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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상한 수학 세계의 비밀, 조금씩 밝혀지다


 
“나 말야? 다짜고짜 자기소개 하라니 당황스럽네. 그럼 너부터 말해 봐. 너 정체가 뭐냐?”
폴b가 머리를 긁적이며 폴에게 되물었다. 폴도 막상 자신에 대해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졌다. 그 때 앞쪽에 웬 녀석들이 거대한 돋보기를 들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대한 돋보기를 땅바닥에 대고 다투기 시작했다. 폴은 호기심이 일었다.
“자기 소개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저쪽으로 가 보자!”

문제 ❶ 한겨울, 어른이랑 아이가 똑같은 옷을 입으면 누가 더 추울까?


“4배로 확대돼 보이는 이 돋보기로 10°를 보면 몇 도로 보이게?”
“돋보기니까 당연히 커 보이겠지? 4×10°=40°?”
“엥? 그런가? 난 그대로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에궁, 공부 좀 해라! 그럼 왜 돋보기로 보냐? 돋보기니까 당연히 40°로 커지는 게 맞지.”
‘아니, 이런 바보들이 또 어디 있담?’
폴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다툼을 지켜봤다. 그런데 폴b가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돋보기로 본다고 각도가 커 보인다니, 바보들 아냐? 킥킥.”
폴b의 목소리에 두 녀석이 폴 일행을 발견하고는 홱 돌아섰다.
“뭐여? 이건 어디서 굴러 온 다람쥐다냐?”
“우릴 무시하는 거야?”
두 녀석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우릴 무시하는 건 우리 스승님을 무시하는 거여. 용서 못해! 어디 얼마나 똑똑한지 보자! 이 문제는 며칠 전에 스승님께 배운 건데 절대 못 맞출 걸?”
“키가 2m인 거인은 키가 1m인 난쟁이보다 몇 배나 무거울까?”
“응? 당연히 두….”
폴이 대답하려는 찰나, 폴b가 끼어들더니 여덟 배라고 외쳤다. 폴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폴b! 너 아까부터 왜 이렇게 나서니? 두 배 아냐? 무슨 여덟 배나 되냐?”
그런데 덤덤 형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흠…. 여덟 배라고? 제법 똑똑한데?”
“설마…, 정답이야?”
이 모습에 폴b가 의기양양해졌다.
“길이 차이가 2배면 부피는 8배 차이가 나고, 그럼 무게도 8배 차이가 나지. 이번엔 우리 차례지? 한겨울에 어른이랑 아이가 똑같은 옷을 입고 길거리에 서 있으면 누가 더 추울까?”
“엥? 그게 무슨 수학 문제야?”
폴은 한층 더 당황스러웠다. 그 때였다.
“허허~, 이거 흥미롭구만.”
“스…, 스승님!”
스승님이라고 불린 이는 수풀에서 등장하더니 덤덤 형제에게 문제를 맞히라고 명령했다. 기세등등하던 덤덤 형제는 스승님이 등장하자 목을 잔뜩 움츠리고는 눈치만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스승이란 사람이 폴을 지목하며 말했다.
“그리고 자네! 자네도 이 문제의 정답을 한번 맞혀 보게.”

문제 ❷ 괴상한 토마토 팔기 미션!

“난 드리클류라고 하네. 못난 내 제자들이 자네들을 괴롭혔다면 미안하게 됐네.”
자신을 드리클류라고 밝힌 사람은 정중하게 폴일행에게 사과했다.
“뭐, 괜찮아요. 그런데 아저씨가 이 형제들의 스승님이세요? 뭘 가르치시는데요?”
“별건 아니네. 그나저나 자네들도 보기보다 숨은 실력이 상당한 것 같군. 그런데 자네들은 쌍둥이인가? 게다가 저 꼬마녀석은 분명….”
“피타를 아세요?”
잠시지만 피타란 말에 드리클류의 표정이 굳는 것 같았다.
“글쎄…. 자네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폴이 막 대답하려는 순간 폴리스가 말을 막았다.
“드리클류 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갈 길이 급해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드리클류가 쉬었다 가라고 붙잡았다. 폴 역시 지친 얼굴로 폴리스에게 졸랐다.
“그래, 폴리스. 조금만 쉬었다가 가자.”
폴리스는 뭔가 찜찜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내가 덤덤 형제와 함께 작은 밭에서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네.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데, 자네들도 맛 좀 보겠나?”
“우아! 감사합니다!”
토마토가 얼마나 맛있는지 폴과 폴b, 피타까지 한참을 배불리 먹었다. 폴리스만이 찜찜한 얼굴로 드리클류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래. 저 인상 쓴 청년만 빼고 다들 맛있게 먹었나? 그럼 이제 토마토 값을 해야지?”
“네?!”
“별건 아니고 가장 많이 먹은 폴이 50개, 폴b는 30개, 피타는 10개의 토마토를 팔아오게나. 마침 오늘 장터가 열리는 날이니 다녀오면 되겠구만. 덤덤 형제가 가서 장터로 데려다 주고 오거라.”
“왜 우리가…!”
폴이 항의하려고 하자 덤덤 형제가 폴을 막아섰다. 덤덤 형제의 위세에 눌린 폴은 중얼거리며 푸념을 했다.
“에잇, 진짜 별걸 다시키네.”
“아, 주의할 점이 있네. 세 명이 팔아야 할 토마토의 개수는 다 다르지만, 토마토를 다 판 뒤 최종 판매금은 모두 똑같아야 하네. 그리고 한 번 정한 가격보다 가격을 깎아 줘서는 안 되고, 최종 판매금은 1000원 단위로 똑 떨어지게 갖고 올 것! 덤덤 형제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규칙을 어길 생각은 마. 도망칠 생각도 하지 말고. 해 떨어지기 전에 오지 않으면 폴리스가 어떻게 돼도 너희들 책임이야.”

문제 ❸ 4125, 5236, 7458, 8569의 공통점을 찾아라!

장터에 가자 사람들이 많았다. 폴은 민망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던 폴은 기다리고 있을 폴리스가 생각나 용기를 냈다.
“토마토 사세요!”
그러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까 장터까지 오면서 폴b가 세운 전략대로 토마토를 팔기만 하면 됐다.
“생각보다 잘 팔리네? 금방 팔고 갈 수 있겠어.”
토마토는 날개돋친 듯이 팔려 이제 피타 것 하나만 팔면 끝이었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우레 같은 목소리와 함께 덩치가 큰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많이 화가 난 듯 토마토처럼 얼굴이 빨갰다.
“어디서 온 놈들이냐! 내 구역에서 토마토를 팔다니 정말 겁도 없구나! 뭐야? 게다가 내가 파는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었잖아?”
그는 앞치마에서 계산기를 꺼내 마구 두들기더니 소리를 질렀다.
“오늘 너희 때문에 내 토마토 장사가 얼마나 큰 손해를 입었는지 알아? 이거 어떻게 배상할 거야?”
“아니, 아저씨 장사가 안 된 게 왜 우리 탓이에요? 그리고 저흰 오늘만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장사한 거예요. 다시 안 올 거라고요.”
“뭐, 뭐? 좋게 보내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구만! 오늘 판 돈을 다 내 놓거라. 그럼 용서해 주마.”
토마토 장수는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순순히 돈을 내놓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폴리스가 또 어떤 위험을 당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안 돼요!”
폴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토마토 장수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더니 말했다.
“조그만 녀석이 기개가 좋구만. 좋아. 그럼 내가 내는 문제를 맞히면 보내 주지. 4125, 5236, 7458, 8569 이 수들에서 두 개의 공통점을 찾아라!”

문제 ❹ 봉인된 편지의 암호를 풀어라!

토마토도 다 팔고 토마토 장수의 문제를 해결하자 어디선가 덤덤 형제가 나타났다.
“이제 스승님의 집으로 가자.“
해가 지려고 하는 것 같아 폴의 마음이 다급했다. 폴은 폴리스가 걱정돼 피타를 안고 폴b와 함께 드리클류의 집까지 달려왔다. 다리가 풀리고 온 몸이 기진맥진했지만, 다행히 해는 아직 지평선에 걸려 있었다.
“휴~, 겨우 늦지 않게 도착했네. 폴리스! 어디 있어? 우리 왔어!”
덤덤 형제가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들어가지. 스승님은 안에 계셔.”
집으로 들어가자 폴리스가 태연히 드리클류와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걱정돼서 뛰어 왔구만. 밥이 입에 들어가냐?”
폴b가 폴리스에게 볼멘 소리를 내뱉으며 식탁에 앉았다. 폴은 괜히 걱정했다 싶으면서도 폴리스가 태연히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야? 웃음이 나오냐? 너도 어서 밥이나 먹어.”
폴b와 폴, 피타도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한참 일을 하고 와서 그런지 밥이 꿀맛 같았다. 폴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불안해져서 드리클류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또 뭘 팔아오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아깐 막무가내로 굴어서 미안하구나. 너희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들인지, 믿을 만한 실력을 지녔는지 확인해야 했다.”
“네?”
“난 이 수학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는 정상이 아니야. 망가지고 있어. 난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그저 이 곳에 숨어 방관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 같은 아이들이 진짜로 찾아 오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
뜻밖의 말이었다. 폴리스는 드리클류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담담해 보였고, 폴과 폴b만이 놀라서 커다래진 눈을 꿈벅이고 있었다.
“밥을 다 먹었으면 따라오게나.”
드리클류는 폴 일행을 조그만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봉인된 봉투를 내밀었다.
“이 봉투 안에 너희들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이 들어 있을 거다.”
“네? 그럼 저희가 다른 세상에서 온 걸 알고 계셨어요?”
“그래. 이건 우리 가문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던 봉투란다. 이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단다. 어서 뜯어 보거라.”
봉투에는 찢겨진 종이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종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Wkurz wkh glfh

“이건…, 혹시 암호?”

사라진 수학자를 찾아 토포로지 산맥으로!

폴은 갖고 있던 주사위를 굴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이게 아닌가?”
“아무래도 편지를 다 살펴봐야 하나 보구나.”
“봉인된 편지가 더 있어요? 그것도 어서 주세요.”
“봉인된 편지는 두 개가 전해진단다. 두 편지는 나와 내 동생 러일로에게 각각 하나씩 맡겨졌지.”
“잘 됐네요. 동생은 어디에 있나요?”
그런데 드리클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러일로는…, 사라졌단다. 십여 년 전, 수학자들과 숫자 요정들이 심술궂게 변하고….”
“윽, 저도 숫자 요정들한테 엄청 당했어요.”
“원래 나쁜 애들은 아니었어. 가끔 장난이 지나치긴 했지만 밝고 착한 아이들이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게 이상해졌어. 믿었던 동료들마저 변해가는 걸 보고 우린 이 곳에 숨었단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3년 전 괴짜 수학자 한 명이 찾아왔어. 그러자 러일로는 자신의 봉투를 갖고 사라졌지.”
“어디에 있는지 소식도 못 들었어요?”
그러자 덤덤 형제가 말했다.
“작은 스승님은 토포로지 산맥에 계세요.”
“하지만 그 곳은 매우 위험하단다.”
“그래도 가야만 해요. 그 편지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열쇠가 된다면…, 반드시 찾아야 해요.”
그 때 피타가 갑자기 펄쩍펄쩍 뛰었다. 전기가 파지직 통하더니 머릿속에 피타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서 몸을 숨겨요. 그 분이 오고 있어요.'
“안에 계시는가? 드리클류 선생?”
폴을 죽이려고 속임수를 섰던 M.피타, 그였다. 드리클류는 문밖을 향해 날카롭게 노려보더니, 폴 일행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돌아가게나! 봉인된 편지는 어차피 다른 세상 사람들밖에 못 읽는다고! 욕심내지 말고 돌아가!”
“후훗, 상황이 달라졌어. 우리가 못 읽더라도 그 다른 세상 사람들이 읽을지도 모르게 됐거든. 그러니 얌전히 편지를 내놓으라고.”
드리클류가 은밀히 속삭였다.
“뒤쪽에 문이 있다네. 그쪽으로 조용히 빠져 나가라고.”
드리클류가 덤덤 형제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이 문을 단단히 막아섰다. 드리클류는 폴 일행에게 봉인된 편지와 웬 주머니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자, 이 주머니를 갖고 가게. 러일로를 만나 이 주머니를 보여 주면 내가 보낸 걸 알 거야. 그리고 토포로지로 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게. 이제 어서 가게나!”

2012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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