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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너지 고갈·강력범죄를 막아라! 지구를 위한 수학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수학자 크리스티안 루소입니다. 지금 세계 곳곳은 질병과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신종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은 물론,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등 갖가지 문제가 지구를 위협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지구를 보면서 저를 비롯한 수학자들도 힘을 모으기로 했답니다. 도대체 수학이 어떻게 지구를 구한다는거냐고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전세계 수학자들이 지구를 위해 뭉쳤다!

지난 3월 5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건물은 색색깔의 기하학적 구조물과 지구본 모형을 살펴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어요. 과학관이냐고요? 아닙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유네스코(UNESCO)’ 본부 본부에서 열린 ‘지구를 위한 수학의 날’ 행사의 한 장면입니다.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전시물을 둘러본 사람들은 수학자와 국제기구 관계자, 정치인, 그리고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이었어요.

올해는 국제수학연맹이 정한 ‘지구를 위한 수학의 해’입니다. 지구가 겪고 있는 위기에 공감한 수학자들이 지난 2010년 인도 세계수학자대회 때 모여 정했답니다.

세계 수학자들은 2013년 한 해 동안 지구를 위한 수학 연구를 활성화 할 예정이에요. 또한 이같은 수학자들의 노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했지요. 벌써 전세계 30개 나라 100개 이상의 기관이 각종 수학자 모임과 문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2010년 필즈상 수상자인 세드릭 빌라니도 지난 5월 11일 레바논에 있는 베이루트아메리칸대에서 강연을 했지요.

“인류는 지금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현재 지구 생태계가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겪게 될 위기에 비하면 경제 위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학을 비롯한 인류가 가진 모든 지적 자원을 동원해서 이 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구를 위한 수학, 뭘 연구할까?

➊ 위기의 지구

북극 빙하 면적은 지난 1980년 여름 780만㎢에서 2012년 여름 340만㎢로 절반 이상 줄었다. 수학자들은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있는 북극 빙하처럼, 위기에 처한 지구의 자연 환경을 연구한다.

➋ 복잡한 지구
예전에는 대기와 바닷물, 땅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수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땅과 바다, 대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➌ 생명의 지구
수학자들은 표범의 점무늬가 형성되는 원리처럼 생명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롯해, 서식지 파괴 등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연구한다.

➍ 문명의 지구
수학자들은 전염병 확산을 연구하거나,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와 형태를 분석하는 등 인류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들도 연구하고 있다.

지구 문제 풀이법 ➊ 자연을 수학적으로 표현한다!

자연재해부터 인류 문명까지, 수학자가 풀고 있는 문제의 범위가 참 넓지요?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지구 문제를 풀까요? 과학자들처럼 육중한 실험장비라도 사용하는 걸까요? 수학자들은 지구 문제를 풀기 위해 먼저 자연 현상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살펴볼까요?


빙하 속 물의 흐름을 수식으로!


매년 감소하는 극지방 빙하 면적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유타대 응용수학과 케네스 골든 교수는 이처럼 위기에 처한 극지방의 빙하를 연구하는 수학자다.

여러 차례 남극과 북극을 방문한 골든 교수는 특히 빙하 속 빈 공간을 들락거리는 바닷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주목했다. 빙하와 바닷물의 상호작용이 빙하가 녹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골든 교수는 엑스선(X-Ray)과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CT)를 이용해 빙하 속 빈 공간의 미세한 구조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 구조가 기온과 바닷물의 염도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한 뒤, 그 결과를 수식으로 표현했다.

“제가 빙하의 내부 구조와 바닷물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방법은 마치 다른 집의 설계도를 참고해 새로운 집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우선 이미 알려진 이론 중에서 바닷물이 빙하속을 흐르는 것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내는 이론을 찾습니다. 짓고 싶은 집과 유사한 모델을 찾는 것이지요. 제가 선택한 이론은 덩어리지어 흐르는 유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퍼콜레이션 이론’과, 무작위로 형성된 배관이나 전기 저항을 설명하는 ‘랜덤 파이프 네트워크 이론’입니다. 소금물이 빙하 속 빈 공간을 이동하는 현상이 마치 모양을 알 수 없는 복잡한 배관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뒤에는 이 수식의 변수들을 기온과 바닷물의 염도 등 제가 관찰한 것으로 적절히 변환했습니다. 뼈대는 유지하되, 집을 짓는 재료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지요.”

골든 교수의 연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이 수식을 통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빙하 속 바닷물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빙하가 녹는 현상을 더욱 자세히 이해하거나, 기후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➊ 빙하 속에는 물이 흐르는 미세한 공간이 있다.
➋ 연구팀은 물이 흐르는 미세한 공간을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로 조사했다.
➌ 조사한 빙하의 구조와 흡사한 랜덤 파이프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해 빙하 속 바닷물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지하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방정식!

인류와 지구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에너지 고갈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수학과 앤서니 피어스 교수는 셰일가스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석유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는 천연가스로, 전세계 인구가 향후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땅속 깊은 곳에 갇혀 있는 가스를 채취하기 위해서 화학약품을 지하로 내려보내 폭발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 피어스 교수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 하는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수학적인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수학적인 모델이란, 각종 방정식을 연립해 자연 현상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거예요. 케네스 골든 교수가 만든 빙하의 투과성을 알아내는 식도 수학적인 모델의 한 종류지요. 하지만 저는 일부분만을 설명하는 수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전체 과정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연구했어요.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 지하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실제로 땅을 파지 않고서도 컴퓨터로 가상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속에 흘려 보낸 화학약품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과, 화학약품이 폭발했을 때 암석에 생기는 파열이 어떤 방법으로 전파되는지를 나타내는 방정식, 암석에서 빠져나온 셰일가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 피어스 교수는 이 식들을 이용해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 지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타내는 연립방정식을 만들었다.

공학자들은 이 연립방정식을 바탕으로 가상 실험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학약품의 양과 땅을 뚫는 깊이, 주변 환경 요소 등 수많은 변수를 바꿔 입력하면서 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컴퓨터가 연립방정식을 풀면, 변수의 변화에 따라 땅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땅을 파면서 실험해 보지 않고도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➊ 피어스 교수는 지하에서 자원을 캐낼 때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수식을 연립방정식으로 만들었다.
➋ 연립방정식을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면, 실제로 땅을 파지 않고도 가상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지구 문제 풀이법 ➋ 만능 방정식을 활용하라!

특정한 현상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연립해 자연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니, 참 놀랍지요? 그런데 만능 열쇠처럼 다양한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특별한 방정식도 있답니다!


영국 수학자 알란 튜링은 ‘반응-확산 방정식’을 이용해 얼룩말이나 표범 같은 동물의 무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반응-확산 방정식은 경계가 있는 공간에 모여 있는 어떤 물질의 밀도 변화를 설명하는 방정식으로,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푸리에도 이 방정식을 이용해 열전달 현상을 설명했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

튜링 이후 많은 수학자들은 이 방정식을 전혀 새로운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중 영국 배스대 수학자 니콜라스 브리턴은 반응-확산 방정식을 이용해 생태계에서 생물 개체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했다.

“어떤 산에 토끼와 늑대가 살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토끼의 개체수는 토끼의 출산과 자연적인 죽음, 늑대의 공격,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저는 이같은 생물의 개체수 변화가 물질의 밀도 변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늑대와 토끼 같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반응-확산 방정식으로 설명했습니다. 각각의 개체수 변화를 나타내는 수식을 만든 뒤 연립하면, 늑대의 개체수 증가가 토끼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답니다. 반응-확산 방정식이 좀 더 궁금한 친구들은 아래 설명을 읽어 보세요!”

반응-확산 방정식은 복잡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대 수학자 안드레아 버토치 교수는 반응-확산 방정식을 이용해 우범지역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버토치 교수 연구팀은 우선 로스엔젤레스 지역에서 10년 동안 일어난 범죄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는 범죄자의 집 근처를 비롯해 친근한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며, 이미 범죄가 일어났던 장소 주변에서 계속해서 범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반응-확산 방정식을 수정했다. 사람이나 집, 자동차 같은 범죄의 대상은 이미 겪은 범죄 횟수와 위치 등을 이용해 범죄 위험도(반응)를 표현했다. 그리고 거기에 모방 범죄가 나타나는 비율(확산) 등을 더한 뒤, 그 결과를 지도 위에 나타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검증하기 위해 절도 경력이 있는 가상의 인물이 로스엔젤레스의 특정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상황을 설정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변수로 넣어 방정식을 푼 결과, 놀랍게도 그 사람이 일으킨 범죄 지도가 이 지역에서 작년에 일어난 범죄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우발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지역에 경찰을 투입하는 변수를 넣자 범죄는 곧 사라졌다. 하지만 계획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지역은 경찰 순찰을 강화하면, 오히려 범죄가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것은 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범죄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경찰의 대응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응-확산 방정식은 그밖에도 암세포의 성장이나 전염병 확산 등을 설명하는 데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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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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