보니 범인이 빠져 나갈 만한 구멍이 없습니다. 여기서 뒤팽이 말한 ‘귀납적으로 생각한다’라는 말에 주목해 봅시다. 귀납법은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 내는 방법입니다.
그저께는 해가 동쪽에서 떴다.
어제는 해가 동쪽에서 떴다.
오늘은 해가 동쪽에서 떴다.
==>; 따라서 해는 항상 동쪽에서 뜬다.
이처럼 한참 동안 관찰한 결과 해가 동쪽에서 떴다면, 해는 항상 동쪽에서 뜬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죠.
물론 귀납법으로 이끌어 낸 결론이 항상 참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새를 관찰한 결과 모든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닭처럼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가 있으므로 그 결론은 거짓입니다. 이처럼 귀납법에서는 예외가 발견될 확률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사실의 수가 많아질수록 결론이 참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귀납법은 수학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다음과 같이 순서대로 나열된 수열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수를 찾는 문제를 봅시다.
1 4 7 10 13 16 19 ( )
1 다음에는 그보다 3이 큰 4가 나옵니다. 4 다음에도 그보다 3이 큰 7이 나옵니다. 그 뒤 로도 3씩 커지며 수가 나타납니다. 귀납적으로 생각하면 뒤의 수는 앞의 수보다 항상 3이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19 다음에 나올 수는 22임을 알 수 있습니다.
뒤팽도 귀납적으로 생각해 추리를 한다고 하니 수학과 추리는 서로 통하는 면이 있나봅니다. 그런데 범인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여기서 이야기해 버리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지겠지요? 직접 읽고 확인해 보세요.
부딪치면 누가 이길까?
바로 전에 인정한 것을 이번에는 부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네. 신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네. ‘우리는 발견된 사체가 살해된 여자의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모순되는 논리를 펴는 것도 기사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네. 그의 명확한 목적은 이미 내가 말한 대로 마리의 실종과 사체의 발견 사이의 간격을 될 수 있으면 단축시키는 것이네. 하지만 마리가 어머니 집을 떠난 순간부터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네.
어느 날 마리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며칠 뒤 마리로 보이는 시체가 강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마리인지, 자살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뒤팽은 여러 의견을 들어 본 뒤 각각의 주장이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합니다.
뒤팽이 말한 ‘모순’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모순은 한자로 창을 뜻하는 ‘모’와 방패를 뜻하는 ‘순’이 합쳐져 생긴 단어입니다.
고대 중국에 무기를 파는 상인이 있었습니다. 상인은 창을 보여 주며 세상의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에는 방패를 보여 주며 세상의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방패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손님 중 하나가“그러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습니다. 무기상인은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죠.
이처럼 모순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수학에서는 두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하지요. 이 때 명제는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는 문장을 말합니다. 아래 두 문장을 보세요.
x는 5보다 크다.
x는 4보다 작다.
5보다 크면서, 동시에 4보다 작은 수는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문장은 모순입니다.
x는 무리수다.
x는 분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두 문장도 모순입니다. 무리수는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수거든요.
사건을 추리할 때의 논리도 수학과 비슷합니다.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주장이 두 개 있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 분명합니다. 거짓인 주장을 하나씩 없애 가다 보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겠지요.
변하지 않는 확률
예를 들어 주사위 놀이에서 한 사람이 연속으로 6이 나온 경우, 그 사실만으로는 세 번째에는 6이 나오지 않는다고 내기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런 효과를 내는 암시는 일반적으로나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근거가 없다. 두 번 던진 것은 이미 완료되어 지금은 절대적인 과거로 보이며, 미래에 존재하는 것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사라진 마리와 정체불명의 시체에 얽힌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뒤팽은 사건을 설명하며 위와 같은 말을 합니다. 조금 아리송한데,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주사위를 던졌는데 몇 번이나 연속해서 6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주사위를 던질 때 6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요? 혹시 지금까지 6이 계속 나왔으니 이번에는 6이 아니라 다른 숫자가 나올 확률이 크다고 생각하나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앞서 일어난 사건이 나중에 일어날 사건에 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종속사건이라고 합니다. 속이 보이지 않는 주머니 속에 빨간공 5개와 하얀공 3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어, 이 주머니에서 1개씩 공을 두 번 꺼낼 때 두 번째 꺼낸 공이 하얀공일 확률을 구하는 방법은 조금 복잡합니다. 첫 번째 꺼낸 공이 어떤 색인지에 따라 두 번째 꺼낸 공이 하얀공일 확률이 바뀌거든요.
어떤가요? 확률의 원리를 잘 알고 있다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근거 없는 예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감에 의존하지 말고 확률을 계산하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Epilogue_포가 들려준 이야기가 어땠나요? 공포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많이쓴 포였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수학이 많이 등장합니다. 포의 다른 소설도 읽어 보며 그 안에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