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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완성한 감성 게임, 더뮤지션

SW 기업 탐방

 

“헤드폰을 사용하시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뮤지션의 타이틀 화면에 처음 등장하는 문구다. 음악 품질에 신경을 썼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더뮤지션은 평범한 모바일 게임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PC가 아닌 모바일 게임에서 이 정도 음질을 재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뮤지션은 손으로 연주해 곡을 완성하는 리듬 게임이다. 연주할 곡을 실행하면 노트★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정확한 타이밍에 노트를 터치하면 그에 맞춰 악기 소리가 난다. 실제로 연주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터치를 해야만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모바일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모바일용 리듬 게임은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이다.

 

노트★
원래는 ‘음’ 또는  ‘음표’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리듬 게임에서는 유저가 연주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치도록 만든 대상을 말한다.

 

지원하는 악기에서도 더뮤지션이 음악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선택할 수 있는 악기가 10가지로 다양하다. 크게는 피아노와 드럼, 기타 세 가지로 나뉘는데, 세부 종목은 그랜드피아노와 일렉트릭피아노, 어쿠스틱기타 등이다. 버스커 모드도 눈에 띈다. 이 모드에서는 유명 가수의 곡을 아마추어 연주자가 다른 형태로 연주한 곡에 맞춰 게임을 할 수 있다. 워너원 같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신인가수도 알리는 무대가 되겠다는 목표가 엿보였다.

 

 

음악가를 꿈꿨던 프로그래머
음악에 대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더뮤지션을 만든 사람은 임종관 라이머스 대표다. 임 대표는 12살이던 때 처음으로 기타에 빠졌다. 엄마를 졸라 학원에 갈 수는 있었지만 악기를 살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았으므로 필통에 실을 여섯 줄 묶어 코드 잡는 연습을 했다.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카세트테이프와 라디오, LP판으로 음악을 듣던 1980년대 이야기다.

 

 

그러던 임 대표가 꿈을 포기한 건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났던 친구 때문이다. 자신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겨우 익힐 때 기타 학원을 함께 다닌 친구는 이미 곡을 하나 연주할 수 있었다. 친구는 훗날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기타리스트가 됐으니,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틀리진 않은 셈이다.

 

 

다행히도 좌절한 임 대표를 다시 설레게 한 것이 있었다. 컴퓨터였다. 학교에서 열린 컴퓨터 교실에서 처음 개인용 컴퓨터를 보고 막연히 멋있다고 느껴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자기보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친구와 이런 약속을 했다. “너는 기타를 계속 쳐서 음악가가 돼. 나는 프로그래머가 돼서 컴퓨터 음악을 만들게.”

 

 

더뮤지션은 이 약속의 결실이다. 임 대표는 대기업 프로그래머와 PDA★개발자를 거쳐 마침내 음악으로 돌아왔다. 2014년 선보인 리듬 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에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때 반응이 좋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음악적 품질을 더 높여 내놓은 것이 더뮤지션이다.

 

PDA★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 터치 스크린을 주된 입력장치로 사용하며,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컴퓨터다. 스마트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인 정신에 필요했던 수학
음악의 질이 좋다는 건 게임이 지원하는 악기 소리가 세분화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 악기에서 ‘도’를 칠 때 음정은 하나지만 음색은 여러 방법으로 달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 건반을 세게 누를 때와 약하게 누를 때, 페달을 밟을 때와 밟지 않을 때 음색이 모두 다르다.

 

라이머스는 이런 다양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장애물은 스마트폰이 한 번에 낼 수 있는 소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음색을 할당하는 단위인 채널 여러 개에 소리를 나눠 담은 뒤 동시에 재생하는데, 보통은 채널의 개수가 10여 개뿐이다. 제대로 연주하면 30~40개 채널을 쓰는 기타와 피아노 같은 악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개수다. 이대로라면 “징~”하고 오래 이어져야 할 기타 소리가 다른 소리 때문에 갑자기 끊기는 상황이 벌어질 터였다.

 

 

1년 가까이 노력한 끝에 돌파구를 찾았다. 여러 악기 소리를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믹싱하도록 수학식을 만들고 알고리즘을 짠 것이다. 믹싱이란 여러 개의 음원을 하나 또는 다수의 채널로 합성하는 과정이다. 워너원의 ‘에너제틱’을 유저가 피아노로 연주하면 더뮤지션은 배경으로 나오는 MR과 유저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1/60 초마다 믹싱해 채널 하나에 담은 다음 들려준다.

 

믹싱한 결과를 압축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낼 수 있는 소리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 여러 개의 음원을 합치면 그만큼 소리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에 더뮤지션은 소리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실시간으로 압축하는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수많은 소리 조각을 실시간으로 모아 합치고 압축하기를 반복하는게 더뮤지션이 음악을 내보내는 원리다.

 

 

미래의 모습은 음악 플랫폼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와 라이머스는 더뮤지션이 단순한 게임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신인가수와 작곡가가 음원을 출시하고 홍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버스커 모드를 만든 것도 이런 목적 때문이었다. 나아가 해외로 서비스를 확장해 전 세계 유저가 함께 연주하며 노는 환경도 꿈꾸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수학과 음악을 좋아했던 소년”이라고 묘사한다. 그때부터 키워 온 애정으로 더뮤지션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임 대표는 “요즘은 클릭만 몇 번 하면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지만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수학과 친해야 한다”며,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걸 만들려면 원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리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는 개발자가 펼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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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이다솔 기자(dasol@donga.com)
  • 도움

    라이머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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