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인 줄리어스 울프는 많은 사람의 뼈를 해부해 본 결과 패턴을 발견했다. 그리고 1892년에 사람이나 동물의 뼈는 받는 압력에 따라 변형된다는 ‘울프의 법칙’을 발표했다. 뼈가 환경에 따라 스스로 최적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한 증명이 있었던 건 아니고, 경험에 따른 추측이다.
장인권 KAIST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위상최적화로 다리와 골반부를 연결하는 ‘근위대퇴골’에
집중해 울프의 법칙을 확인해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상생활에서 근위대퇴골이 받는 힘을 분석해 위상최적화로 시뮬레이션한 모습은 실제 뼈의 단면과 거의 똑같았다. 즉 사람의 뼈는 환경에 맞게 위상최적화됐다! 아래의 두 이미지를 비교해 보자.
미래에는?
장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의료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고령화 사회가 돼 가고 있고, 그에 따라 골다공증★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골다공증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고해상도의 뼈 이미지가 필요하지만, 지금 주로 쓰이는 MRI나 CT로는 찍을 수 없다. 장 교수는 “CT나 MRI로 촬영한 이미지를 위상최적화를 통해 시뮬레이션하면 고해상도 이미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골다공증 조기 진단의 정확성을 90% 이상으로 올릴 수 있어 위상최적화가 의료 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골다공증 : 나이가 들면서 뼈의 강도 가 약해지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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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위상최적화를 활용해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 원래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현가장치를 개발했다. 앞바퀴 쪽 엔진부나 뒷바퀴 쪽의 트렁크와 뒷좌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가장치란 자동차의 양 바퀴를 연결하는 장치로 운전할 때 안정성을 높여준다. 길바닥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타이어가 땅에 잘 붙어있도록 해 모퉁이를 부드럽게 돈다거나, 울퉁불퉁한 길에서 더욱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한다.
미래에는?
새로운 현가장치는 부품 장착 공간을 늘려줘 미래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 다. 예를 들어, 전 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려줄 수 있다. 배터리가 들어갈 공간을 넓혀줘 충전 용량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현가장치는 기존의 자동차에서 최대 성능을 내지는 못한다. 김 교수는 “설계가 완전히 바뀐 미래 자동차에서는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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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최적화로 미술을 한다면 어떨까. 김윤영 교수는 2011년 위상최적화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변분 미술’을 세계 최초로 창시했다. 변분미술은 컴퓨터 프로그램 속 도화지 위에 시작점과 끝점을 여럿 정하고, 컴퓨터가 점을 잇는 최단 거리를 구해 선을 그리는 위상최적화 예술이다.
위상최적화로 비행기나 자동차 등을 설계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신기한 이미지를 많이 얻는다. 김 교수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이미지는 균형이 맞는 아름다운 상태라 생각한 것이다. 김 교수는 “예술에 공학 기술과 ‘음양의 조화’라는 동양의 철학을 넣어 변분미술을 만들었다” 고 설명했다.
미래에는?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예술 장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고 변분미술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변분미술의 패션 분야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교수팀은 현재 넥타이와 스카프, 옷같은 의류에 적용해 상품으로 만든 상태다. 미래에는 변분 미술이 패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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