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마시면 목이 마르다?!
“바닷물은 왜 마실 수 없을까요?” 당연하게 여겨온 질문에도 학생들은 다양한 답을 내놨다. “너무 짜서요. “나쁜 물질이 들어 있어서요.” “더러워서요.”
갯벌·해양 생태체험캠프 첫째 날, 군산대 화학과 교수인 유수창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학생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음식은 아주 짜더라도 배가 정말 고프면 먹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목이 너무 마르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셔선 안 돼요.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잠시 없어질지 모르지만 결국 더 심각한 갈증이 찾아오거든요.”
바닷물을 마시면 몸속의 무기염류* 농도가 높아진다. 우리 몸의 무기염류 농도는 약 0.9%인데, 바닷물에는 무기염류가 약 3%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무기염류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바닷물을 마시면 몸속 무기염류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물이 더 필요해진다. 세포 안에 있는 물까지 끌어와야 하기에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바닷물에는 이처럼 많은 비밀이 숨어 있다. 학생들은 바다에서 직접 떠온 바닷물을 1시간 정도 가만히 뒀다가 거름종이로 거른다. 이 물을 암모니아나 질산은과 같은 용액에 넣었더니 침전물이 생기고 열이 나는 식으로 신기한 변화가 일어났다. 바닷물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군산대 해양연수원에서 열리는 갯벌·해양 생태체험은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만의 자랑이다. 바다와 가까운 지역의 특성을 살려 해양과학 분야의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전국 어느 영재교육원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 프로그램이기에 다른 영재교육원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갯벌·해양 생태체험에서는 군산대 교수들의 강의와 실험이 동시에 이뤄진다. 파도가 생기는 원리와 파도의 움직임을 배운 뒤에는 직접 측정 기구를 가지고 바다로 가서 파도의 높이와 속도를 측정한다.바닷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플랑크톤과 같은 해양생물을 공부할 수 있다. 바닷물의 풍화와 침식현상에 대한 강의는 바닷가의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서서 듣는다. 갯벌 생태계를 관찰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느끼는 체험시간은 캠프의 하이라이트다.
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목포해양대에 있는 호남씨그랜트 대학사업단과 함께 해양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실제 배와 똑같이 만든 시뮬레이터에서 배를 운항해 보고, 요트에 직접 올라타 요트가 움직이는 원리를 체험했다.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바다의 소중함을 깨닫고 바다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다는 엄청난 자원을 품고 있고 친환경 에너지까지 제공한다.세계적으로 해양과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요즘,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의 갯벌·해양 생태체험은 바다에 애정을 품은 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고과학자와 깊이 있게 토론하기
“성냥개비 3개가 있으면 정삼각형 하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를 만들 수 있을까요?”
김영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낸 문제에 많은 학생들의 손이 쑥쑥 올라갔다.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김 소장이 더 놀랐다.
“바닥에 성냥개비 3개를 정삼각형으로 놓고 나머지 3개를 세워서 정사면체를 만들면 돼요. ”최고과학자 앞에서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최고과학자와의 만남’ 이라는 이름으로 영재교육원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자리로 열렸다. 김 소장은 ‘상상력을 가슴에 품어라’ 라는 주제로, 사물을 여러 방향에서 살피는 습관을 길러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산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그였기에 더 애틋한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행사는 각종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석학을 모셨지만 강연만 듣고 그치는 행사라면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행사는 강연 2시간에 질의응답 시간이 똑같이 2시간이다. 행사 며칠 전에 강연 요약문과 함께 탐구자료를 나눠주기 때문에 질의응답시간까지도 알차게 진행된다. 지방에서 만나기 힘든 최고과학자와 깊이 있게 토론하는 시간,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는 영재들에게 이 시간은 자신의 꿈에 날개를 다는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고등학생에까지 영재교육 확대
일반적으로 대학의 과학영재교육원은 중학교 졸업을 끝으로 떠나야한다. 학생 스스로도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고등학교 때 부터는 영재 교육 받기를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은 고정된 생각을 깨뜨렸다. 중등 사사과정을 넘어 고등 사사과정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수학과 과학에 우수한 고등학생들을 선발해 수준 높은 학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군산고등학교와 수학·과학 영재교육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이 과정에 속한 학생들은 연간 84시간의 강의와 실험을 하면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다. 일반 고등학교 에서는 하기 힘든 실험을 대학의 고급 장비로 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맘껏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 논문집을 펴내고 최종적으로는 우수 저널에 실릴 만한 논문 작성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미니 인터뷰
행복한 삶을 만드는 과학을 교육한다
안녕하세요.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 유수창 원장입니다. 군산대 화학과 교수기도 하지요. 저는 2005년 말, 군산대에 영재교육원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함께하면서 영재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 영재교육원은 전국에 있는 25개 대학 과학영재교육원 중에서 가장 늦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갯벌·해양 생태체험과‘최고과학자와의 만남’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을 들었지요. 그 덕분에 저는 지난해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문화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랍니다.
저는 과학이란 삶을 바꾸는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이용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라는 뜻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을 다루는 사람이 수학이나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인 감각을 함께 품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영재교육원에서 법과 경제를 공부하고, 디자인이나 연극을 배우면서 학문의 융합을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군산대 과학영재교육원에는 수학, 과학, 정보 분야의 초등반과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 정보 분야의 중등반에 속한 216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다. 전북지역의 초·중등 학생 중에서 관찰 추천제를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다. 각 반은 대학 교수가 직접 지도하며, 일반 학교에서 하기 힘든 컴퓨터를활용한 과학실험이나 영어로 과학을 배우는 수업 등을 진행한다. 전북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학생들을 위해 원격 동영상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수업자료와 참가증, 보고서, 독후감 등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학습 결과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