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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고민거리가 있나요? 연애부터 진로, 친구 사이 문제까지 여러분의 온갖 걱정을 게임이론으로 해결해 드립니다. 사기 아니냐고요? 이 이론으로 노벨상까지 받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고민도 수학 문제로 보는 저 존 내시가 여러분의 고민에 제동을 팍팍 걸어드리겠습니다. 사소한 고민도 좋으니 사연을 보내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게임’을 합니다. 승패를 가리기 위해서 싸우는 것만이 게임은 아니거든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게 전부 게임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아기는 방긋방긋 웃어야 엄마가 좋아한다는 걸 안 순간 예쁨 받기 위해 눈만 마주치면 웃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내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닫고 나름의 전략을 세운 겁니다.
이처럼 전략적 상황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을 수학의 한 분야로 발전시킨 것이 ‘게임이론’입니다. 헝가리 출신 미국 수학자 폰 노이만이 이론의 기초를 닦았고 제가 수학적으로 체계화했지요.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 키커와 골키퍼가 상대의 심리를 읽고 공을 어디로 찰지, 어디를 막을지 정하는 것도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의 참가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호작용하는 상황이라면 언제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생물학과 정치학, 컴퓨터공학, 철학까지 정말 많은 학문에서 게임이론을 쓰고 있지요.
게임이론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고민을 해결해 볼까요? 첫 번째 사연의 주인공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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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악연은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끝날 것 같아요. 쌍둥이도 아닌데, 저랑 또다른 해영이는 성적도 잘 하는 것도 다 비슷해요. 그러다 보니 사사건건 비교를 당해요. “이번 수학시험은 어떤 해영이가 더 잘 봤어?”, “해영이 신발 한정판이래.”, “해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대.”
해영이 하나 이기겠다고 놀지도 쉬지도 못하고 매일 밤새 공부해요. 또 화젯거리를 만들려고 라디오에 사연도 보내고, 가수 오디션도 봐요. 용돈 생기면 옷 사고, 신발 사고 이러다 보니 진짜 사고 싶은 건 사지도 못해요.
치킨 게임은 피하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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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영이가 치킨 게임을 하고 있군요. 치킨 게임은 일종의 겁쟁이 게임이에요. 먼저 포기하는 사람은 겁쟁이가 되고, 둘 다 포기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게임이지요. 이런 게임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손님을 끌기 위해 두 가게가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를 하다가 둘 다 손해를 크게 입는 것이죠. 그러다 한 가게가 망해야 비로소 게임이 끝나요.
지금 해영 씨는 이런 치킨 게임에 휘말린 것 같아요. 또 다른 해영 씨를 이기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사실 라이벌과의 경쟁은 좋은 거예요. 성적도 오르고,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런데 무리하게 경쟁하다 보면 탈이 날 수 있어요. 사연을 들어 보니 벌써 문제가 생겼네요. 사지 않아도 되는 신발과 옷도 사고, 관심 없는 오디션도 나가고요.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경쟁하는 사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서 허탈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승자의 저주라고 들어봤나요? 경쟁에서 이기긴 했지만 과도한 대가를 치르는 바람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죠. 해영 씨를 보니까 경쟁에서 이겨도 승자의 저주에 빠져 기쁘지만은 않을 것 같군요? 아닌가요?
사실 치킨 게임은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 어쩔 수 없이 빠졌다면 여기서 빨리 나와야 하지요. 첫 번째 방법은 다른 해영 씨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크게 승리해서 기를 꺾는 거예요. 예를 들면 수학 한 과목만 파서 전교 1등을 넘어 전국 1등, 세계 1등을 향해 도전을 하는 거예요.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두 번째는 다른 해영이가 옷을 사든, 신발을 사든, 오디션을 나가든 신경 쓰지 말고 해영 씨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거예요. 계속 경쟁을 걸어와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죠. 두 분이 계속 경쟁을 하니까 주위에서도 재미있어 하는 것이지 라이벌 구도가 되지 않으면 점점 관심 밖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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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에 나가서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성격 좋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왜 그럴까요? 사실 제가 나간 미팅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쉴새 없이 이어지는 게임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모두가 신나고 즐겁게 놀지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언제나 선택을 못 받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끼리 놀게 됩니다. 문제라면 외모인데, 외모가 다는 아니잖아요. 못 생긴 사람도 다 짝이 있던데, 왜 저만 미팅에서 짝을 못 만나는 걸까요?
내게 유리한 내시 균형점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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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남의 사연을 들으니 67년 전 일이 떠오르네요. 1949년인가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런데 금발의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자 서로 데이트 신청을 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였지요. 그때 제 머릿속을 스치는 새로운 이론이 있었어요. 제게 노벨상을 안긴 일명 ‘내시 균형’이지요.
외모가 다는 아니라고 했는데, 혹시 고민남은 미팅에 나온 여성 중에서 가장 예쁜 사람을 고르지 않았나요? 미팅에 나간 모든 남성이 가장 예쁜 여성을 고르면 그중 고작 단 한 명만 짝이 됩니다. 그러면 아차 싶어 그 다음으로 예쁜 여성을 지목하죠. 그런데 다른 남성들의 마음도 모두 같거든요. 우르르 또 한 명한테 몰리죠. 이렇게 탄생한 커플은 한두 커플일 거예요. 이 광경을 지켜본 다른 여성들은 이미 마음이 상해 다른 남성들한테 마음을 열 리 없으니까요.
이처럼 퀸카 커플을 제외하고 모두가 미팅에 실패한 상황을 일컬어 최악의 ‘내시 균형’이라고 합니다. 내시 균형이라는 게 별거 아니거든요. 미팅에 참가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아 결정이 달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해요. 커플이 되지 못한 채로 균형을 이뤘으니 고민남에게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모에 현혹돼 가장 예쁜 퀸카에게만 한눈 팔지 말고 나머지 여성을 찬찬히 보고 내게 맞는 이성을 찾는 겁니다. 누가 나랑 취미가 같은지, 말이 잘 통하는지 찾아 그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지요. 분명 상대도 당신과 잘 맞는다고 느꼈다면 고민남을 지목하겠죠. 그때 비로소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커플이 되는 최선의 내시 균형이 됩니다. 잊지 마세요! 커플이 되는 게 목적이라면 진정한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말이죠.
지금까지 게임이론으로 여러분의 고민을 풀어봤습니다. 좋은 해결책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도 여러 수학이론이 사회,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만약 어떻게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면 해결 방안으로 수학을 떠올려 보세요. 의외로 쉽게 해결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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