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새로 나온 수학통조림 ‘도형의 이동’을 소개할게요.
도형의 이동이라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린다고요? 그럼, 지금 당장 이 통조림을 맛보세요! 도형 이동의 핵심 개념, 초등교과 과정에 나온 도형의 이동, 중·고등학교에서의 도형의 이동과 함수, 실생활에서의 활용을 부드럽게 섞어서 술술 넘어가게 만들었어요. 이제, 속이편해지고 머리도 개운해질 거예요~. 자, 그럼 뚜껑을 열어 볼까요?
도형이 움직인다!
이동을 한다는 것은 뭔가를 옮긴다는 뜻이다. 새 마음 새 각오로 열심히 공부하려고 책상 위의 책을 옮기는 것도 이동이고, 이사를 가거나 학교를 옮기는 것도 이동이다. 사람뿐 아니라 도형도 이동할 수 있다. 수학에서 기하 영역은 크게 공간을 탐구하는 것과 도형 자체를 탐구하는 것으로 나누는데, 도형의 이동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공부한다. 도형이 이동하는 것은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동한 도형이 원래의 도형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는 것은 도형 자체를 탐구하는 것이다.
도형의 이동은 크게 세가지다. 도형 옮기기, 도형 뒤집기, 도형 돌리기! 도형 옮기기는 도형을 사방으로 미는 것이므로 평행이동, 도형 뒤집기는 대칭이동, 도형 돌리기는 회전이동을 뜻한다.
핵심① 도형 옮기기, 평행이동
수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옮기기’는 미는 것을 말한다. 도형을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옮겨 보자.
도형의 형태에 주목해서 원래 도형을 밀어도 모양에는 변화가 없다. 밀기 전과 후의 도형은 서로 합동이다.
그래프를 평행이동하면 모양은 그대로지만 좌표평면에서의 위치는 바뀐다.
코사인 그래프를 오른쪽으로 90˚만큼 밀면 사인 그래프가 된다.
닮은 것과 같은 것은 구분하자!
모양과 크기가 같은 도형을 합동이라고 한다. 합동인 두 도형은 대응각의 크기와 대응변의 길이가서로 같다. 모양만 같을 때는 ‘닮음’이라고 하는 데, 복사를 할 때 확대를 하면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가 커지고, 축소를 하면 크기만 작아진다. 어떤 도형을 두 배로 확대할 경우 닮음비는 1:2이고, 반으로 축소했을 때의 닮음비는 1: $\frac{1}{2}$이다. 합동도 닮음의 일종인데, 합동일 때의 닮음비는 1:1이다.
핵심 ② 도형 뒤집기, 대칭이동
도형을 뒤집을 때도 규칙이 있는 법! 일단 기준이 되는 선이 필요하다. 그 기준선을 ‘대칭축’이라고한다. 대칭축은 도형 밖에 있는 경우도 있고, 도형의 내부에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도형을 뒤집어서 나온 새로운 도형과 처음 도형이 완벽히 포개진다면 이 도형을 ‘선대칭 도형’이라고 한다.
선대칭 도형이 아닌 도형도 그 도형을 이루는 각 꼭지점을 대칭축을 기준으로 반대쪽으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으로 모두 옮길 수 있다. 이 때, 처음 도형과 나중에 생긴 두 도형을 ‘선대칭 위치에 있는 도형’이라고 한다.
핵심 ③ 도형 돌리기, 회전이동
도형을 돌릴 때도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점을 ‘대칭의 중심’이라고 한다. 대칭의 중심은 도형 밖에 있기도 하고, 도형의 내부에 있기도 하다.
대칭의 중심을 기준으로 어떤 도형을 180° 회전해 생긴 새로운 도형이 처음 도형과 완벽히 겹쳐지면, 이 도형을 ‘점대칭 도형’이라고 한다. 점대칭이 아닌 도형도 그 도형을 이루는 각 점에서 대칭의중심을 지나는 직선을 그어 대응되는 점을 찍으면 180° 회전한 도형으로 옮길 수 있다. 이 때 처음 도형과 나중에 생긴 두 도형은 ‘점대칭 위치에 있는 도형’이다.
대칭의 중심을 기준으로 180° 회전한다는 것은 도형 위의 점을 기준점을 지나 반대쪽으로 같은 거리만큼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회전 이동을 점대칭 이동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도형의 이동, 왜 배우니?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수학이 아름다워서, 누구는 논리력,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후자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도형의 이동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과, 우리의 수학적 사고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볼까?
이유① 심미성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서!
삐뚤빼뚤한 선보다는 곧은 직선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좌우가 완전히 비대칭인 얼굴보다는 거의 대칭인 얼굴이 더 아름답다. 반복되는 규칙 속에서는 질서정연함과 완벽함,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어떤 규칙을 가진 모양, 특히 반복이나 대칭을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경우를 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자연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자.
인간이 자연을 닮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을까? 대칭과 회전을 반복한 예술 작품은 자연을 닮고자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일지도 모른다. 미술에서 자주 사용하는 데칼코마니 기법에는그런 질서가 숨어 있다. 데칼코마니를 직접 만들어 보자. 빈 종이를 접어 생긴 기준선을 대칭축으로 삼는다. 한 쪽면에 아무렇게나 물감을 짜내고 접어보자. 축을 기준으로 양쪽 그림이 대칭이다.
이 활동을 모눈종이나 좌표평면 위에서 해보자. 그러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그린다면 미술, 수학, 과학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 된다.수학을 전혀 몰라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수학적 감각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테셀레이션으로 유명한 화가는 누구일까?
네덜란드의 화가 에셔는 스페인의 궁전 알함브라의 벽면에 가득한 모자이크를 보고 감명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영역을 개척했다. 예를 들어 물고기를 그릴 때 그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과 사각형 등 기하학적인 도형을 이용해서 그렸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을 서로 겹치지 않고 빈틈이 없이 평면을 메우는 방법이었다. 이런 기법을 ‘쪽매맞춤’ 혹은 '테셀레에션'이라고 한다.
이유② 불변성
변하지 않는 성질을 탐구하기 위해!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고, 낮과 밤은 번갈아 일어나지만 하루는 24시간으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 삶에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듯이 수학도 마찬가지다. 두 수의 뺄셈에서 빼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지만 덧셈에서 더하는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같다. 나누기에서는 두 수를 나누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지만 곱하기는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똑같다.
[2 + 3 = 3 + 2] [2 x 3 = 3 x 2]
가만히 보면 덧셈과 곱셈은 등호를 기준으로 양쪽이 서로 대칭이다. 우리는 이것을 덧셈에 대한 교환법칙, 곱셈에 대한 교환법칙이라고 부른다. 뺄셈이나 나눗셈에는 없는 덧셈과 곱셈의 특별한 성질이다.
이제 도형을 생각해 보자. 지하철 노선과 실제 지하철이 다니는 노선은 똑같지 않다. 그림에서는 직선이지만 실제로는 곡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하철 역의 순서, 갈아타는 역, 각 노선의 처음 역과 마지막 역 등은 그림이나 실제나 그 위치가 똑같다. 즉 연결관계가 같다. 이런 두 도형을 ‘위상 변환’이라고 부르는데, 수첩에 있는 지하철 노선도와 휴대폰에 저장된 지하철 노선도는 그림이 조금 달라도 위상적으로는 똑같다.
평면에서 도형을 각각 평행이동, 대칭이동, 회전이동시키면 처음 도형의 위치가 달라지지만 모양과 크기는 같아 처음 도형과 합동이다. 이와 같이 이동했을 때 서로 합동인 도형인 경우를 ‘합동 변환’이라고 한다. 확대나 축소는 크기가 달라지므로 합동 변환이 아니다.
기하학이 뭐예요?
20세기 초 독일의 수학자 클라인은 “어떤 변환을 했을 때 변하지 않는 도형의 성질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기하학이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수학은 어떤 조작을 했을 때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하학의 변하지 않는 열 가지 성질은 ①곡선의 열림과 닫힘, ②내부, 외부, 경계점, ③순서, ④연결성, ⑤직선성, ⑥볼록성, ⑦평행성, ⑧거리의 비, ⑨각의측도, ⑩길이다.
실생활의 꼭꼭 숨은 도형의 이동 찾아내기
실생활에서는 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과 안전을 위해 도형의 이동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벽지나 옷감, 타일을 디자인할 때 도형을 뒤집거나 대칭시킨 모양을 만들고 반복해 자주 쓰인다. 새로운 모양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내기보다는 일정한 모양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면서 아름답기 때문이다.
건축에서는 특히 도형의 대칭 개념이 자주 사용된다. 대칭은 아름다움은 물론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 쪽에 치우치면 붕괴 위험이 있으므로 다리나 육교를 건설 할 때도 좌우가 대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성을 위해 대칭 도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파트 도면을 보면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양쪽 집의 평면도가 대칭인 것을 볼 수 있다. 서로 마주보며 크기와 모양이 같은 두 집을 디자인할 때하나의 평면을 완성한 다음 그것을 대칭해서 사용하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기호를 만들 때 선대칭이나 점대칭 도형이 쓰이기도 한다. 재활용품에 새겨진 로고는 오랫동안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돌고 도는 모양이다. 원, 정삼각형, 정사각형은 선대칭 도형이면서 점대칭 도형이다. 이런 완벽한 도형을 사용해서 제품의 완전성이나 무한성을 사용한 로고는 무수히 많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뛴다. 심장 박동수 그래프를 보면 일정하게 반복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 그래프는 평행 이동하면 서로 겹쳐진다. 음의 높낮이를 보여 주는 음파역시 평행이동으로 서로 포개진다. 물결 모양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제대로 읽기
도형의 이동 단원은 배우는 학생뿐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도 어렵다. 도형의 이동은 비교적 최근에 교과서에 포함됐고, 도형을 직접 움직여야 해서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 단원은 고교과정에서 함수와 연결된다. 이 때쯤, 도형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아예 손을 놓는 학생도 많다. 교과서를 샅샅이 살펴보며,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치고 술술 배울 수 있을지 알아보자.
책상 위의 왼쪽에 있던 책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책 모양이 줄거나 늘지는 않지만 책상 위에서 보이는 모양은 다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오른쪽으로 몇 칸을 밀었는지 나와 있지 않고 모눈 그림에서는 위치 변화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다보니, 옮겼을 때 ‘생기는’ 도형이란 게 무엇을 말하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도 있다. 옮겼을 때 위치가 바뀐다는 것보다는 모양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더 강조하는 활동이다.
숫자 3 주변에 거울을 대고 숫자 3을 비췄을 때 거울에 보이는 그림이 왼쪽과 같으려면 어느 선에다 대고 거울을 비춰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왼쪽 거울’, ‘어느 쪽에서’라는 표현 때문에 자칫 무슨 뜻인지 몰라 혼란스러울 수 있다. ‘왼쪽’이라는 단어는 빼고 ‘어느 쪽’ 대신 ‘어느 선 위에다’라는 말로 바꿔 생각하자.
교과서를 자세히 읽다보면 ‘그림’, ‘무늬’, ‘도형’이 의미하는 것이 정확히 구별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뒤섞여 사용된다. 이 활동에서 두 모양이란 무엇일까? 어떤 학생들은 노란 바람개비 4개와 보라색 풍차 날개 4개를 이어붙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두 도형’은 삼각형과 직사각형이다.
주어진 도형과 합동인 삼각형을 그리려면 당연히 세 변과 세 각의 크기를 모두 알아야 한다. 활동 5의 삼각형에서 두 각이 주어졌기 때문에 나머지 한 각은 계산해서 알 수 있다. 이것과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삼각형을 그리려면 최소한 어떤 정보가 더 필요한지 묻고 있다. 이 내용은 중1 과정과 곧바로 이어진다.
교과서에서는 선대칭 도형과 선대칭 위치에 있는 도형을 엄격히 구별한다. 대칭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칭 관계에 있는 두 도형을 그리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대칭축이 도형 내부에 있는 도형은 그 모양에서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런 도형은 드물어 특별히 선대칭 도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초등학교 때는 직선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가를 따지지 않는다. 중학교에서는 그 직선을 ‘식’으로 표현하고, 직선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옮기느냐에 따라 이 직선이 지나는 점들이 달라진다.따라서 직선의 특징을 표현하는 방정식도 바뀐다. 도형이 식이나 계산과도 연결되며, 도형과 함수도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2학년에서는 포물선을 새로 배우고 그 도형의 평행이동도 함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