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작은 브릭 하나도 정밀하게 계산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이제 겨우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뿔싸…. 이번엔 더 어려운 주제다. 뭐? 브릭이 전문 연구에도 활용된다고?!
 
 
조각을 모아 창작품을 만드는 브릭의 기본 정신은 수학과 비슷하다. 영국 쉐필드대 수리통계학과 유지니아 챙 교수는 수학과 브릭의 공통점을 분석해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챙 교수는 범주론에 집중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학을 설명하면서 정의한 이론이다. 수학의 각 분야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어떤 구조로 연결돼 있는지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한다. 범주론을 이용하면 수학의 여러 분야를 공통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브릭도 범주론으로 그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릭으로 호텔을 지으려고 한다. 그러면 맨 먼저 호텔의 각 부분을 이루는 브릭 조각을 준비하고, 어디에 끼울지 결정한 다음, 순서대로 호텔을 완성하면 된다. 챙 교수는 이때 각 브릭 조각은 ‘변수’, 각 조각을 어디에 어떻게 끼울지 분석하는 것은 ‘관계’, 결과로 완성된 호텔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브릭과 수학은 ‘변수↔관계↔구조’ 단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다시 말해 정해진 브릭으로 호텔을 만들었다가 다시 브릭 조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점이 이 수학과 닮았다는 것이다. 챙 교수는 “수학 공부를 지금보다 잘 하려면 변수 사이의 관계를 잘 분석하고, 이것을 구조적으로 완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2000년 전 컴퓨터, 브릭으로 재현 가능할까?

챙 교수처럼 브릭의 이론적인 장점을 연구하는 수학자도 있지만, 브릭으로 직접 원하는 장치를 만들어 연구에 활용하는 과학자도 있다. 지난 2010년 12월, 미국 애플사 소속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앤드류 캐롤은 브릭으로 고대 톱니바퀴식 아날로그 천문계산기를 재현해 다음 번 지구의 일식 날짜를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대 톱니바퀴식 아날로그 천문계산기는 지난 1901년 그리스 크레타섬 남쪽 해안에서 발견된 ‘안티키테라 기계장치’를 말한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 기계장치는 발견 당시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목적과 기능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06년 11월, 발견한 지 105년 만에 영국의 천문학자 마이크 에드먼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그 기능과 사용법을 확인했다. 안티키테라 기계장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로 불리며, 과거에 우주의 흐름과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또 안티키테라는 달의 타원 궤도를 알아내기 위해 달의 위치를 계산하는 데도 쓰였다.

캐롤은 브릭 1500개와 기어 110개를 조립해 이 장치를 30일만에 재구성했다. 기어박스 4개로 이뤄진 이 장치는 알고리즘에 의해 한 가지 문제를 같이 풀도록 설계돼 있다. 시계 바늘을 닮은 장치와 연결한 뒤, 이 브릭 장치를 움직이면 기어가 돌면서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시간을 계산하는 원리다.

예를 들어 맨 앞에 보이는 기어가 한 바퀴 돌면, 장치는 입력된 값의 47배를 출력한다. 이렇게 기어박스 4개가 각자 맡은 계산이 끝나면, 다음 일식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 캐롤의 장치로 계산한 다음 일식 날짜는 ‘2024년 4월 8일 16시 30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이다.




산업 현장에서도 브릭이 효자~

브릭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결합하고 해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때때로 산업공학 연구 분야에서 활용하는 핵심 아이디어가 된다.

브릭은 산업 현장에서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부분 공장을 짓기 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장을 미리 설계해해고,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기계를 설치할 수 있는지, 원하는 구도로 사무실을 배치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장을 브릭으로 만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기 전, 공장 입지조건, 물류 흐름, 직원의 효율적인 동선 설계와 같은 공장 표준화 작업에 브릭을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김재영 LG전자 생산기술원 기술기획팀장은 수학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1년 중국 생산법인 신공장을 7만 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만든 브릭 모형 공장을 시작으로, 해외에 짓는 공장은 대부분 브릭 모형 공장으로 만들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브릭 모형 공장을 이용하니 생산 제품이 다른 경우의 건물 배치, 사무실 안 공간 배치 등을 결정할 때,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기가 좋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모형 공장으로 생산 최적화!

KAIST 산업공학과 장영재 교수팀은 2013년, 한 회사의 골칫거리였던 재고 문제를 브릭으로 해결했다. 우선 장 교수팀은 공장에서 생산량을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는 선형계획법을 적용해 실험을 설계했다. 선형계획법이란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함수와 부등식으로 나타내고, 경우에 따라 알맞은 식을 세워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를 활용하면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어 공장에서 만든 생산품과 팔린 제품의 수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장 교수팀은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2m 길이의 브릭 모형 공장을 직접 만들었다. 이때 브릭에 모터와 중앙처리장치를 결합한 레고사의 ‘마인드스톰’을 활용했다. 이렇게 만든 브릭 모형 공장은 직접 시운전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면 생산 라인의 설계나 동선 모양, 재료량, 제품의 생산량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다르게 한 뒤 최적의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최근 장 교수팀은 CJ 대한통운의 의뢰를 받아 물류센터의 동선과 효율적인 운영 계획을 연구 중이다. 이 프로젝트도 브릭으로 공장 모형을 만들어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브릭으로 수학 공식 증명하기!

수학 공식을 달달 외우는 학생도 ‘증명해 보라’는 말에는 뒷걸음질치기 마련이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논리를 따져 어떤 공식을 증명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그림이나 도구를 이용하면,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정리나 공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브릭으로 증명해 보자. 피타고라스 정리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제곱의 합이 빗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딴 정리다. 오늘날 피타고라스 정리에 관한 증명은 무려 400가지에 달하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증명법을 찾고 있다. 367가지의 증명법을 한 권에 담은 미국의 수학자 엘리샤 루미스의 저서도 있다.

이번에는 브릭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을 살펴 보자. 1×n 플레이트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1×4 플레이트 2개와 1×6 플레이트 1개를 준비하자. 그런 다음 왼쪽 사진처럼 1×4 플레이트 2개를 직각으로 이어 붙이고, 빗변을 1×6 플레이트로 연결하자. 그 다음 각각 스터드 사이의 간격을 세어 보자. 세 변이 각각 3, 4, 5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길이가 다른 브릭을 이용해 (5, 12, 13), (6, 8, 10), (8, 15, 17) 등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족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팔방미인 수학자, 브릭!

브릭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교구로 평가 받았다. 최근에는 교구를 넘어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 로봇 공학 분야에서 전문가의 연구를 돕는다. 팔방미인 브릭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분명 브릭은 우리 주변에서 단순한 장난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팔방미인 수학자 브릭
PART 1 기하학을 품은 브릭
PART 2 학문을 품은 브릭

2015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ginny@donga.com) 기자
  • 이응석
  • 도움

    레고 에듀케이션
  • 도움

    퓨너스
  • 도움

    장영재 교수
  • 도움

    김재영 팀장
  • 도움

    앨런 베드포드의 <레고 창작가를 위한 비공식 레고 안내서>, 존 배이치틀의 <컬트 오브 레고>

🎓️ 진로 추천

  • 수학
  • 컴퓨터공학
  • 산업경영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