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낡은 책을 모아 ‘예술 소재’로 활용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화가 마이크 스틸키는 버려진 책 중에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골라 벽돌처럼 쌓아 올려, 책등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렇게 책을 재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분야를 ‘북 업사이클 아트’라고 한다. 표현 기법에는 제한이 없다. 스틸키처럼 쌓아 올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책을 조각해 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위 작품 ‘동물들의 반란’은 2007년부터 미국 텍사스의 라이스대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스틸키는 작품을 위해 책을 5000권 정도 사용했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책을 벽돌처럼 쌓아올리고,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완성했다. 스틸키는 책의 크기뿐만 아니라 고유의 색까지 고려해 책을 고른다. 주로 잉크와 색연필, 페인트와 락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평면도 아니고, 입체도 아닌
스틸키의 작품에는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동물 애호가인 그는 주로 다양한 동물을 의인화해 표현한다. 가끔 책 제목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스틸키는 동물 중에서 특히 ‘말’을 가장 좋아한다. 스틸키는 아버지 직업이 카우보이여서 어린 시절 말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 스틸키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늘 곁에서 봤던 말은 가장 익숙한 동물이자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은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다시 태어났다.
선이 모여 면이 되듯이!
1차원인 선이 여러 개 모이면, 2차원인 면을 이룬다. 스틸키는 책등을 여러 개 모아 캔버스를 대신할 2차원 평면을 만들었다. 이는 마치 선이 모여 면을 이루는 것과 같다. 그런데 스틸키의 작품은 단순히 2차원에 머물지 않고, 부피가 있는 책이 도구라는 장점을 살려 3차원의 느낌을 준다. 스틸키는 자신의 작품을 “평면도 아니고, 입체도 아니며, 설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모든 차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쌓고, 펼치고, 늘어뜨리다!
스틸키도 처음에는 보통 화가처럼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헌 책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헌 책의 색감이나 감성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로 스틸키는 북 업사이클 아트의 매력에 빠져 헌 책을 캔버스로 활용하고 있다.
스틸키는 작품에서 풍부한 색감을 활용하고, 강한 묘사로 사람과 동물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인물을 그린 작품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무표정하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는 “사람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상상의 나라가 꿈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헌 책은 제게 영감을 줍니다. 저에게 헌 책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비록 작품은 차가와 보여도 늘 동화 속에 사는 것처럼 행복하다는 마이크 스틸키, 앞으로 그의 사연과 감성, 그리고 헌 책이 만나 펼쳐지는 따뜻한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