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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10화 거북과 달리기

수학 소설 | 마왕의 탑



“피보나치 수열을 나열하면 1, 1, 2, 3, 5, 8, 13, 21, 34, 55, …, 10달 뒤에 토끼는 55쌍으로 110마리가 살고 있겠네요.”

단이 열 손가락을 접어가며 셈한 뒤 110을 외치고, 피보나치를 바라봤다. 하필 그 순간 피보나치의 입에서는 토끼 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단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음…, 숫자가 커질수록 이웃한 두 항의 비율이 황금비에 다가간다고 했지. 55를 34로 나누면 1.6176…,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1.618! 이웃한 두 항의 비율이 황금비다!”

피보나치의 구토가 멈췄다. 그리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잔디밭에서 짝을 지어 뛰어놀던 토끼들은 귀를 쫑긋 세우더니 일제히 피보나치를 향해 뛰어갔다.

“으악! 뭐하는 거야? 이거 놓지 못해?”

토끼들이 우르르 피보나치 주위에 모이더니 피보나치를 끌고 갔다. 단도 토끼들을 따라가려던 찰나였다. 토끼 한 마리가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뒤처져 있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단이 몸을 숙여 토끼를 조심스레 껴안았다. 그리고 일어나 토끼들이 끌고 가는 피보나치를 다시 따라나서려고 할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단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 발밑을 쳐다보자 깊숙한 땅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거북 한 마리가 단의 바짓가랑이를 물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단은 거북의 힘을 못 이기고 땅굴로 질질 끌려 내려갔다.

‘으아아! 토끼에 이어…, 이번엔 거북이야?’



거북을 따라 잡아라, 아킬레스!

“어휴, 대체 언제까지 달려야 하는 거야?”

땅굴 속에 떨어지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던 단은 잔뜩 짜증이 섞인 말소리를 듣고 깼다. 눈앞에는 몸에 긴 천을 둘둘 감고, 곱슬곱슬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멀리서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당장에라도 전쟁에 나가서 싸울 것 같은 차림을 한 옛날 군인이 온 힘을 다해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갑옷으로 무장한 군인이 쫓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거북이었다.

‘앗, 저 거북은?!’

단을 땅굴로 끌고 들어온 거북이었다. 거북은 군인과 달리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단은 거북을 한 번 노려보고는 이 이상한 경주를 지켜보고 있는 유일한 관람객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앉았다.

“아저씨, 이게 무슨 상황이지요? 육상 선수처럼 빠른 군인 아저씨와 느려터진 거북의 경주를 무슨 재미로 보고 계신 건가요?”

“저 군인은 발이 빠르기로 유명한 아킬레스예요. 하지만 제아무리 아킬레스라도 앞서 출발한 거북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어요. 이런 상황을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제논의 이름을 따서 ‘제논의 역설’이라고 하지요. 제논은 바로 저예요.”

“무…, 무슨 말씀이신지. 참, 저는 단이에요. 반가워요. 제논 아저씨.”

제논은 단과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킬레스는 발이 빠른 군인이고, 거북은 느리기로 손에 꼽히는 동물이지요. 둘이 같은 곳에서 출발하면 거북이 너무 불리하니까, 거북은 아킬레스보다 앞에서 출발하게 했어요. 그런데 아킬레스가 움직이는 동안 거북도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는 거예요.”



제논의 논리는 이랬다. 거북이 아킬레스보다 앞에서 달리기 시작해도 아킬레스는 순식간에 거북이 처음 있던 곳으로 달려온다. 하지만 거북도 아킬레스가 달려오는 사이에 원래 위치에서 조금 앞으로 나아간다. 아킬레스가 거북이 움직인 만큼을 또 따라잡아도, 거북도 앞으로 이동하니 둘의 간격은 좁혀지더라도 거북이 여전히 앞선다. 즉,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던 위치에 오게 돼도, 그 사이에 거북도 조금씩 앞서 나가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제아무리 발이 빠른 아킬레스라도 거북을 영원히 앞지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말도 안 돼요!”

단이 외쳤지만, 눈앞에서는 아킬레스가 거북의 뒤에서 전력으로 달리며 헉헉거렸다. 아킬레스가 아무리 뛰어도 거북을 앞지르지 못했다.

“그럼 한번 증명해 보시지요.”

“직접 달려 보면 아킬레스가 금세 앞질러야 맞는데….”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시지요.”

“음…. 그러니까….”

단은 혼란에 빠졌다. 애당초에 말이 되지 않는 논리인데, 제논의 주장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단과 마찬가지로 제논이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제논이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증명해 내지 못했다. 그래서 제논의 문제를 결론이 모순됐다는 의미로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비난만 하면서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증명은 해내지 못하네요. 틀렸다는 증명을 해야만 아킬레스가 거북을 앞지르게 되고,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데…, 아마 저는 영원히 여기에 갇혀있을 거예요. 아무도 모순을 찾아내지 못할 테니까요.”

“음, 분명히 뭔가 이상한데…. 참, 제논 아저씨! 속도는 어떻게 되나요?”

“속도라니요?”

“거북과 아킬레스의 달리기 속도를 알면, 시간을 알 수 있으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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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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