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표현하고 체험하며 배우는 수학

캐나다 두번째 이야기

표현하고 체험하며 배우는 수학


캐나다에 온 지도 3개월째. 어느덧 이곳 수업이나 생활에 익숙해졌다.
지금 머물고 있는 학교는 캐나다 남동쪽, 온타리오주에 있는 스티븐 루이스 중등학교다. 학교 이름은 국제연합(UN)의 캐나다 대표를 지낸 스티븐 루이스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반기문 중고등학교인 셈이다. 캐나다의 학교 이름에는 유독 정치인의 이름이 많이 들어 있다. 현지인 애스미스 선생님과 함께 수업자료를 만들고, 숙제 검사도 하며 캐나다의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개념 익힌다

“여러분, 합동이 뭘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우물쭈물한다.
“그럼 5분 동안 옆 친구와 합동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교실은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찬다.

잠시 후, 선생님이 다시 질문한다.
“자, 이제는 합동이 뭐라고 생각하죠?”
학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든다.
“모양이 같은 거요.” “이때 색깔은 상관없어요.”

선생님은 학생들이 대답한 내용을 칠판에 적으면서 합동의 개념을 설명한다. 다음은 도형의 닮음을 배울 차례다. 선생님은 프로젝터로 여러가지 예시를 보여주며 질문한다.
“닮음이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
“비가 같은 거요.” “모양은 같은데 크기는 달라요.”
칠판은 닮음에 대해 학생들이 답한 내용으로 가득 메워진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답변을 바탕으로 닮음의 정의를 간단히 정리해준다. 수업을 마칠 때는 합동과 닮음을 모두가 이해했는지 다시 묻는다.

이처럼 캐나다의 수학 수업에서는 소통이 강조된다. 선생님이 줄곧 앞에서 강의하고는“알겠죠?”하며 끝내는 수업이 아니다. 선생님이 직접 설명하면 수업이 짧은 시간에 끝나지만 학생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들더라도 혼자서 새로운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익힌 개념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캐나다 학교에 ‘양방향 수업’이 자리잡은 이유다.


표현하는 능력도 수학 실력

그룹 활동이 많다는 점도 캐나다 수학 수업의 특징이다. 그룹 활동을 하는 교실은 유난히 시끄럽다. 같은 조끼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보통 3명이 한 조가 되어 총 10개 조로 나뉜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책상 3개를 모아 하나의 정거장을 만든다. 정거장은 모두 10개. 각 정거장에는 문제를 하나씩 놓아둔다.

모든 학생은 조별로 정거장을 돌면서 문제를 풀고, 답과 풀이 그리고 새롭게 배운 내용을 활동지에 적어야 한다. 선생님은 6개 이상의 정거장을 돌면서 활동지를 빠짐없이 적어낸 조에게 추가 점수 3점을 주기로 약속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학생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한 학기를 마칠 때 캐나다 학생이 받는 수학 성적은 시험 점수가 전부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교실 내 점수’라는 항목이 있는데, 추가 점수는 이 점수를 올려준다는 뜻이다.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학 실력뿐 아니라 협동심과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키울 수 있는 그룹 활동이 무척 인상 깊다.

수학 시험도 다양한 항목을 평가할 수 있도록 문제를 낸다. 시험은 각각 지식과 이해도, 적용 능력, 커뮤니케이션, 생각 표현력 영역의 문제로 나눠져 있다. 지식과 이해도 문제의 배점은 15점, 적용 능력 문제는 17점으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과 생각 표현력 문제의 점수도 각각 7점과 3점으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영역의 문제에서는 수학적인 표현을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점수가 깎인다. 다른 영역의 문제를 풀 때는 수학적 표현이 틀리더라도 점수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틀린 표현이 있으면 선생님은 ⓒ라고 적고 표현을 고쳐 준다. 하지만 ⓒ의 개수가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 레벨이 떨어진다. 시험 점수를 적는 칸에는 커뮤니케이션 레벨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레벨은 글로 설명하기, 정확한 수학 기호 사용하기, 수업시간에 수학적으로 말하기, 칠판에 풀이과정 적기 등 다양한 활동의 결과로 평가한다.
 

캐나다의 수학 수업에는 조별로 토론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이 많다.


카지노도 좋은 수학 공부

수업 시간에 카지노를? 한국에서 카지노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캐나다에서는 카지노가 수학 공부를 위한 좋은 소재다. 대부분의 캐나다 학교에서는 매년‘카지노의 날’이 열린다.

이 학교는 10월 4일이 카지노의 날이다. 진짜 돈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종이에 얼마를 따고 얼마를 잃는지를 계산하면서 실제 카지노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최고 학년의 선배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확률을 이용해 게임을 준비한다. 9학년(중3) 학생은 선배들이 준비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확률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이날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앤드루와 준이 준비한 ‘트위스터’였다. 두 손과 두 발로 원하는 숫자와 색깔을 고르면, 원판의 바늘이 가리키는 색과 주사위의 숫자와 비교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원하는 곳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야 하기 때문에 트위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트위스터'게임(위)과 '돈의 블랙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확률 개념을 배울 수 있다.

 

2011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윤선희 교사
  • 사진

    윤선희 교사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통계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