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 소설의 마지막 장은 종종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끝난다. 그런데 최근 수학으로 소설의 대략적인 전개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캔터뷰리대 리처드 베일 교수는 조지 마틴의 장편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7부 중 아직 출간되지 않은 6, 7부의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개발했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원작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먼저 한 개 이상의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주요 인물 24명을 ‘화자’로 뽑았다. 그리고 각 화자가 등장하는 장을 ‘화자의 장’으로 정의했다. 예컨대, 존 스노우가 화자인 장은 ‘화자 존 스노우의 장’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두 편의 책에서 화자의 장이 몇 개씩 등장할지 예측하기 위해 이미 출간된 5권의 내용을 토대로 24×5 행렬을 만들었다. 이때 각 행에는 24명의 화자를 배치하고, 각 열에는 5권의 책을 출간 순서대로 배열했다. 소설 속 인물의 비중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행렬로 나타낸 것이다.
그 다음 ‘베이시안 기법’이라는 통계분석법으로 ‘확률효과 모델’을 이 행렬에 견주어 보았다. 앞선 5권의 내용에 가장 잘 부합하는 변수를 찾아 수학 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이 모델로 연구팀은 아직 나오지 않은 6, 7권에서 등장할 인물의 분포를 예측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등장했고, 어떤 인물은 특정 시점 이후 등장하지 않았다.
한편, 베일 교수의 논문 첫 장에는 ‘내용 누설 주의’라며 “공개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쓰여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베일 교수는 “소설의 전개를 결정짓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이 수학 모델만으로 완벽하게 예측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